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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박성진 Mar 06. 2022

'시지프 신화'와 '그해 우리는'

Nicci Bedson의 <시지프 신화>


1. 카뮈의 [시지프 신화] 이야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합리적이지 않다(비합리적이고 불명확하다).


하지만 인간 정신의 깊은 욕구 중 하나는 명확함에 대한 갈망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현상들을 요약하고, 그 자체도 보다 명확하고 단일한 원리로 요약될 수 있는 '영원한 관계'를 발견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정신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필연적이고 모순적으로, 

세상(실제 현실)의 비합리성과,
세상의 명확함에 대한 미칠 것 같은 인간의 열망(바람)의 맞대면에서

'부조리'가 발생한다.


고로 부조리는 인간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 안에 있는 것도 아니며,

오직 양자가 함께 있는 가운데 있을 뿐이다.


부조리를 만나기 전의 일상적인 인간은, 

여러 가지 '목적'이나 '미래'나 '정당화('누구'에 대한 또는 '무엇'에 대한 정당화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에 대한 관심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의 삶에서 무엇인가를 뜻대로 이끌어 갈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허나 부조리를 만나면 이 모든 것이 흔들려 버린다. 


그리고는 이러한 부조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선택만이 남는다.


 1) 죽을 것인가? (자살)


 2) 비약을 통해 문제를 모면할 것인가? (종교에 의지)


 3) 제 분수에 맞는 관념과 형상의 집을 지을 것인가?

    (비합리를 어떻게든 합리화하려는 스스로에 대한 속임수)


 4) 부조리의 직면을 통해, 비통하고도 멋들어진 내기를 지탱해 나갈 것인가?


앞서 부조리는 대립에 의해 존재한다고 말하였는데, 

자살을 통해 부조리 자체를 기피하는 것(1) 외에도, 

그 대립의 항목들 중 어느 하나를 부정함으로써 부조리를 회피하는 것(2,3) 역시 부조리를 기피하는 것이다.


한편 부조리를 직면하고 살아가는 것(4)은 어떠한가? 

아이러니하게도 부조리를 통해 인간은 자신이 실제로는 자유롭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자기 인생에 어떤 목표를 상정하고,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의 요청에 순응하며, 자신만의 자유의 전제에 매인 채 그 환상을 먹으며 살아온 노예였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부조리의 직면은 삶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부조리를 직면한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부조리를 주시하고 이에 반항하는 것이다.


그러나 부조리에 반항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세계에 저항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비합리적인 세계에 저항하고 여전히 희망을 품는 것은

부조리에 직면하는 것이 아닌 부조리를 외면하는 것이다.


 부조리에 반항한다는 것은, 

- 비합리적인 세계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비합리적인 세계를 원망하지 않고), 

- 이러한 비합리가 나를 깔아뭉개려 드는 것을 확인(의식)하되, 

- 그에 따르기 마련인 체념(부조리에 대한 굴복)을 거부하는 숭고함이다.


즉 부조리의 직면과 반항은, 

부조리를 기피하거나 굴복하지 않는 진정한 자유인 것이다.




SBS 드라마 <그해 우리는>


2. 드라마 [그해 우리는] 이야기


 남자 주인공 최웅은, 친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던 상처를 안고, 자신을 입양한 양부모에게도 버림을 받을까봐, 그리고 연인에게도 버림을 받을까봐 스스로를 버리는(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노력을 한다. 비합리적인 세계를 바꾸기는 힘드니, 차라리 나의 열망을 버림으로써 부조리함을 기피하는 것이다.


 여자 주인공 국연수는, 가난을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허나 비합리적이게도 가난의 역경은 그녀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계속해서 덮쳐든다. 심지어 그녀의 연인이었던 최웅은 별다른 노력없이도 많은 것을 쉽게 얻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참을 수 없는 열등감과 부조리가 몰려와, 그녀는 이를 회피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연인과의 이별을 택하고 자신만의 열망에만 몰두한다.


 남주인공 최웅의 절친인 김지웅은,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삶에서 한발짝 떨어져 관찰자적으로 살아가는 방송국 PD의 삶을 택한다. 어릴 적 자신을 보듬어 주지 않았던 엄마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자신이 짝사랑했던 연수와의 관계에서 상처받지 않기 위해 적당히 거리를 두고 이를 스스로 합리화하고 자신을 속인다.


 하지만, 드라마의 끝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회피해왔던 부조리에 직면하기로 하면서,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최웅은 가족과 연인으로부터 버림받을까봐 자신의 내세우기를 거부해왔던 과거를 청산하고, 자신이 열망하는 것을 하기 위한 유학길에 오른다.


 국연수 역시 가난과 열등감을 이겨내기 위해 한없이 달려왔던 과거를 청산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즐기기 시작한다.


 김지웅은 어릴 적 자신을 보듬어 주지 않았던 엄마가 여전히 용서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엄마를 피하는 것이 아닌 마주하기를 택한다.


 그해 그들은, 자신의 부조리를 직면하고 이에 맞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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