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처럼 지나가는 동네 이야기를 쓰는 초등교사

손재주 좋은 나의 손 끝에서 저장된 동네 이야기

by 대치동 비둘기

<대치동>

듣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대치동



그들만의 리그

7세 고시

빼곡한 학원가

엄청난 선행

의대 입시반

제이미맘

사교육 1번지



어느 하나 긍정적인 수식어가 없는 동네에

이제 막 7세가 된 아이와 함께 이사오게 된 것은

의대를 보내겠다는 의지나 아이를 사교육에 몰아넣겠다는 완벽한 플랜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공립 초등학교 교사로서

과한 사교육의 장단을 모두 본 경험에 비추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하고 하고 싶다면

어느 학원이든 걸어갈 수 있는 동네에 살아야겠다

게다가 내가 맞벌이를 해야하고

아이를 라이딩하는 인생을

끝없는 터널처럼 해나가기에는 나의 체력도

시간도 모자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안 봤는데 아이 잡으러 가나봐요."

"안 시키는 줄 알았는데 준비 많이 했나봐요."



주변 아이 친구 엄마들의 반응은 한결같이

걱정과 우려 약간의 시샘이 넘쳤고

정말이지 투명한 나의 눈망울에

내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의 눈초리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나는 ○○엄마 용기가 대단해.

누구든 생각만 하지 그렇게 행동하지 못하잖아.

가서도 잘 살거야. 종종 연락해."




나의 얼렁뚱땅 실수도 감싸주던

아이 어린이집 친구 엄마(언니)는 나를 응원해준

한 사람이었다.



나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내가 했던 명언 중 하나가 있다며

헤어지는 날,

언니는 웃으며 전해줬다.



"대치동 가기가 어려워서 그렇지 돌아오긴 쉽잖아요."



정말이지 들어가는데 엄청난 고민과 걱정이

가득해서 그렇지, 요즘 '탈대치'가 유행이라는데

그까짓 대치동 안맞으면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아이가 치이고 힘들어하고

내가 못 버티면 돌아오기는 쉬운 것 아니던가.

이사를 어려워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3년에 한 번 꼴로 이사하는 나에게

게다가 대학교 때부터 역마살 가득한 사람으로서

짐싸기는 달인이 된 나에게

필요하다면 당장 다음주에 이사하는 것도

별로 어렵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사교육 태풍의 눈으로 안착했고

만5세반 그러니까 초등학교 1학년 바로 직전

유치원 졸업반 시작을

강남구 대치동에서 하게 되었다.



일반 유치원의 TO조차 너무나 적어

일반 유치원이 없어 영어 유치원을 보내야 하는 동네

운이 좋았던지 대기 번호를 받았던

집 앞 일반 유치원에서 등록하러 오라는 이야기를

입학 한 달 반 전에서야 받게 되었다.

거의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드릴 뻔 했던

그 때 그 순간이 그 해의 가장 감사하고 행복한 기억 중 하나이다.



"대치동에서 일반 유치원을 나왔다."



범대치권(대치,도곡,역삼,개포)에서

한 반에 3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일반유치원 졸업한 아이의 비율은

10%를 넘지 않는다.

내가 공립초등학교에서 담임을 맡은 반의 경우에도

정원 32명 중 단 1명만 일반 유치원 출신이었다.



"내가 계란으로 바위 깨트리러 온 거구나.

그것도 겁없이."



하루하루 새롭게 알게 되는 대치동의 실상에

그리고 여기서 학창시절을 보내야하는

하나뿐인 아이의 일상을

내가 혹시나 절벽으로 밀어놓은 건 아닌지

기술도 없이 스파링에 바로 올린 건 아닌지

대치동에 이사왔던 매일매일이

나에게는 도전이었다.



모두 날 계획이 있는 사람으로 봤지만

별다른 계획이 없다는 나만 아는 실상에

괴롭고 힘든 시간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스며들듯

대치동 주민이 되어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그동안 썼던 나의 일기들이 모여

세상에 보여주고 싶은 글이 되었다.



글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자연계열을 공부한 이과생이었던 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것이 설레고 긴장된다.



그리고 어디선가

나의 필명을 알아차린 누군가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인사할까봐

조마조마하고 떨린다.



하지만,

혼자서 걱정하고 고민하는

대치동에 대해

또는 대치동에 살며

알 수 없는 적을 혼자서 크게 만드는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다 사람사는 곳이라고 알려주고 싶어

<대치동 밤 열 시>라는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화가 잔뜩 나서

어느 날은 기분이 너무 좋아서

어느 날은 너무 울적한 마음이 들어서

펜을 잡아 카페에서 집에서 글을 썼다.



매일을 스쳐지나가며 잊을까봐

붙잡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나 스스로를 토닥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 작가로 선정된 메일을 받았을 때의

기쁨과 설레던 그 날처럼,

묵묵히 나의 일상을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꾹꾹 눌어담아 놓아본다.




그리고 나의 자그마한 꿈을 응원해주는

우리 가족 그리고 얼굴 모르는 독자분들께

감사드리는 가볍지만 센스 넘치는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