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카공족

카공족에 대학생만 있는 건 아니다

by 대치동 비둘기

최근 스타벅스에서 하루종일 자리를 맡아놓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을 겨냥해

특정시간 이후 자리를 치우겠다는 공지가

스타벅스 및 여러 카페에 게시되었다.



스타벅스 카공족


콘센트에 충전선을 연결해

반나절 이상 머무르는 대학생이나 취준생들이 대부분이고,

스마트기기나 많은 책들을 늘여놓고 보거나

수업다녀올 때까지 자리를 치우지 않는 등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일부 카공족들로 인하여

선량한 손님들마저 괜시리 의심받고

눈초리를 받으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치역 폴바셋


하지만,

대치동 카공족은

주로 어린이들이나 많아야 고등학생 정도이다.

카페나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에는

문제집이나 모의고사를 펴놓고

숙제를 하느라 여념이 없는 학생들을

심심치않게 만날 수 있다.





성인 카공족과 다른 점이 있다면,

엄마 또는 과외 선생님, 할머니의 애정어린 감시가 있다는 것,

학원 틈새시간에만 이용하기 때문에

자리 차지 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이다.




대치역 카페

집이 가깝지 않은 경우

여러 학원 간의 스케쥴 사이에 마땅히 갈 곳이 없는 대치동 한복판에서

잠시 머무르고 간식을 먹이기도 하고

30분에서 1시간 남짓의 무료 주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보니

그러한 수요들을 인근 카페들이 흡수하고 있다.






밤 열 시 이후의 카페


실제로 한티역 인근의 스타벅스에서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하고 개선될 점을 물어보며

응답자에게는 무료 음료 쿠폰을 나눠주기도 한다.




그만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반증이자,

본사의 개선사항을 모니터링할만큼

어른과 함께 와서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이 정말 많은 곳이다.

물론 이는 비단 스타벅스 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카페인을 찾아다니는

중고등학생들의 수요까지 흡수하며

바나프레소, 메가커피, 맘모스 커피 등

다양한 프랜차이즈에서 음료를 선보이고 있다.



그 외에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모스버거 등

패스트푸드점들에서도 카페 메뉴와

좌석을 제공한다.






스타벅스

지나가며 흘깃 보이는 교재 수준만 봐도

그 교재 주인인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학원을 가늠할 수 있다.

대부분 무척이나 글씨가 작고 어렵고,

그래프와 도식까지 추가되어 있어 꽤 난이도가 높아 보인다.

게다가 영어유치원이나 학원 가방들,

모의고사 문제집 한 구석에 적혀있는 학원 이름들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어린이 카공족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수준 높은 숙제를 해결하고

얼마나 어려운 학원을 다니고 있는지 의도치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너편에 앉아 아이의 풀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눈빛은 탐탁치 않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것을 해결했다는 기특함보다

단 하나의 실수도 용납할 수 없다는

날카로움을 담고 있어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발걸음이 방해라도 될까

노심초사하며 조용히 지나가야 하는 눈치가 보인다.

(사실 그분들을 신경도 쓰지 않지만)




대부분 가만히 그 상황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척척 무언가 해나가는 동안 (또는 약간의 멍을 때리는 동안)

엄마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기기로 무언가 확인하고

아이는 해야할 숙제나 공부를 하느라 너무 바쁘다.




카페에서 서로 맛있는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거나
서로 눈을 마주치고 바라볼 여유가 없다.




요즘 많은 어른들이 그러하듯

스마트폰을 놓기는 쉽지 않기에 이해는 되지만

왠지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잘 모르는 아이에게 친절히 가르쳐주기보다는,

왜 그것도 모르냐는 한숨과 함께 알려주고,

이렇게하면 학원 시험을 못본다던가,

너 다시는 뭘 못한다던가 그런 무서운 말이 오가기도 한다.




정작 지금 함께 있는 아이보다

스마트폰의 메신저나 보고 있던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있는 건

정작 부모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이 카공족들에게도
그날의 해야할 일이나 학원 가기 전
숙제를 마치면 포상이 주어진다.




스마트폰 게임을 하거나

자기가 무언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수여되는 것이다.

짧디 짧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맘껏 즐기는

아이들의 표정은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반짝이며 빛나다가 훌쩍 슬퍼지기도 한다.

물론, 학원 시간에 쫓겨 숙제를 제대로 시간 내에 마치지 못해

여유 시간이 없다면 바로 짐을 싸들고 다음 학원으로 가야하는

대참사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큰 거부감없이 학원으로 직행하는

면모도 볼 수 있다.




다양한 감정을 느낄 기회가 너무 한정적인 것이 아닌가

주제 넘게 남의 아이 걱정을 하곤 하지만

요즘 세태가 그런 것이니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듯하다.





은마사거리



대치동에서는 '노키즈존'이 없다




'노키즈'이라는 말과 대비를 이루며 '키즈프랜들리'라는 말을 쓰는데

대치동에서는 모든 곳이 '키즈프랜들리'이다.

오는 아이를 막거나 행동을 잘못 제지했다가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 분명하고

아마 폐업 신고를 해야할 만큼

위기에 처할 수 있으므로

오는 아이 막지않고 가는 아이 막지 않는 것이

이 동네 카페 및 식음료업장의 룰이다.




다행스럽게 뛰거나 함부로 지나친 장난을 치는

어린이 손님들은 많지 않다.

왜냐하면 다음 학원을 연계해 가기에도

시간이 부족하고 바쁘고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이 뛰놀만큼 매장들이 크지도 않은 편이라

그냥 다 자기 반경을 지키고

먹고 마시고 조용히 즐기다가 나간다.

그래서 오히려 점주 입장에서는

안전사고에 대해 크게 우려할 일은

오히려 다른 동네보다 적을 수도 있다.




대치동에 오면 좋은 점 중 하나는

혹시나 가고 싶었던 카페나 음식점이 아이와 함께 갔을 때,

노키즈존이라 거절당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수줍게 문을 열고 분위기 파악을 하며

사장님께 아이가 들어가도 되냐고 묻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image01.png 대치동 학원가 스타벅스 지도


단, 손님으로 카페에 들어갔을 때

어린이 카공족들을 본다면

함부로 교재를 뚫어져라 염탐하듯 보거나

건너편에 앉은 사람의 정체가

엄마인지 선생님인지 궁금해

그들의 대화를 엿듣지 말아야 한다.




알아서 자기 할 일을 척척해내며

AI 로봇처럼 눈과 손을 움직이는 아이를

기특하고 대견스럽더라도 눈빛을 주지 말고

못 본 척 슬그머니 지나가 주는 무심함이 필요하다.

왜냐면 그것이 어린이 카공족이 해야할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