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나름의 행복을 찾아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미덕

by 대치동 비둘기

외부에서 대치동 아이들,

그러니까 대치동으로 라이딩을 해서

수많은 학원을 소화해내는 아이들을 보며

'아동 학대'라고 칭하거나

'아이를 몰아세운다'라고 손가락질 한다.


한티역 사거리

실제로 한티역 학원가에는 학원 수와 비례하여

소아청소년과, 정신건의학과, 심리상담센터, 한의원 등이

곳곳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 사실

늘어나는 소아우울증 관련 정보라던가

아이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우려의 시선에 비해

생각보다 아이들은 나름의 기쁨을 찾고

그 나름의 행복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실제로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주말까지 빼곡한 학원 일정과 숙제를 해내느라고

예쁜 하늘과 계절의 지나감을 느끼지 못한다.

하루에 주어진 자유시간은 턱없이 짧고 통제되어 있어

순간의 즐거움을 만끽하기에 시간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 역시도 제 3자의 입장에서

도대체 이 안쓰럽고 바쁜 아이들은

무슨 재미로 사는건지 궁금해하곤 했었다.






흥미롭게도

통제된 여가를 즐기고

취미 생활도 부모님이 골라주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보니

의외의 좋은 점이 있다.



바로 아주 사소한 것에도 감사하고 기뻐한다



학교에서 수업을 하며 주어지는 보상으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시간을 10분 연장해준다던지

입체 보석 스티커를 꾸미게 해준다던지

실상을 알고 나면 별거 아닌

작은 일에도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해한다.



한 번은 교과서에 모래놀이가 있기에

모래사장도 없는 좁디 좁은 운동장 한 켠에

나무 그늘이 만들어준 그늘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티끌처럼 얼마 안되는 얕은 모래 알갱이들을

요리조리 모아 준비해준 모래놀이 도구로

신나는 모습에 신기함과 짠함을 동시에 느꼈다.




이 동네 아이들은 바빠서 모래놀이 할 시간도 없어.
아마 친구들이 많이 모여
옷 더러워진다는 잔소리듣지 않고 모래놀이 하는거 처음일 수도 있어





선배교사들이 해준 말을 믿지 않았는데

실제로 경험해보니 문득 정말로 아이들이

모래놀이조차 잘 안해본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신선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어쩐지 시간이 지나

아이들의 일과를 보고 있자면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고 결론지었다.




누리과정(어린이집/유치원 표준 교육과정)이 아닌

미국 교육과정이나 자체 교육과정을 따르는 영어유치원 졸업생이 많다보니

우리나라의 흔한 동요도 전통놀이도

세상 처음 들어본다는 해맑은 눈망울을 보고 있자면

나혼자 딴 세계에서 온 사람같은 외로움을 느낀다.



누군가 계획하고 짜놓은 것이 아닌

날 것의 무언가를 체험해본 경험이 적다보니

오히려 순수하고 밝고 맑은 경우도 많다.



작은 자극도 새롭게 느끼고

감사하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얼굴을 보면

더 알려주고 싶은 보람을 느끼곤 한다.



세상이 우울하고 불행할거라 우려하는 아이들이
더 아이답고 순수한 모습을 보이며 작은 것에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면
가치관의 혼란이 찾아온다.



한 번은 우리반 아이가 오늘은 기쁜 날이라기에 물어보니

학원을 다 마치고,

숙제도 다 하고 나면,

엄마와 30분 산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엄마와의 30분 산책이

아이가 하루종일 아마도 그 전날부터

설레고 기쁜 일이 될 수 있다니.

너무 좋겠다고 꼭 맛있는 간식도 사먹으라고 했더니

그러겠노라 끄덕이는 아이의 눈빛은 진심으로 빛나고 기뻐보였다.







사실 주변의 수많은 풍파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는 배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과거에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못 했다는

기성세대의 푸념처럼

지금 아이들이 성장한 미래에 어느 날

'우리 부모님은 왜 내가 학창시절에 학원에만 집중하게 만들어주지 않았냐'고

부모가 도와주지 않아 공부를 못했다고 한탄할지도 모른다.





때로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종종

부모님의 허락없이 불량식품을 건네거나

몰라도 되는 놀이를 알려주는 것 같아

묘한 죄책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단한 것이 아니라 사소한 것임에도

감동받아줘서 고맙긴 하지만

별거 아닌 사소한 것도 해본 적 없는

순수하고 새하얀 백합 꽃을

물들이는 것만 같아

매순간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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