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외체험학습의 글로벌화

강남 초등학생들의 교외체험학습 여행지

by 대치동 비둘기

학교에서는 약 190일의 수업일수 중 10퍼센트

그러니까 약 19일 이내의 '교외체험학습'을

사전 신청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면 출석인정 결석으로 처리한다.




쉽게 말해

학교를 오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하는

학교 밖에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학교장에게 허가받을 수 있다.




초등학교는 의무교육기관이기 때문에

출결에 매우 민감하다.

3일 이상의 질병 결석 시 의료기관의 진료확인서를 필요로 하고

7일 이상의 결석 시 반드시 담임교사는 학생의 안위를 확인해야 한다.

무단결석의 경우

'기타결석'으로 처리되는데 추후 교육청에 그 이유와 사안을 보고해야 한다.




민감한 출석이나 결석 사안에 비하면
연속 19일까지 허가되는 교외체험학습은 실로 대단한 혜택이다.





교외체험학습을 사용한다는 것은

학부모가 학교가 운영되는 평일에 휴가를 내고

온종일 아이와 함께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출처 조선일보

한 번도 교외체험학습을 내지 않고

개근하는 아이들을 비꼬는 말로 '개근거지'라는 말이 유행한다는 신문기사가 있었는데

실제 학교 현장에서 그런 말을 쓰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상 아이들은 친구가 왜 안 왔는지 잘 모르고,

누가 결석을 몇 번 했는지

누가 여행을 갔는지도 잘 모른다.

담임교사도 굳이 알리지 않는 편이며,

친구가 돌아오면 물어보라고 대답을 회피하기도 한다.

(자녀가 없을 때 자녀 이야기를 했다고 싫어하는 학부모도 있기 때문)



image02.png 출처 조선일보

게다가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면 알겠지만

정말로 '개근'을 한다는 것은 아이가 1년 내내 건강하고

지각, 조퇴, 결석 없이 다니는 실로 대단하고 감사한 일이기 때문에

누가 어디에서 그말을 쓰기 시작했는지는 미지수이다.




어쨌든 '개근거지' 또는 '개근충'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것은

초등학생 시절 가족과 비수기(그러니까 방학 기간이 아닌 평일)에

여행을 마음껏 다닐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질투와 부러움이 숨어있었던

누군가의 단어 생성이 아니었나 의심을 동료 교사들과 한 적이 있다.

교육현장에서 그런 말로 친구를 비하하는 것은 실제 목격한 사례는

내 주변에 아무도 없다.




어쨌든 현실적으로 아이와 교외체험학습을 가지 못해 속상해하는 부모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요즘 학군지에서는 학원에 한 번 빠지면, 숙제가 곱하기로 늘어나기 때문에

교외체험학습을 방학이 아닌 평일에 가는 경우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가더라도 국내여행인 경우가 많고, 길게 잡는 경우는

특별한 행사가 아니라면 학기 중에 덩그라니 떠나는 경우는 잘 없다.

매일 학원을 가도 벅찬 과제의 양이

학원을 빠지면 수업 내용을 따라잡고, 플러스 알파로 또다른 과제가 더해지거나

보강을 잡아야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나 아이들이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명절 연휴나 공휴일과 주말이 붙어있는 날짜나

또는 방학의 앞이나 뒤에 연결하여 길게 여행을 갈 수 있도록

교외체험학습신청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많다.




아이들이 미리 제출하는 교외체험학습 신청서만 봐도

요즘 사람들의 여가 트렌드나 인기 여행 장소를 파악할 수 있다.

새로운 여행지도 배우고

어떤 곳이 아이들의 수준에 맞는지

어떤 점이 별로였는지 이해하기도 쉽다.



학교에 제출하는 서류에는

국내 여행지, 조부모님이 계신 지역, 놀이공원 등

장소(국가/지역 이름)와 체험학습 목적이 기재되기 때문이다.



지구는 넓고 갈 곳은 많다




image03.png 출처 더 팩트


주로 방학 전후나 긴 연휴 전후 아이들 교외체헙학습 신청서를 받으면

마치 지구를 빙글빙글 일주한 느낌이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종종 남들이 가지 않는 평수기, 그것도 평일에 편안하게

나도 안가본 나라로 체험학습을 가겠노라 신청서를 제출하며

너무나 자랑하고 싶어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솔직히 부러워서 진 느낌과 함께 나도 가보고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종종 상상을 초월한 스케일의 신청서를 마주할 때도 있다.

아마 제출한 가족에게는 별 거 아니고 당연한 장소겠지만,

예를 들어,

몇 십년만에 일어나는 개기일식을 직접 보기 위해 미국 천문대에 간다던지,

해외의 유명 대학교 투어를 간다던지,

조부모님이 계신 나라여서 길게 다녀온다던지,

처음 듣는 휴양지로 훌쩍 떠난다던지 하는

상상해본 적 없는 스케일의 다양한 나라의 여행지와 여행 목적을 만날 수 있다.




물론 다른 나라의 교육기관(국제학교 등)에서 수업을 받거나

부모없이 아이만 해외로 가는 것은 공식적으로 허락되지 않는다.

가령, 해외 국제학교 서머캠프에 가는 것으로 신청서를 제출한다면,

그 사유는 허가되지 않으므로 다시 써오라고 새 종이를 주기도 한다.

(저학년의 경우는 국제학교, 고학년의 경우는 해외 대학교 프로그램이 많은 편)

그리고 부모없이 아이만 가는 것도 안되지만,

공공연하게 그러한 프로그램이 판매되며 부모없이 친구들이랑

비행기를 타고 인솔자를 따라 떠나는 경우도 많다.

부모가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의 금액 차이가 꽤 크기 때문이다.

교외체험학습의 목적에 부합한지 아닌지

나도 가끔은 가치관의 혼동이 오지만

어쨌듯 부모님을 빼고 가는 것은 공식적으로 허가되지 않는다.






교외체험학습 3일 전 사전 신청서와
다녀온 후 일주일 이내의 사후 보고서가 모두 제출되어야 한다.




2025090908474024734_1757375259.jpg 출처 교원투어 겨울방학 영어캠프 안내문


문화 체험으로 잘 포장해 신청서를 제출해놓고,

보고서에는 그 학교 유니폼을 입고있는 아이러니한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한다.

사진 속의 아이 모습은 무척이나 행복해보이지만,

문화 체험을 하고 왔다는 보고서를 있는 그대로 믿어야 하고

문제될 경우 다시 제출하기를 권하기도 한다.

(물론, 장소와 설명에 특정 캠프나 어학원이 기재되는 경우 가정으로 돌려보내 수정하도록 한다.)





art_1758162186043_be1f72.jpg 출처 인천국제공항청사


교외체험학습의 글로벌화 덕분에

일년에 여러 번 캐리어를 끌고 마음 속으로만 인천공항 문턱을 수없이 드나든다.

수업이 있는 평일에 해외 여행을 허가받지 못하는 교사로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여행지를 보며 당장 나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든다.

다음 가족 여행지를 참고하기도 하며 체험학습 트렌드를 배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우려의 단어는

어른의 시선에서 더 불편하고 마음졸일 뿐,

생각보다 요즘은 쌩뚱맞은 평일에 아주 길게 여행을 가는 아이들이 잘 없다.

게다가 선생님도 잘 모르는 개근 여부를 꿰뚫는 아이들은 없다.

(1년치 통계를 다 내야하기 때문에 선생님도 출결통계를 보지 않는 한, 잘 모른다)

아파서 안오는지 여행을 갔는지 잘 모를 뿐더러

생각보다 아이들은 남한테 관심이 없어 그날 친구가 안 왔는지 모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아이와 평일에 함께 하지 못한다고

행여나 학부모 입장에서 전혀 미안해하거나 서운해하거나 눈치볼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아이들은 앞으로 가고 싶은 곳을 스스로 선택하고
자기가 보고 듣고 느낄 기회가 부모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이전 27화요즘 아이들, 나름의 행복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