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혼자서, 그냥, 이유불문 강남으로 향하는 행렬
출생율이 저조하다고 표현할만큼 줄어들고
전국 신입생 수는 급격히 적어지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날이면 날마다 전입생이 전입서류를 제출하는 학교도 있다.
한 학급 당 평균 학생 수 30명 이상
학년 말이 되면 거의 40명에 육박한 아이들이 다음 학년으로 진급한다.
전교생의 수를 합치면 2000여 명이 넘어가는
거대 학교, 과밀 학급에는 멈추지 않고 밀려오는 파도처럼
전입생이 계속해서 밀려든다.
기이한 현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데,
여름이나 겨울 방학을 마치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교무실 앞에는 전입 원서를 내기 위한 줄이 만들어진다.
학교 공지사항에는 전입생들이 방학 중
전입 원서를 들고 올 날을 안내해야하고,
그 날 들어오는 아이들이 새학년 반 배정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마무리해야한다.
여기서 생기는 모순점은 학급 당 학생 수가 10여 명인 학교와
학급 당 학생 수가 30여 명인 학교는
교실의 크기나 시설이 동일하다.
게다가 교사가 학급 당 1명인 조건도 동일하다.
시설과 교구, 준비물은 늘 부족하고
특별실의 이용가능 시간 역시도 1주일 당 1번 내외로 배정된다.
간신히 아이들 수만큼 채워져 있는
책상과 의자는 답답할 만큼 가까운 간격으로 겨우 들어서 있다.
전입생이 흔하기 때문에
전입하여 '적응 문제를 겪을 확률이 적다'는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른 학교에서 온 아이들은
교실을 채운 같은 반 친구들의 수에 교실 문을 열자마자 압도되어
저학년의 경우 낯설고 답답하다고 울거나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과거 40명 이상 한 반에 앉은 콩나물 시루같은 교실이 있었다지만,
요즘 아이들의 남다른 발육 상태를 고려하면
현재 과밀학급의 상태와 비슷하지 않을까 짐작된다.
오히려
개인주의적이고
자신의 공간 반경이 큰 요즘 아이들이
정말이지 짠하고 비좁고 갑갑해 보이는 교실과
미로처럼 나 있는 책상 사이 틈새를
다치지 않고 통과하며 하루 일과를 마치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세상 어디에나 통하는 <OO 총량의 법칙>은
교실과 학교에서도 어김없이 증명된다.
학생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보니
삼라만상의 다양한 군상들 역시도 쉽게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인데,
외모, 성격, 말투 어느 하나 비슷한 점 없어 보이는 개성 넘치는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똑 빼닮은 학부모들 속에
정말이지 특이하고 난해한 사람을 만날 기회도 적지 않다.
인생에 있어서 다양성을 경험하고
다수 속에서 차별없이 타인을 존중하며 살아가야하는 것이 귀한 경험이라면,
줄어드는 출산율이 무색하게
빼곡히 앉아있는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잘 지내는 방법을 익히며
갈등 해결 방법을 터득하는 환경에서 지내는 것은
요즘 세상에서 흔히 찾을 수 없는 정말이지 귀한 경험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공립학교 교육의 현실적인 여건 상
보이지 않는 암흑지대가 존재할테고
교실의 아이들 모두에게 선생님의 손길이 닿지 못할 확률이 큰 단점도 있다.
그로 인해 실망과 불만족할 확률이 높아지고
학교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학교와 교사에게 쏟아지는 실망과 민원, 분쟁과 다툼의 소지,
평균을 상회하는 학급 구성원들을 이끌어가고 교육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아이들과 부정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위험성 역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지역에서 강남행을 선택하거나 강남키즈였던 학부모들은
더 좋은 친구, 더 좋은 환경에서
남들이 좋다는 학원을 다니며
남들이 좋다는 동네에 살아가는 것 만으로도
크나큰 위안과 평안을 얻는다.
학교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고,
소통하기 힘든 학교에 개인적인 요구나 의사를 비추는 대신
남들이 다 간다는 학원에서
남들이 다 한다는 선행을 하며
무리 속에서 크게 튀지 않고 방황하지 않으면서
주변의 아이들만큼 해내도록 아이를 뒷바라지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남으로 강남으로 가는 이유가
비단 아이를 의사만들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신문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의대입시반이 유치원, 초등학생 대상 학원에서 개설된 것은 사실이지만,
강남으로 가는 이유가 오직 그것 뿐인 것은 아니다.
남보다 더 많이 빨리 배우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아이를 덜 사랑해서
알아서 잘 크라고 방치하거나
해줄 수 있는 것을 굳이 주지 않고
자기 것만 챙기며 살아갈 수 있을까.
게다가 실패나 시간 낭비를 두려워하는
요즘 부모들은 '국민 아이템'만을 찾는
유아기 시절부터 남들이 좋다면
우리 아이나 본인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으로
남들이 좋다는
또는 선배 엄마들이 알려주는 탄탄대로를 찾아
상담조차 무뚝뚝하고 기나긴 대기를 해야한다거나
적지 않은 금액을 선착순 입금을 받거나
말도 안되게 높은 입학테스트 점수를 요구하더라도
일단은 아이를 학원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만들어
희망하던 그곳에 안착하고 함께하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교육의 양극화와 비슷한 상황이 병원에도 존재한다.
소아과들이 폐업하고
전공의들이 선호하지 않는다는 기사가 쏟아져나오는 반면에,
소문 좋고 아이를 꼼꼼히 살펴봐준다는 소아과는
오전 일찍 하루 전체 대기가 마감되고,
줄을 서서 여러 시간 기다려야만 진료를 볼 수 있는
엄청난 인기를 누린다.
병원이 거기서 거기이고,
처방약 성분의 차이를 정확히 알 방도는 없지만
내 아이가 덜 고생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
우리 아이도 빨리 나을거라 기대하기 때문에
쉽사리 아무도 가지 않아 대기가 적은 소아과를 방문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분명 대기가 없을거라 추정되는 소아과에는
더욱더 발길이 가지 않고 나만 모험을 할 수는 없다는
불안함이 엄습한다.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 동네에서 가장 크다는 소아과 대형 병원을 갔다.
나도 다른 엄마들처럼 남들이 좋다고 하고
의사 선생님들도 시설도 좋다는 소아과에 방문해
난리통 속에 접수를 하고 아픈 아이를 아기띠에 넣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느낀 바가 있었다.
'나'를 포함한 젊은 부모 세대들 그러니까 내 또래들은 병원이든 학군이든
남들이 좋다고 평가하고 검증된 곳으로 가겠구나.
게다가 출생율이 적은 요즘
모험을 하며 새로운 길로 내 아이를 보내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가는 추세가 세지겠구나.
마치 맹자의 엄마가 된 듯
이사를 다니게 된 이유 중 하나였지만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이미 이사해서 2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도
대치동에는 계속해서 더 많은 친구들이 새로이 자리잡고 있다.
'탈대치'하는 아이들도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날이 갈수록 강남으로 강남으로 전입오는 총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밀려오는 전입생들을 받느라
2학기가 되면 한달에 여러 번 출석부를 업데이트 해야하는 학교에 근무하는 입장에서
학군 좋은 내 아이를 더 좋은 곳에서 키우고자 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억지로 멈추거나 막아내기는 힘들 것 같다.
그 대신 이러한 현실을 더이상 외면하지 말고,
규모가 큰 학교든 작은 학교든 같은 예산을 내려주는 방식을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다른 학교의 평균 2~4배가 되는 인원이지만
동일한 같은 예산으로 공평하게 교육하라는 것은
현실 가능성이 적을 뿐더라 그 누구의 요구도 채울 수 없어
결국 교사의 몫이자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노후화되고 좁아서 부족한 교실들을 확장하고
학습준비물비나 교구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강남에 있는 학교에 예산을 더 주면,
학부모들이 더 몰려들거라서 안 주는 거라면,
정말이지 안 그래도 지금 몰려오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제발 일단 현장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사소하든 심각하든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학교 폭력 신고도
그로인해 벌어지는 학부모들끼리의 자존심 싸움도
결국에는 너무나 열악한 교실 상황과 학교 현실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강남으로 강남으로 오고자하는 간절한 학부모들의 바램들을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