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의 날’ 부활을 제안하며

by 글곧

5월 31일,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 이후 같은 해 법정 기념일로 제정되어 해양과 관련된 모든 산업 종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국민들이 바다의 가치를 되새기는 날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해양 관련 꿈을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해운의 날, 어업인의 날 등을 통합하여 바다의 날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2008년 해양수산부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분리되면서 바다의 날 행사는 점차 축소되었고, 2011년 어민의 날이 별도로 부활하며 그 의미가 분산되었다. 이후 2013년 해양수산부가 다시 설치된 이후에도 어업인의 날은 별도 행사를 하다가 2015년 ‘수산인의 날’로 다시 이름을 바꿔 지금에 이른다. 이에 따라 바다의 날 행사를 당초 구성하던 기념일 중 해운의 날만 남은 형태가 되었다..

주변국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1996년부터 ‘바다의 날’을 국가 경축일이자 공휴일로 지정해 7월 셋째 주 월요일 3 연휴 중 하루로 기념한다.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전후 부흥과 경제 성장을 이끈 해운산업의 역할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미국은 1819년 5월 22일 사바나 증기선이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성공한 것을 기념해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이날을 ‘국가 해사기념일’로 제정했다. 중국은 2005년부터 명나라 정화 함대의 대항해 출발일인 7월 11일을 ‘항해의 날’로 기념한다. 각국이 자국 해운산업의 역사적 순간을 국가적 자긍심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선 2위, 지배 선단 기준 세계 4위의 해운국, 컨테이너 처리량 5위의 해운 조선강국이다. 2023년 해운산업의 외화 가득액은 300억 달러를 돌파해 서비스 총수출액의 40%를 차지했다. 반도체, 휴대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외화 가득 산업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은 해운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잘 알지 못한다. 항만에서 멀리 떨어진 도심에서는 바다가 주는 혜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잊힌 기념일 하나를 되살려야 할 이유가 생긴다. 1977년부터 1995년까지 19회에 걸쳐 기념되던 ‘해운의 날’이 바로 그것이다. 1977년 3월 13일 항만청 개청 1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이 기념일은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과 함께 바다의 날로 흡수되어 사라졌다. 만약 지속되었다면 올해 50회째가 될 것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휘호로 남긴 ‘사해약진(四海躍進)’, 즉 전 세계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라는 바람처럼 해운의 약진을 소망한 것이다.

바다의 날에 선원과 선사, 물류업체 종사자들이 받는 표창은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해운산업이 국민경제에 기여하는 바를 널리 알리고,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정치적 관심을 환기하려면 해운의 날 부활이 필요하다. 바다의 날이 해양 전반을 아우른다며, 어업, 수산, 해양 등을 조명하다 보니 해운의 날처럼 우리 경제의 동맥인 해운산업에 집중된 조명을 비출 수 없는 상황이다.

3월 13일, 해운의 날을 다시 세우자. 전국 학교 및 언론에서 해운산업이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리고, 항만에서는 선원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사가 열리며, 국회에서는 해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토론이 펼쳐지기를 바란다. 전 세계 바다 위를 달리며 우리나라를 무역대국으로 만든 해운의 가치를 잊지 않는 나라. 그것이 진정한 해양강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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