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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곧 Jun 21. 2018

고장난 차


몇 년 전부터 내차는 터보기능이 고장나 있다.


언덕길을 오르자면 힘이 달려 뒷차에게 추월 당하기가 일쑤이다. 평지에서도 순간 가속이 시원찮아 옆에서 쌩쌩거리고 차들이 추월한다. 그래도 일정속도가 붙고 평지인 경우에는 제법 가속이 되어 운전에는 문제가 없다.


터보가 고장난 차를 몇년 끌고 다니다 보니 한가지 터득한게 있다. 내옆을 추월해간 차들 대부분이 다음 신호에서나 혹은 언덕 너머에서 다시 만난다는 점이다.


추월을 당할 때 나도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추월해서 먼저 가려 한 저 사람도 기분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을듯 하다. 빌빌대던 차가 어느새 옆에 떡하니 함께 서있으니..


승진 경쟁에 들어선 사람들 중에서는 먼저 승진한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나중에 승진하거나 나중에 좋은 책을 쓰는 사람, 혹은 나중에 인생의 가치를 찾은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먼저 잘된 사람 옆에 떡하니 서있는 경우를 보게된다.


추월해 나가는 맛을 느끼는 것도 삶의 한 방법이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꾸준히 달려 추월해 간사람과 함께 서거나 혹은 그보다 더 갈 수 있는 숨겨진 길이 있는 듯하다.


이제는 이 차가 익숙하다. 그리고 추월한 차가 멀리가지 못할 것임을 알기에 순간 가속은 않되도 꾸준히 달리는 이 차가 오히려 안정감이 있다.  


아직 고장난 터보를 고치지 않고 있는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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