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와 말하기

by 유니버썰

잠에서 깨면 아침 해를 보러 바깥 옥상 베란다로 나간다 떠오르는 붉은 해를 눈으로 보고, 얼굴에 담으면서 하루를 시작 한다 눈부신 해를 보며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뱉으며 언제나 낮선 동네의 풍경을 바라 보고 있는다 보통 앞집이나 옆집에 까마귀가 날아와 삼각형으로 된 지붕의 높은 선에 앉아 있다 무언갈 찾으러 두리번 거리며 앉아 있는 까마귀를 보면 나와 같은 눈높이의 새를 본다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지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지만 눈높이는 동일선상에 있다 보통의 새고 보통의 사람이라면 서로 다른 눈높이를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 새가 땅에서 걸어다니면 사람이 내려보던가 , 아니면 새가 날아다니며 사람이 올려보던가 둘중의 하나이다 나도 평생을 그렇게 살아 오다 가끔 우리집 옥상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으면 까마귀가 날아온다 우리집 지붕 가장 높은 선에 날아와 앉을 때는 우리 사이가 2.5 미터 밖에 되지 않는다 혼자 멍하니 담배를 피다 까마귀가 찾아 오면 나도 모르게 가벼운 인사를 건내게 된다


‘야 임마!! 내말 들리냐? 까악! 까악!’ ‘여보세요 여보세요 까악 까악!!’ 몸에 배인 배려심으로 까마귀 언어를 사용하여 말을 건낸다 그래도 눈길한번 주지 않는다 나는 개의치 않고 계속 그윽히 쳐다보며 계속해서 말을 건낸다 까마귀는 끝까지 못 들은척 하면서 무언갈 찾고 있다 저 정도면 일부러 모르는척 하는거야 라며 생각하지만 어차피 조금 심심하기도 했다 햇살도 좋은 날이다 계속 해서 아무말 대잔치를 할 수 있다 계속된 노력에 만약 한 번이라도 나와 눈이 마주쳤다면 ‘너 내 동료가 되라’ 라는 말까지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디지털 세계에 0과 1이 전부이듯 까마귀에게는 먹이와 안 먹이인 것이 전부인 것처럼 보인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안 먹이 인것과 동시에 돌맹이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무언가나 자동차 같은것과 동급이 되버린다 지금 앞에 있는 까마귀는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마을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단결하여 까치와 까마귀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광교 웰빙타운 버전 아이언돔을 설치한 것이다 뚜껑이 있는 바스켓을 집집마다 갔다 놓고 거기안에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넣는다 까마귀 정도의 지능이면 뚜껑 따기 첼린지를 통해 웰빙 타운 아이언돔이야 재미로 들쑤시고 다닐만 한데 아직 우리 동네 까마귀는 그 정도의 고등 학습을 받지 못한걸로 보인다


어찌됐든 다음에 만나면 친구가 되고 싶다 가능하면 친절하게 쓰레기통 뚜껑을 따는것도 알려주고 싶다 나를 지금처럼 못본척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 친구는 내 담배가 다 타기전에 목표물을 포착했다 길고 검은 날개를 펴치며 입술을 내밀고 시간이 정지한것 같은 하강을 시작했다 짧은 만남이였지만 아쉬움과 행운을 빌어주고 싶다 ‘야 임마 플라스틱 뚜껑은 아무것도 아니야'


저 멀리 동수원 톨게이트를 오고가는 차들에게 반사된 빛이 반짝 거린다 담배의 끝이 거의 다 탈때 쯤 아쉬운 마음에 해를 한번 뒤돌아 보고 베란다 문을 열고 닫고 출근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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