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는 불면증 환자 였다

by 유니버썰

이상하게 하루종일 눈이 시려워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다녔다 모니터 화면에 떠 있는 엑셀표를 볼 때는 더욱 심해졌었다 안경도 안쓰면서 안경 너머로 세상을 보는 사람처럼 고개를 숙였다 정면을 눈을 위로 치켜 올려봤다 회사에 만만한 동생들 한테는 모니터를 보듯 똑같이 째려봐줬고, 팀장이나 윗 사람들 앞에선 일을 열심히 해서 눈이 피곤하다는 제스쳐로 눈을 감기도 하고 눈을 비비기도 했다 당연하지만서도 놀랍게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눈에 대해 따로 말을 하지 않았다


회사놈들 앞에서 눈이 피곤하다 그러면 ‘그거 노안입니다 이제 노안올 때가 됐죠’ 라고 놀리기나 할 것이고, 팀장은 ‘안경 써 어제 술마셨냐?’ 라고 시니컬하게 대답할게 뻔했기 때문에 따로 말은 하지 않았다 소심한 제스쳐만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것 이였다 언젠가 부터 몸 어딘가가 삐그덕 대면 나의 어리광은 한층 교묘해진다 나이를 먹을 수록 말은 줄이고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나의 신조와 걸맞게 어리광 역시 행동으로 보여줄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모른다


퇴근길 운전할 때는 졸려움이 눈꺼풀에 올라타서 뛰어 노는듯 했다 한층 더 게슴츠레한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고 운전을 했다 디젤차는 음악이든 어떤 소리가 필요하다 유튜브에서 아무거나 선택해서 틀어놓고 오는데 미국령 휴양지의 큰 집 이란 유튜버가 하는 영상을 선택했다 시작부터 꽤나 진지하고 낮은 목소리 였다 채널 자체도 무슨 성공 이고 부자 뭐 그런 취향의 채널이였다 영상의 시작부터 어떤 사람이 프랑스 파리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뭐라뭐라 멋진 말을 했는데 내가 저 문장을 말한다면 좀 쑥쓰러울거 같은 말이였다 듣다 보니 그게 헤밍웨이가 그랬다고 한다 그러고 뒤에 뭐 부자들은 어쩌고 저쩌고 아침의 중요성이 뭐고 말을 했는데 내가 꽂힌건 헤밍웨이가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사실 이였다


내가 느꼈던 헤밍웨이는 젊었을 때 전쟁과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이를 먹으면서 성질이 더러워진 빌어먹을 영감 이미지가 있었다 술도 꽤나 좋아한 걸로 알고 있었다 이런 사람이 매일 저녁 일찍이 잠에 들어 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게 믿어 지지 않았다 대충 듣다 지루해져서 그냥 근처에 있던 하우스비트의 노래를 선택 해서 들으면서 왔다 어떤 정보도 머릿속에 집어넣고 싶지 않았다 자기 전 쳇지 선생한테 헤밍웨이가 새벽 4시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데 진짜야? 라고 물어보니 쳇지 선생은 곰곰히 생각을 하더니 헤밍웨이는 지독한 불면증 환자 여서 아마 새벽 4시에는 잠에 들지 못해 일어나 있었을거라고 했다


뭐 어찌됐든 새벽 4시에 일어나 있었던건 맞았다 나는 경우가 다르지만 새벽 4시에 술에 취한 상태로 눈떠 있었던 적이 많았다 20대에는 새벽 4시에 상록수에 있는 단골 육회집에서 소고기국을 떠 먹으면서 친구와 맨 정신엔 입에 담을수 없는 멋진 말을 많이 했었다 나도 유명해지면 150년 후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내가 관심 없어하는 주제에 나를 끼어 맞춰가지고 내가 이런말을 했었고, 중요한 부분은 빼고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이렇게 했었다 라고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누워 있다 내가 급할 때만 찾는 주님을 찾고 있었다

‘오 주여! 미래에 저딴 놈의 입방아에 내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지 말길 나에게 힘을 주세요 오 주여’

헛된 망상에 이제는 내가 불면증에 걸린것 마냥 잠이 들지 않았다 잠 때문에 꽤나 고생을 한 밤이였다

작가의 이전글까마귀와 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