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거하게 취했다 아침에 일어난 거실 식탁위엔 기네스 흑맥주 캔 여러개가 줄을 맞춰 서있고, 스누피가 그려진 접시에는 잘개 잘라진 육포 몇 개가 들어 있었다 동네 마트에서 맥주 행사 때 받은 컵에는 흑맥주 특유의 거품이 눌러붙어 있었다 또 다른 접시에는 어제 안주로 먹은 계란 후라이에 밤새 굳어진 기름이 조금 떠 있었다 내가 자고 일어나는 동안 식탁위는 아직 잠에서 눈을 뜨지 않는 모습 이였다
술을 먹든 안먹든 불면증에 잠을 이루지 못했든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은 그대로다 일기를 쓰고 운동을 하고 찬물로 샤워를 한다 물론 매일 하지는 않는다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치 않으니 늦잠을 자는 날은 샤워만 하고 나가는 날도 많다 죄책감은 없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미안하지 않다
문제는 일찍 일어났을 때다 일기는 안써지면 안 쓰고 써지면 쓰면 된다 하지만 운동은 꽤나 언덕이 높다 정해진 세트와 시간이 있다 힘을 내기 전에 각종 핑계가 머릿속에서 굴러다닌다 몇 번의 한숨과 결심이 필요하다 가끔씩은 너무 하기 싫은데 하고 있을 때는 몸인지 마음인지가 공허해 진다 필사적으로 하기 싫어하는 몸과 나에게만 모진 마음이 부딪친다 남들에게 그렇게 관대한 마음은 몸에게 해야한다 해야한다를 계속 밀어 붙인다 결국엔 운동을 끝내고 지친 몸은 아무말 없이 샤워를 하러 가고 그렇게 몰아붙여 미안해진 마음은 조금 공허해진다 자신에게 너무 가혹한가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몸과 마음은 하나지만 떨어뜨려 놓으려고 하고, 울지 못하는 마음과 다가갈 수 없는 몸의 관계가 멀리서 지켜보면 슬프기도 하다 매정하지 못한 마음이 가장 가까운 존재인 몸에게, 남들에게는 시키지 못할 일을 냉정하게 시키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다 머릿속에선 답이 없는 질문이 계속 스트라이크 존에 던져 진다 포수 글로브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들린다
익숙해져야돼 와 익숙해져야돼? 라는 질문이 함께 따라온다
그냥 하자라는 말을 계속 내던진다
아직 찬물 샤워가 남았다 또 샤워기 앞에서 서성이다 다짐을 하고 결심을 하고 욕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찬물을 튼다
미안하다 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