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는 춤추던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고래가 춤을 출 뿐 만 아니라 원숭이가 말을 하게도 한다.
남쪽 지방에서 이름난 서커스를 운영하는 단장은 열 마리의 남국 원숭이를 키웠다.
그중 단장은 ‘패리’라는 이름의 수컷 원숭이를 최고로 애정했다.
패리가 단장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말’ 솜씨였다.
열 마리 원숭이 중에서 유일하게 ‘패리’만이 사람 말을 알아듣고, 간단한 문장을 더듬더듬 말했다.
패리가 말을 하면 사람들은 환호성을 보냈고, 환호성에 단장은 흡족했다.
서커스 쇼가 성공리에 끝날 때마다 단장은 패리에게 바나나를 건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날이 갈수록 서커스의 빈자리는 찾기 어려웠다.
그런 페리에게도 가끔은 말을 하기 싫은 날이 있다.
단장의 칭찬도 귀에서 겉돌고, 바나나의 단맛도 느껴지지 않는 날 말이다.
그런 날, 억지로 무대에서 춤을 추며 말하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런 페리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단장은 페리의 등을 떠밀었다.
페리가 무대에서 입을 열지 않은 날에는 바나나를 주던 단장의 손에 채찍이 들렸다.
그런 날, 페리의 등에는 빨간 상처가 진했고, 바나나를 받지 못해 속은 꼬르륵거렸다.
눈물에 지쳐 구석에서 잠을 청하던 페리의 귀에 소곤대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인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니, 다른 원숭이들이 모여 있는 구석에서 나는 소리였다.
”에고 불쌍한 페리 녀석, 매일 혼자 고생하는구나 “
”혼자 바나나를 독차지할 때부터 나는 저럴 줄 알았다고”
사람 말은 전혀 할 줄 몰랐다고 생각했던 원숭이들이 어두운 우리 구석에서 사람의 말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가뜩이나 큰데, 놀라서 더 커진 두 눈을 뜨고 페리가 천천히 다가가며 외쳤다.
”너희들, 사람 말을 할 줄 알았구나! “
”그래, 사람 말쯤은 다 할 줄 안다고. “
페리는 털썩 주저앉으며 다시 물었다.
”그런데 너희들 왜 사람 말을 안 했어? 단장님이 계속 칭찬하고 바나나도 많이 주는데.”
페리의 물음에 구석에 있던 덩치가 큰 원숭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대답했다.
“그거 할 줄 안다고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는 누구보다 네가 잘 알 텐데.”
옆에 있던 암컷도 거들었다.
“그래. 사람 말 모르는 척하는 지금이 나쁘지 않은데, 굳이 단장 칭찬 듣고 바나나 먹으려고 고생할 필요 뭐 있니.”
암컷은 페리 옆에 앉아 페리의 상처를 핥으며 말을 이었다.
“원숭이 우리 밖의 칭찬에 취하면, 우리 원숭이들이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를 잊어버리니까 조심해”
그렁그렁한 페리의 큰 눈에 일렁일렁 등잔 불빛이 어른거린다.
그날 이후로 남쪽 서커스 단에 사람 말을 하는 원숭이는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