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카페 좋아하세요?

카페에서 쓰는 카페 예찬론

by 김대호

제가 좋아하는 단어는 ‘카페’입니다.

좋아하는 ‘장소’라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어린 시절 허구한 날 써먹던 ‘육하원칙’이라는 고루한 틀로 제가 왜 카페를 좋아하는지 말하려고 합니다.


우선 누구와 카페를 가느냐.

카페라는 공간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고, 대화를 나누고 싶고, 무언가 궁금한 사람과 가게 마련입니다. 웬만하면 내가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 카페를 갈 이유는 없습니다.

나아가 만약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없다면 혼자 가도 전혀 문제없는 공간입니다.

카페는 보기 싫은 사람과 마주하지 않을 소중한 권리를 보장합니다.


그렇다면 카페는 언제 가느냐.

카페는 정신없이 바쁘거나 여유 없을 때 찾지는 않습니다.

한가한 삶의 공백에 주로 찾게 마련입니다.

주말 오후 카페로 가는 시간부터, 다시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운 이유가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요즘 카공족으로서 카페에서 공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이런 개인적인 의미가 조금은 바랬습니다.

다시 여유로운 카페 생활이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카페는 어디에 있는가.

카페는 복잡한 도심에 촘촘히 박혀 있기도 합니다만, 제가 좋아하는 카페는 교외의 창 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맛집’ 카페들입니다.

높은 고지에서 바라다보는 도시의 야경, 넓고 파래서 가슴이 적셔지는 바다, 사계절의 변화가 창문 밖으로 보이는 모습까지.

카페 사장님들이 수많은 곳을 고심하다 골랐을 장소의 카페는 자리에 앉아 감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심신이 새로워집니다.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

예전 예능에서 카페는 초단시간 소규모 부동산 임대 사업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일차원적으로 카페는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간단한 음식만 파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하면 그 외에도 고요함을 부드럽게 다루는 엄선된 음악과 계절의 변화와 관계없이 조절되는 쾌적한 온도와 습도.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한 테이블 배치와 독서, 공부, 업무, 사색을 방해하지 않을 조도의 조명.

정리와 청소를 걱정하지 않게 하는 서비스까지 판매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음료값에 이러한 부가가치까지 누릴 수 있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카페는 어떻게 이용하는가.

카페를 이용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입니다.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카페를 이용하면서도 타인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까지만 이용하는 것이 이른바 카페의 ‘국룰’입니다.

우리 사회가 개인의 자유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까지만 인정하는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카페를 이용하는 법을 배울 필요도, 누군가에게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면 되니까요.

궁극적으로는 가기 싫으면 안 갈 자유까지 보장해 줍니다.


그럼 카페는 왜 가는가.

위와 같은 이유로 저는 카페 가는 것을 사랑합니다.

나아가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애정합니다.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읽는 책들, 공부하는 지식들,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들, 그리고 조용히 고민하고 삶을 돌아보는 사색들.

귀를 편안히 덮는 음악과 적당한 조명, 각자 무언가에 집중하는 사람들과 그들이 즐겁게 나누는 대화들.

그리고 향기로운 커피까지.

‘카페’라는 단어만 들어도 제가 기분이 좋아지고 설레는 이유입니다.


이 글도 카페에서 썼다는 사실을 최후 변론으로 제시하며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글쓰기를 사랑하는 분들도 나중에 어느 카페에서 우연히 뵙기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소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