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묻는 목소리의 채록본
삶의 많은 변화가 중첩되어 올바른 방향이 어느 쪽인지 헷갈리는 요즘 우연히 어떻게 살지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첫 번째 목소리는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것이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은 제목을 정확하게 기억하기 어려워 ‘어떻게 그렇게 살 것인가’, ‘그대들은 그렇게 살고 있나’ 등 헷갈리는 이름으로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기라성 같은(일본 작품이니 이런 표현을 써본다) 작품들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의 밸런스가 잘 잡힌 애니메이션을 기대했다.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영화를 감상한 많은 이들의 호불호가 갈리고 각자의 감상과 의견이 대립하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조금 더 생각해 보면 평생 찬사를 듬뿍 받은 대작을 쉬지 않고 만든 감독이 대중들의 필요에 따라 그런 작품 하나 더 만드는 것은 감독 개인적인 욕구 충족에 큰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그렇기에 열심히 일하고 이제 물러서고 싶은 거장에게 마지막까지 똑같이 일을 하라고 요구하면 안 될 일이다.
불친절하긴 하지만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아름다운 작화를 통해 담아낸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모든 애니메이터와 스태프들이 거장의 스토리와 방식에 대해 동의를 했을지는 의문이다.
내가 영화를 보기 전 대구 치맥축제 치킨 콘테스트 2위를 차지한 치킨과 맥주를 먹고 영화를 본 나머지 잠시 졸았기에 이런 의문이 생긴 것은 아니다.
두 번째 목소리는 유시민 작가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작품을 통해서 듣게 된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유시민 작가님의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책을 다시 읽고 있었다.
읽는데 꽤 오래 걸렸는데 재미가 없거나 흡입력이 없어서는 절대 아니고, 요즘 이래저래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개인적 변명을 해본다.
누구도 똑같을 수 없는 자신만의 삶을 산 유시민 작가님이 삶을 괜찮게 사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라는 본인의 생각을 설파(?)한다.
작가님은 크게 삶을 구성하는 요소를 놀이와 일, 사랑, 연대로 나누어 각각의 의미와 적절한 방향에 대해서 말하신다.
결국 삶은 유한하기에 하고 싶은 놀이와, 의미 있는 일을 하며 따듯한 사랑으로 삶을 채우고, 보편적 가치에 맞는 자신의 신념을 지니고 살기를 당부한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나 자신이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은 타인의 복지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타인의 복지를 위해 사적 자원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자발성’을 지닌 인간임을 알 수 있었다.
사회적인 현상과 뉴스를 보며 느끼는 감정과 반응의 근원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목소리는 어제 탑승한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였다.
대전 시내에서 자운대로 오는 길에 잡은 택시에서 딱 봐도 손님들과 대화를 나누길 좋아하시는 기사님과 만났다.
기사님은 자운대라는 지명을 듣자마자 아이고 돌아오실 때 콜 잡아주셔야 합니다. 라는 달갑지 않은 인사를 건넸다.
순간 빨리 대화를 끊고 싶어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데 생각과 달리 이 분 말투와 대화 내용 하나하나가 구성지다.
어찌하다 보니 그분의 이야기를 스마트폰으로 채록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래는 기록한 채록본.
74 살 너무나 정정하신 기사님.
살면 어떻게 살다 죽을 것인가.
요새 친구들이 다 죽는다.
친구들과 주말마다 택시로 내가 운전하고 전국을 돌아다닌다.
땅끝마을 세 번 갔다.
태평동에 많은 부자 친구들은 가진 거 아까워서 못 죽는다.
그런 친구들은 막걸리도 얻어서 처먹는다.
없는 사람들이 더 즐겁게 지낸다.
전국 어디를 가도 나이 들어서 다 깎아준다.
강원도 2박 3일 , 떠날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웃으면서 온다.
가덕도 대교다리 기가 막히게 잘 만들었다. 만원이 안 아깝다.
(나는 멋 모르고 거제도 갈 때 가덕도 대교 탔다가 아까워서 죽을 뻔했다.)
관광지에서는 무엇을 사 먹는 게 아니다. 맛없고 비싸기만 하다.
기사식당 해물탕 5만 원 겁나게 맛있다.
음식은 역시 전라도 음식이다.
자운대는 원래 유성읍이었고, 호랭이 나온다고 했었다.
이 대목에서 택시가 숙소에 도착하여 대화를 마칠 수밖에 없었다.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오며 상상했다.
택시 기사님이 모는 택시에 미야쟈키 하야오 감독과 유시민 작가님 그리고 조수석에는 내가 탑승하여 남해 해안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기사님은 겁나게 맛있는 남해 음식을 계속 소리치고, 옆에서 유시민 작가님은 낚시 명당을 소개하면서 뒷자리의 미야쟈키 하야오 감독은 담배를 피우며 창밖을 감상하는 택시 안.
나는 조수석에서 세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세 분이 말한 삶의 가르침은 ‘지금,여기에서‘ 로 결국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이야기.
가을 남해 바다가 푸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