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죽은 힘이 세다

엄마의 시간 4.

by 율팬



저녁에 흰 죽을 끓였다.

조금 달군 냄비에 참기름 반 스푼 넣고

불린 쌀 한 컵을 넣어 볶다가

물을 두 컵 넣고 잠깐 끓이다

6배 정도 물을 더 넣었다.

밥물이 넘친다 싶으면 불을 낮추고

센불에서 중불, 그리고 약한 불에

20분 정도 끓여 내니

맛있는 흰죽이 완성되었다.


딱딱했던 쌀알은 물을 만나고

뜨거운 불을 만나

부드러운 죽으로 바뀌어 갔다.

참기름은 쌀알을 만나

기꺼이 제 한 몸 녹아들어 죽의 맛을 더했다.


끓어오르는 죽을 보며 생각했다.

사람도 이러하지 않을까.

견디기 힘든 날들

제 고집 버리고 어울려야

뜨겁고 차가운 것들 견뎌

아픈 사람도 기꺼이 기운 차리게 하는

양식이 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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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나는 흰죽은 힘이 세다.

세상사에 속 아프고 기운 없는 사람에겐

소화시키지 못할 그 어떤 산해진미보다 좋다.


흰죽 되기도 어려운 세상

흰죽 같은 사람이 되자.

밤새 앓던 남편도 기운을 차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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