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거리 철거되는 집 앞 풀들에게

by 율팬


1.
얘들아 울지 마라
우리는 너희들을 잊지 않는다
지천에 널려 있던 쑥이며 냉이들아
햄버거, 피자에 잊혀졌다 서러 마라
우리는 너희를 잊지 않았다

우리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정갈한 손길로 식탁에 올리던 목숨들아
도시가 개발되고 부드런 흙땅 줄었다 해도
우리네 마음은 너희들을 그린단다


새봄과 함께 돋는 외유내강의 생명들아
우리를 우리에게 하는 어여쁜 아이들아



2.
잘 차려진 밥상 위에 손 안 대는 깍두기라도
구수한 된장국엔 너희가 으뜸이다.
사람이 때로 공기의 고마움을 잊는 것처럼
잠시 너희를 잊었을 뿐이다


음지에서 묵묵히 제 역할 하는 너희,
보이지 않는 너희는 우리의 아버지다


우리를 이 땅에서 자라게 하고,
우리를 이 땅에서 거두는 모든 것,
너희들이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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