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우스운 한 계절이 지나고 있어.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이 너무 따가와
소슬한 가을바람에 잠시 맘이 동했었나 봐.
신발 밑창에 달라붙어 애 먹이는 껌처럼
그런 존재로 이 계절을 나고 있었던 거 같아.
미처 몰랐는데 오늘 아침 차가운 냉기에 문득 깨닫고 말았어.
아무리 단풍 곱게 물들인다 해도
하늘 높이 고고한 상록수처럼
나는 하늘로 오르진 못해.
당신에게 조금도 다가갈 수 없어.
무심한 당신은 잠시 가을날
찬연하게 부서지는 햇살에 붉어진 내 빛을
잠시 바라보나 했더니 황량한 계절 속으로
서둘러 떠나버리네.
삭신이 오그라들고 거죽은 메말라
더 이상 나는 가을의 여왕이 아니야.
나는 말없는 이별을 고하네.
이리저리 사람들의 발걸음에 채인 뒤
따스한 봄볕이면 다시 꿈을 꿀 테지만
새해 새 봄날의 나는 내가 아니고
그땐 이미 다른 몸. 다른 이가 될지 몰라.
장담할 수 없는 내일을 영원이란 말로
사람들은 허상을 꿈꾸곤 하지.
참 공허한 겨울이야.
얼마나 어리석은 가을날의 꿈이었던지.
참 우스운 한 계절이 지나고 있어.
너무나 달콤하고 아름다웠던
참 허허로운 한 계절이 지나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