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이병률 - 사람이 온다
요즘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 시 한 편이 있다.
이병률 시인의 ‘사람이 온다‘
이 시는 하트시그널에서 한 번 소개 되며, 많은 사람이 알게 된 작품이다.
요즘 정말 사람에 대해서 잊고 산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거나 누군가와 편하게 보는 것도 낯설게 느껴진다.
사람에 대한 생각은 줄고 눈앞에 놓인 현실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 찰나에, 이 시를 접하게 되니 골똘히 생각하고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이 시에서는 평범한 일상에서 내가 기다리는 사람이 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생긴다고 말한다.
멀리서 보면 대부분 사람은 결핍이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혼자만으로는 무언가가 불완전하게 느껴진다.
즉, 모든 인간은 각자의 연약함이 있고 어떤 부분은 결여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고 그 문은 오직 다른 사람만이 대신 닫아줄 수 있다.
사람이 온다 - 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훑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 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잎들을 매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