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을 비우고 나야 알게 되는 것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조지 클루니 주연의 영화 ‘인디에어’를 봤다. 조지 클루니는 해고 컨설턴트이자 동기부여 강사로, 영화 내내 멋진 말을 내뱉는다.


그중 한 대사에서 여운이 남는다.


“최근에 깨닫게 된 게 있어. 배낭을 비워야 안에 뭘 넣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것 같아.”


서랍을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었다가도, 그 안에 물건이 가득 차 있는 것을 보면, 어찌해야 할지 모른 채 한참을 망설이게 된다.


그 안에 있는 물건의 배치를 옮겨보고 서랍 뒤쪽으로 미뤄보고 해도 결코, 정리된 느낌이 없다.


그렇게 한참을 헛수고한 후에야 방바닥에 서랍의 물건을 전부 쏟아 버린다.


다 쏟아 버리고 나서야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가닥을 잡게 된다.


배낭을 비워야 안에 뭘 넣어야 하는지 알게 된다는 말이, 내게 하는 말 같이 들렸다.


요즘 일상에서, 길을 잃은 기분을 자주 느낀다.


매일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고군분투하지만, 얼마 못 가 어디인지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앞으로 가고 있을 때 드는 막연한 두려움 같은 거다.


무엇을 넣어야 하는 지 모른 채 배낭을 채우다 보니 이제는 뭐가 들어 있는지 조차도 모르게 된 것 같다.


이제는 배낭을 말끔히 비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집착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내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으면, 오히려 두려움은 더 커진다.


그래서 많은 것을 담는 것보다, 필요한 것을 담는 게 중요하다.


인관 관계도 마찬가지다. 너무 많은 관계를 갖다보면, 어떤 관계가 내게 중요한 건지 판단력이 흐려진다.


결국,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관계를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관계들이 소원해지고 비워지고 난 후에야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관계가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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