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속성(character) 바로 알기
문득, 3년 전 이맘때쯤 작성했던,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 관계에서 찾는 행복’에 이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행복한 삶에 있어서 관계(공동체)가 중요하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행복한 삶을 사는 요소로 ‘자신의 속성 바로 알기’를 추가하고 싶다.
더불어, 이제는 ‘행복한 삶을 산다’라는 말보다 ‘행복한 삶을 누린다’라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으로 느껴진다.
‘누리는 삶’이란 어떠한 순간에도 스스로 기쁨을 느끼는 환경을 만들 수 있고 이에 대한 통제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말한다.
결국, 행복을 누리는 것은 얼마나 자신에 대해 많이 인지하고 있고 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핵심일 것 같다.
나는 자신의 속성을 바로 알고 삶을 누리는데 ‘사소한 감정에 귀 기울이기’, ‘재능(강점/약점)에 대해 인정하기’, ‘가면 벗어던지기’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스스로 솔직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스스로 느끼는 사소한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꺼내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한국 사회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감정은 하나의 끈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감정이 마비되면 다른 감정도 기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사소한 감정에 귀 기울여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할수록 삶은 생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이는 우리가 원래 만들어진 모습대로 다시 회복되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물론, 자신의 사소한 감정에 귀 기울인다는 것은, 타인의 작은 감정도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자기 인지는 곧, 타인의 존재에 대한 인지이기도 하므로 성숙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과거에 쓴 ‘재능(Talent)에서 역량(Competence)이 되기까지’에서 나는 우리 인간이 가진 모든 재능이 다르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 바가 있다.
자신의 재능에 대해 아는 것의 핵심은 ‘경험과 노력’이다. 이것은 삶을 간단한 공식으로 여겨 쉽게 얻으려는 방식과 대조된다.
수많은 경험과 인내, 실패와 성취를 통해 자신의 재능에 대해 구체적이고 다면적으로 이해하는 과정이다.
재능을 발견한다는 것은 다양한 상황에 정면으로 맞서서 부딪혀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자신이 잘하는 영역(예: 커뮤니케이션, 전략적 사고 등)과 미흡한 영역(분석력, 꼼꼼함 등)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을 때 약점을 보완하려 애쓰기보다 강점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재능이란 내가 이 남보다 더 쉽게할 수 있는 영역이고 그저 나의 부족한 부분을 다른 사람으로 채우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재능이란 모두 다른 강점들이 모였을 때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약점을 애써 외면하지 않고, 인정하면 편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제는 재능을 어떻게/어디에 사용해야 될 지에 대한 고민만 남게 된다.
‘사소한 감정에 귀 기울이기’, ‘재능에 대해 인정하기’ 두 과정 모두 공통점이 있다.
스스로 자신을 솔직히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가면 벗어던지기’는 이에 대한 연장 선상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및 주변인들로부터의 기대로 인해 진정성과 자기를 잃어버린 모습을 청산하는 것이다.
타인의 기준에 나를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과 신념을 행동에 일치시켜야 한다.
인지와 행동의 부조화는 자기혐오를 불러일으킨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가식적인 행동은 성공의 공식으로 여겨지지만,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것처럼 비극적인 현실은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옳다고 믿고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여기서도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성경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타인의 눈을 의식하며 연극을 할 바에는 차라리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마 6:1-5). 이는 진정성 있는 삶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으로 보인다.
나 역시 완벽히 100% 자신을 인지하고 행복한 삶을 누린다고 말할 수 없다.
끊임없이 나 자신에 대해 배우고 고민하고 정립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럼에도, 삶을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특히, 최근에는 사소한 감정에 귀 기울이며 내 삶이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사소한 것에도 이렇게 많은 감정을 느끼는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더 알아가고 싶어 진다.
더불어, 타인에 대한 감정도 내 것만큼 소중히 여기게 되고 특별한 존재로 인정하게 된다.
결국,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은 타인의 존재도 함께 인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앞으로 3년 뒤엔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더 가까워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