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다 보니, 모임이 한 주에도 여러 번 있다. 그다음 날은 집에서도 주로 누워서 쉬고 회복되면 다시 또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것을 반복한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어느 순간에는 조금 힘겨울 때가 있다. 그래서인지 최근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사람들을 만났다고 해서 힘든 건 아닐 테고, 무엇이 문제일지 차근히 생각해봤다.
한참을 생각하다 이른 결론은, 내 일상은 바쁘고 분주한데, 그 안에 내가 없다.
풍족한 상태의 나를 떠올려보니, 글을 쓰고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좋은 향도 만끽하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최근에는 밖에서 돌아오면, 지친 몸을 달래려 그저 누워 있기에 바빴다.
반복적으로 쉬다 보면, 이제 쉬는 게 습관이 된다. 몸이 힘들어서 쉬는 것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주는 안락함에 중독되어서 쉬게 된다.
그러면 다시 또 나를 돌보는 시간이 생략되고 일상이 단조로워진다.
결국, 밖에서의 활동이 문제가 아니라, 나를 돌보지 않은 게 문제다.
고향에 다녀오는 길에, 맥주 3캔에 말린 바나나칩을 샀다.
맥주를 한잔하고 음악을 들으면서 책 읽고 글 쓸 시간을 떠올리니 치료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원래였으면, 먼 길을 다녀왔다는 핑계로 계속 누워있었을 텐데 조금 변화를 줬더니 정신이 말끔하다.
그래, 마음의 문제를 치료할 때는 역시 사소한 일상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나의 삶에서 내가 제외되면, 의미가 없고 다른 무언가에 의존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것에 내가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지고 사랑을 나눠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