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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마지막 챕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

2021년 마지막 챕터에 다다랐습니다.


언제부터 한 해의 마무리 글을 썼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이 글을 써야만 2021년이란 책을 덮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한 해를 돌아보면, 별의별 일이 많았지만 적어도 시작할 때의 저와 지금의 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0년 즈음부터 매일 긴 터널에 갇혀있는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자책하는 시간이 많았고 나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모습으로 사는 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고 그냥 주변 사람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슴 한 쪽에 두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불편한 마음에 생각을 더하고, 그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어 더 의기소침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끝날 것 같지 않던 그 시간은 언제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나 있었고 저는 더이상 터널에 머물지 않게 됐습니다.


매주 글을 쓰고 매달 칼럼을 기고하고 커리어의 전문성은 더 견고해지고 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더 많아졌습니다.


이전보다도 더 좋고 큰 에너지가 제 안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을 통해 제가 얻은 메시지는 많지만, 한 가지 절실히 느낀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해결 못 할 악운은 없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것처럼, 가장 어려울 때가 바로 회복이 시작되는 지점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제가 번데기에서 나와 나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그 어려운 시간이 제게 준 교훈을 벗 삼아, 겸손한 삶이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구독자분들의 삶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 제가 알 수는 없지만, 인생도 계절과 같아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다시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옵니다.


겨울의 추위는 고통스럽지만, 봄의 감사함을 더욱 절실히 느끼는 시간이겠죠.


사람이라는 게 관계로부터 고통받지만, 결국 회복마저도 인간을 통해서 하게 됩니다.


어려운 시기에 놓여 있더라도 인간에 대한 알량한 기대는 하기를 바랍니다.


2021년에도 한없이 부족한 제 글을,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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