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주말과 다르지 않게 늦잠을 잤다.
평소였으면 금방 커튼을 걷고 하루를 시작했을 텐데, 한껏 추워진 탓인지 이불 속에서 몇십분을 빈둥거렸다.
주말 아침에는 빵을 굽고 커피를 내려 마심으로써 하루를 시작한다.
지난밤에는 올해 들어 눈이 가장 많이 와 창밖에는 하얀 세상이 펼쳐져 있다.
주말에는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맨몸 운동을 하고 시간에 맞춰서 가정 예배를 드렸다.
보통의 주말 일상처럼 글 쓸 채비를 마치고 동네 카페로 향했다.
밖에서 볼 때는 눈이 많이 와 예뻤는데, 그런 감정도 잠시 신발이 젖기 시작해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카페로 가는 길에는 공사장이 많아 위험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러던 중 공사장 바로 앞에 약 1미터 남짓한 대형 눈사람을 발견했다.
코트를 입은 듯, 몸통에는 단추가 여러 개 있고 웃는 얼굴에 앙상한 가지로 양쪽 팔을 만들었다.
문득, 눈사람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 그때도 이 정도 추위에 한 해가 가기 직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이왕 만드는 거 크게 만들어 보겠다고 이른 저녁에 시작해, 자정까지는 굴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그 무거운 눈사람을 아파트 단지 앞으로 옮겼고 조금이라도 천천히 녹으라고 목도리를 둘러줬다.
그때 눈사람을 만들고 너무 힘들어 다시는 만들지 않겠다 다짐했던 것 같은데,
지금 그때의 기억을 되돌아보면, 가슴 한쪽이 따뜻해진다.
지나고 보니 언제든 꺼내서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진한 여운이 되었다.
원래 인생이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는 이게 좋은 건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반드시 그 시점이 끝나고 시간이 지나야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의 주말이지만, 내 마음은 여느 주말과는 조금 다르다.
내 마음에는 온기가 있다.
다시 또 그런 눈사람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