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에게 연락이 왔다.
“준범이는 납치되었으니, 1억을 보내줘라.”
조카의 장난이 귀여워서,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와 이야기를 하기도 전에, 조카는 전화기를 뺏어 얼른 돈을 보내라고 보채며, 자기 할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다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엄마가 혀를 내두르면서 말했다.
“요즘 준범이 장난도 너무 많이 치고 친구들이랑도 말싸움도 많이하고 정신이 없어. 어제 놀러온 친구한테 물어봤는데, 장난치다가 선생님한테도 혼났대.”
“그래도 준범이 자신감이 많이 생겼네.”
“말도 마. 자신감이 너무 넘쳐서 문제야.”
그리고는 이런저런 일상 이야기를 하다가 끊었다.
한 6개월 전쯤이었나, 우리 가족은 준범이의 부족한 자신감 때문에 밖에서 의기소침해 있는 것을 걱정했었다.
근데 고작 6개월만에 이제는 너무 큰 자신감을 걱정하게 됐다.
그때는 이게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걱정이다.
어떤 때에는 좋은 것이었다가, 어떤 때에는 그게 과해서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인생은 참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결국엔, 그 시기만 지나면 되는 것이다. 멀지 않은 그 시기만 잘 지나면, 가장 큰 걱정 거리였던 것 마저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된다.
지금 나의 걱정도 별일이 아니고, 지금 나의 좋은 것도 별일이 아니다.
대부분 일은 별일이 아니기 때문에 너무 그 순간에 빠지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저 그 시기만 잘 지나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