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간만에 노래방에 갔다.
마냥 편하기만 한 사람들이었고 평소 정적으로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적당히 몇 곡 부르고 앉아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적당한 취기가 있어서 인가, 한 곡, 두 곡 하다 보니 주체하지 못하는 텐션으로 놀다가 나왔다.
정말 재미있게 놀다가 나와서 그 여운이 남아 기분이 좋았지만, 아침이 되니 좀 부끄러웠다.
평소와 너무 다른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 마음에 쓰였다.
창피한 나머지, 그냥 어제 노래방의 일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이야기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러다가 상대방에게 예상치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어제 평소랑 다르게 열심히 놀아서 재미있었어.
상대방이 평소와는 다른 나의 모습에 실망하거나 부끄러워할 줄 알았는데,
좋았다고 말해주니, 불편한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때부터 그동안 참아왔던, 노래방 이야기를 신나게 했다.
너무 즐겁고 행복했다고.
나는 나의 여러 면 중에서, 좋다고 생각하는 면만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문득 나의 다른 면이 튀어나왔을 때 한참 동안을 후회하게 된다.
다시 생각해보면, 몇 가지 면만이 아니라, 자체를 받아들여야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그리고 부끄러운 면마저도 좋게 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이다.
나 혼자였으면, 자책하고 말았을 텐데, 또 다른 사람으로 인해서 다시 배우게 된다.
어젯밤은 이제 진짜 행복한 기억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