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일상으로 떠나는 여행, 종로

사색이 주는 즐거움

날씨가 포근해 벚꽃이 만개하니, 걷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제주-대구-부평-용인으로 이어지는 힘든 출장 일정이 마무리되어,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무작정 종로3가역에 내려 2번출구로 나갔다.


종각역 방면으로 생각 없이 걷다가 보니, 도심에서 볼 수 없는 낯선풍경이 나타났다. 종로 한복판에 닭이 뛰어다니고 있다. 신기해서핸드폰을 들었다. 닭들이 콩콩 뛰어 어느 허름한 가게 앞 작은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 가게에는,


“애완 닭, 손대지 말자, (손대면닭들이)공격함 살점 떨어짐”
<종로를 활개치고 다니는 애완 닭들, 살점 떨어질 수 있으니 절대 만지지말 것!>

이라고 마치 닭을 독수리라도 되는 것처럼 맹수로 표현해놓은 것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전혀 뜻밖의 광경이라, 자주 걷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관광지를 방문한 관광객의 기분이 들었다.

조금 걷다 보니, 매일 무심코 지나쳤던 창경궁이 보였다. 생각보다 크고 웅장한 탑이 있어서 멋지다는 느낌을 받았다. 핸드폰 타이머 모드로 촬영 버튼을 누른 후 재빠르게 뛰어가 포즈를 잡았다. 처음 사진이 마음에 안 들어 3~4번 정도 반복해서 사진을 재촬영했다. 다음 순서를 기다리는 외국인커플에게 눈인사로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3~4번만에 찍은 사진, 창경궁>

마침내 찍힌 사진은 꽤 마음에 들었다.


약속 시각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내 발이 어디까지 닫을지는 모르지만 일단 삼청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걸음씩 주변의 위부터 아래까지 자세히 살펴보며 걸었다. 마주하는 사람들의 표정과 발걸음을 살피며 걸었다. 종로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3~4년 전쯤 빌딩 조사를 하면서 돌아다니던 때보다 많은 건물이 들어섰고 길이 생겼다. 이 오래된 곳도 변하고 발전하는구나 새삼 깨닫게 된다.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나처럼 고민이 많아 보이는 사람, 기쁨에 가득찬 사람, 즐거운 사람,화가난 사람, 슬퍼하는 사람, 감정이 소진된 사람처럼 말이다. 잊고 있던 다양한 감정이 상기된다.


인간의 모든 감정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어느 한 감정이 마비되면 모든 감정이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을 상기시키는 일은 어찌보면 인간다움을 되찾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삼청동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낮은 담, 저층 건물, 오르막과 내리막 길, 분식집, 길거리 상점, 벽화 등 나를 반갑게 맞아 주는 듯하다. 여의도의 높은 건물, 화려한 상점 등은 언제 봐도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삼청동은 정확히 그 반대다.


그래서 걸을 맛이 난다.


삼청동을 크게 한 바퀴 돌아 국립민속박물관 쪽으로 나왔다. 23살때, 대학교 과제를 하기 위해 국립민속박물관을 방문하며 삼청동을 처음 오게 된 기억이 떠올랐다. 돌아, 나를 처음 이곳에 부른 곳에 이르렀다니, 기분이 묘했다.


걷다 보니 6시 30분이되었다. 약속 시각이 얼마 남지 않아 아쉬움을 뒤로한 체 다시금 빌딩이 쭉 늘어진 종각역 쪽으로 향했다.


이 세상에 의미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라는 말이 있다. 매일 걷고 보고, 경험하는 서울이지만 자세히 보니 각자가 다른 의미로 내게 다가온다. 결국, 의미와 가치를 받아들이는 것은 타자가 아니라, 내 몫이다.


“내 마음 말고는 바꿀 수 있는 것이 없다.”라는 격언이 떠오른다.


늘 같은 곳, 풍경, 길, 일상이지만, 그것을 여행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내 선택이다. 가끔은 이런 일상으로 떠나는 여행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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