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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희 Apr 13. 2021

그날에 대한 고백

나는 쓰레기다.

그날이 온다.


7년 전 2월 어느 날...

제주 DAUM으로 이직을 하고 입사한 그날로 기억된다.

팀장과의 면담이 있었다.

3개월 수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면수습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나의 입사시험 코딩 테스트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불안한 기운이 내 온몸을 감쌌다.

담배를 물고 생각하다가 토악질도 했던 것 같다.

가족 전체가 제주로 이주를 결정했고 곧 내려올 텐데...

만약 면수습이 탈락이면...

우리 가족은 어떻게 되는 거지?

며칠 지나지 않아 업무에 대한 변경을 통보받았다.

Android 개발자인 내게 iOS 개발을 하라고...

날벼락이었다.

앞선 면수습 이야기와 뒤섞여서 나는 불안에 떨었다.

급하게 지인에게 추천받은 책을 사고 읽었다.

머리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입사 보름 후, 가족들이 제주에 도착하였다.

너무나 반가웠다. 눈물이 났다.

iOS 개발해야 한다. 우리를 위해서!

그리고 며칠 후...

다시 Android개발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하...

지옥을 다녀온 것만 같았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이제 면수습만 하면 된다!!!

내 능력을 증명하기만 하면 된다.

 


열심히 일했다.

정말 운이 좋게도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훌륭한 스승님을 만났다.

그의 코드는 정말 우아했다.

나의 울타리가 넓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 이렇게 하면 면수습은 통과다.


입사 3개월 차...


그러다 그날이 왔다.

처음엔 전부 구조라고 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 모두가 슬퍼하였다.

우리 아내, 아들, 딸도 엄청 울었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나에게는 슬픔이 오지 않았다.

아니 외면했다.

오로지 면수습뿐이었다.


그런 생각으로 다음날 출근하였다.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일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기획서 한 부분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기획업무를 맡은 동료에게 찾아갔다.



그런데 그는 자리에서 울고 있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은 해야지라는 뉘앙스로 말을 건네고...

뭐라 뭐라 내 의문을 풀기 위한 질문을 하고...

눈물을 닦으며 말해준 그의 답을 듣고 자리에 왔다.

그리고 일을 했다.



일주일여 후...

면수습을 통보받았다.


기쁘지 않았다.

안도감 같은 것도 들지 않았다.

그냥 눈물이 났다.

그렇게 4월 말 깊은 밤...

나는 담배를 물고 울면서 노형동을 걸었다.  



그 후로 그 기획자를 만날 때는 늘 부끄러웠다.

날 사람으로는 생각했을까?

자격지심이 내 맘속에 늘 맴돌았다.

제대로 사과라도 했어야 했다.

사람이라면 말이다.


지금도 구구절절 변명이 길다.

면죄부를 얻고 싶은가 보다.

그래도 꼭 이 말씀은 전하고 싶다.

너무 늦었습니다.
그때 당신에게 모질게 굴어서 죄송합니다.




2014년 4월 16일.

그 이후 나는 그 날을 외면하려 했었다.

그렇지만 외면할 수 있지가 않다. 

그날 나는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랬어야 했다.

아직도 이기적인 그때의 내가 너무나 밉다.

그저 나의 안위만 생각했던 나는...

참으로 무서웠을 그 순간의 아이들에게 한없이 미안해져서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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