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네요.
나는 세 곳의 직장에서 일을 했고, 네 번째 직장에서 일하고 있어요.
나는 첫 직장에서 3년 조금 못 미치게 일했어요.
작은 벤처였고, 자유로운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나는 양복을 입고 다녔어요.
시골 부모님들이 대게 그러하듯...
대학을 나와 번듯한 회사에 취직을 해서
양복을 차려입고 서류가방을 손에 들고 출근하는 아들에 대한 기대가 있으셨어요.
옷 때문이었을까요?
나는 다소 경직되고, 위계질서를 철저하게 따랐으며 막내로서 시키는 일은 뭐든 다 했어요.
나를 굉장히 바보스럽게 포장하거나, 순진한 척을 많이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을 팡팡 칠만한 짓거리들도 많이 했어요.
나는 결혼하기 일주일 전에 사표를 냈어요. 일에 대한 자부심 같은 것이 없었어요.
그 일은 19금 모바일 서비스입니다.
아직도 그 때의 동료분들은 서로 만나고 하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 자리에 끼는 게 어색해요. 그분들이 기억하는 나와 진짜 나와의 거리가 너무 멀어요.
나는 석달 신나게 놀고 두 번째 회사에 입사했어요.
아무것도 모르던 처음과 달리 두려움이 있었어요.
난생 처음 보는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기는 참 어려운 일이에요.
모든 것이 조심스럽죠.
게다가 나는 말을 잘 하는 편이 못 되기 때문에 더 어려움이 있었어요.
나는 위트 있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무조건 호감이 생겨요. 내 글에 카톡 스티커가 많은 이유도 사실 위트 있어 보이려 하기 때문이에요. 언제쯤이면 이런 거적떼기를 걷어 낼 수 있을까요?
그나마 담배를 피우기에, 흡연하는 분들과는 어색하지 않게 지낼 수 있는 행운(?)이 있었어요.
또한 이 시기에는 아내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나마 말과 행동에서 과장, 포장을 덜어내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냥 솔직한 것이 최선이라는 것을 조금씩이나마 알게 되었죠.
SNS의 도움으로 아직까지 연락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7년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둘 때는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보다, 일에 대한 아쉬움이 많았어요.
내가 하던 일에 자부심이 있었거든요.
세 번째 이직 할 때 나는 하루도 쉬지 않고 바로 입사했어요. 내가 해야 할 일이 있고, 빨리 해내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이번엔 함께 이직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훨씬 수월했어요.
새로운 만남도 겁나지 않았어요. 함께였으니까요.
나이도 점점 먹고, 나름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데 서울 생활이 힘들게 다가왔어요.
나날이 오르는 전세가격.
출퇴근 왕복 3~4시간에 지쳐가는 나.
학교생활을 시작한 큰 아이.
어린이집에 들어가야 될 시기의 둘째 아이.
아내가 제주 한달살이 프로젝트를 해보겠다고 했어요.
나만 남겨두고 애들과 갈 생각을 하다니...
흠좀무. 가면 안 올것 같은 느낌적 느낌...
결코 쉽지 않았던 결심...
그리고, 엄청난 행운으로 나는 지금 여기서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첫 취직부터 세번의 이직 모두 행운이 없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에요.
그 행운에게 감사해요.
행운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
마무리가 쉽지 않네요. 글쓰는 건 참 어려워요.
작가님들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앞으로 또 이직을 하게 될지 아닐지 알 수는 없어요.
행운이 계속 내게 와준다는 보장도 없잖아요?
벌써 네 번이나 와 주셨으니...
그리고, 현재는 일단 그럴 마음이 없어요.
그냥 열심히 일 할래요.
지금에 만족하고 감사해 하면서요.
미래를 걱정해봐야 뭔 소용이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