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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드는 용기

원티드 디자인 시스템 10주년 이야기

by DataSopher


"좋은 시스템은 ‘멋진 디자이너’를 위한 게 아니라 ‘모든 디자이너’를 위한 것이다."

이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원티드의 디자인시스템 팀은 지난 1년간 무려 70여 개의 컴포넌트를 만들고 다듬었다.

이건 단순히 ‘UI 구성요소를 많이 만들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건 ‘협업의 언어’를 새로 만드는 일이었다.




1. 시스템이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어렵다


시작은 단순했다.

"디자이너들이 쉽게 쓸 수 있는 컴포넌트를 만들자."

하지만 곧 깨달았다. 완벽을 향한 열정이 복잡함을 낳는다는 사실을.


컴포넌트에 옵션이 늘어날수록 Variant가 20개, 30개로 늘어날수록

“이건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하지?”라는 한숨이 늘어갔다.

결국 사람들은 ‘그냥 새로 만들자’로 돌아섰다.

시스템은 있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시스템이었다.


이건 모든 조직이 겪는 문제다.

‘완벽함’이 ‘활용도’를 삼켜버리는 순간 말이다.




2. 복잡함을 줄이는 용기


팀은 결정을 내렸다.

Nested 옵션을 줄이자. 교육을 늘리자.


이건 “기능을 줄이자”는 게 아니라

“두려움을 줄이자”는 선택이었다.


디자인 시스템이란 결국 ‘도구’가 아니라 ‘신뢰의 체계’다.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어야 협업이 굴러간다.

그렇게 시스템의 문턱이 낮아지고 드디어 사용 빈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3. 그리고 새로운 혼돈의 시대가 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시스템이 많아질수록 커뮤니케이션 비용은 폭발했다.


Variant 이름 하나 정하는 데 일주일,

사이즈 이름이 Tiny냐 XSmall이냐로 끝없는 논쟁.

어쩌면 이건 낭비처럼 보이지만 실은 ‘팀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팀은 매일 오전 스크럼에서 논의 내용을 공유하고,

결정된 사항을 다시 복기했다.

그 반복 속에서 시스템은 단단해졌다.


‘불필요한 회의’가 아니라,

‘깊이 있는 대화’가 쌓여 팀의 언어를 만든다.




4. 오픈소스로 공개한다는 건 일종의 선언이다


그들은 결국 그 어렵게 만든 시스템을 세상에 열었다.

왜?


"우리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 수 있었듯,

누군가도 이걸 통해 더 나은 하루를 만들 수 있기를."


오픈소스 공개는 기술의 공유가 아니라

문화의 공유다.

“우리의 일하는 방식을 세상과 나누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의 진심.

“언젠가 이 팀을 떠나도 이 시스템을 기억해주길.”

그게 바로 원티드가 오픈소스를 연 이유였다.




5. 아직 끝나지 않은 여정


디자인 시스템은 완성된 게 아니라 ‘살아있는 유기체’다.

새로운 컴포넌트가 생기고, 문서가 정리되고, 온보딩이 개선된다.

그 모든 과정은 ‘사람’을 위한 일이다.


시스템은 도구지만,

그 도구를 믿게 만드는 건 사람의 마음이다.




이 이야기는 디자인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지만

사실 모든 팀, 모든 조직이 공감할 이야기다.


‘단순함’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

‘신뢰’를 쌓기 위한 대화,

‘공유’를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게 바로 원티드가 10년 동안 걸어온 길이자

앞으로의 10년을 여는 진짜 디자인일 것이다.






#원티드 #팀문화 #협업의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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