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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시장 vs AI시장” — 우리는 어디에 설 것인가

by DataSopher


“인간시장 vs AI시장” — 우리는 어디에 설 것인가


미국에서 신생으로 생겨나는 팀을 보면 진짜로 “상급 개발자 1명 + 관리자 1명”만 남겨도 웬만한 제품은 굴러갑니다. 속도가 다릅니다. AI가 설계 초안 만들고 코드 뼈대 짜고 테스트 케이스까지 던집니다. 평균이 빨라진 게 아니라 바닥이 솟아올랐죠. 그러면 질문은 단순해집니다. 이제 신입은 어디서 자라날 수 있나? 어떤 업이 살아남나?


저는 앞으로의 노동시장을 세 갈래로 봅니다. 인간시장, AI시장, 그리고 섞이는 시장.

인간이 인간을 고용하는 장면은 줄고, 인간이 AI를 고용하거나 심지어 AI가 인간을 고용하는(플랫폼·콘텐츠·마켓플레이스에서 작업을 배분하는) 장면이 더 흔해질 겁니다.




1) 인간시장은? 몸·현장·관계·책임이 중심인 일


컴퓨터와 거리가 멀다는 뜻이 아닙니다. 컴퓨터로 “대체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뜻입니다. 공통점은 네 가지예요.


몸: 현장성, 손기술, 촉. 배관·전기·설비·목공·요리·미용·재활·간호·유아/노인 돌봄 등.

관계: 신뢰를 쌓아야만 성과가 나는 일. 영업, 코칭, 중재, 상담, 교육, 지역사회 리더십.

맥락: 매뉴얼에 없는 사정을 읽어야 하는 일. 복잡한 민원 처리, 규제 해석, 이해관계 조정.

책임: 잘못되면 큰일 나는 일. 안전관리, 품질보증, 현장감리, 의료 판단.


여기서 신입은 여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영역은 정답보다 신뢰가 통화이기 때문이죠.

옆에서 보고 따라 하며 작은 책임을 받아 크는 도제 성장이 가능합니다. AI는 도와줄 수 있지만 ‘인간의 체온’을 대체하긴 어렵습니다.




2) AI시장은? 속도·실행·규모가 본질인 일


반대로 입력–출력이 뚜렷하고 결과물로만 평가받는 일은 AI의 놀이터가 됩니다. 대량 콘텐츠, 단순 리서치, 코드 초안, 문서 정리, 반복 설계… 이쪽은 신입 사다리가 무너질 위험이 큽니다.


오늘의 상급자 1명이 “AI 10대를 거느린 1인 팀”이 되면 과거의 10명 몫을 혼자 처리합니다.


그럼 여기선 누가 남을까요?

문제정의자와 품질책임자.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고 어디에 위험이 있는지 보고 최종 승인을 도장 찍는 사람입니다.

단순 실행이 아니라 판단·설계·감수입니다.




3) 섞이는 시장은? 인간이 AI를 고용하고, AI가 인간을 호출한다


이미 많은 일터에서 우리는 AI를 팀원처럼 배치합니다.

글, 코드, 디자인, 데이터 파이프라인… 필요한 순간마다 호출해 일감을 던집니다.

반대로 플랫폼의 추천·배분 알고리즘은 인간 작업자를 “호출”합니다.


핵심은 역할 재설계입니다.


예를 들면

1인 기획사 모델: 개인이 AI로 초안·리서치·시각화를 굴리고, 인간 동료는 검수·현장·관계에 집중.

초소형 핵심팀 모델: “상급 개발자 + PM”이 AI 도구 묶음으로 전체 밴드를 지휘. 외부 현장은 파트너가 맡음.

현장-데스크 듀오: 현장 인력이 데이터를 쌓고, 데스크가 AI로 분석·제안서를 자동화. 두 축이 함께 생산성의 상한을 올림.




4) 그러면 “컴퓨터와 멀리” 가는 전략이 답일까?


유혹적이지만 반만 맞는 얘기입니다. 컴퓨터와 멀리 가면 경쟁자도 AI의 혜택에서 멀어져 우리 역시 생산성 보너스를 못 받습니다. 대신 이렇게 바꾸고 싶습니다.


“실행은 AI에게 최대한 가깝게, 신뢰와 판단은 사람에게 최대한 가깝게.”


현장에 발 딛고 AI를 무자비하게 쓰는 사람이 유리합니다.

배관 기사라도 AI로 도면·견적·보고서를 자동화하고, 고객 커뮤니케이션 템플릿을 만들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5) 신입에게 필요한 “새 사다리” 7가지를 생각해보면?


1. 문제정의력: “무엇을 할지”를 문장으로 똑 떨어지게 쓰는 힘.

2. 현장 감각: 발로 측정하고 손으로 확인하는 습관(사진·기록 남기기).

3. 관계 설계: 첫인사부터 사후 피드백까지 스크립트 만들기.

4. 품질 체크리스트: 본인이 만든 기준으로 스스로 검수.

5. 짧은 글쓰기: 보고·요약·요청을 짧게, 그러나 오해 없게.

6. 작은 책임 수락: 작은 위험을 맡아 끝까지 책임져 본 경험.

7. AI 브리핑 기술: 원하는 결과를 뽑아내는 프롬프트와 예시 관리.


이건 거창한 재교육이 아닙니다.

내 일의 언어화·체계화입니다.

언어로 잡히는 순간 AI에게 넘길 부분과 내가 지켜야 할 부분이 분리됩니다.




6) 기업에게: 팀을 “판단–실행 분업”으로 재배치하라


상급 1 + 관리자 1 체제는 가능하지만 그 2명이 문제정의·품질·윤리를 책임져야 합니다.

그래서 신입을 없애지 말고 ‘인간시장’ 에서 키워 AI가 못하는 신뢰 자산을 쌓게 하세요.

KPI를 속도에서 신뢰·재구매·추천으로 옮기면, 사람의 자리가 버티는 구조가 됩니다.




7) 인간이 남을 자리는 줄지 않습니다. 모양이 바뀔 뿐이죠.


AI는 일에서 “힘”과 “속도”를 담당하고, 인간은 “방향”과 “의미”를 담당합니다.

실행을 빼앗기는 공포 대신 판단과 신뢰를 넓히는 기회를 잡아야 합니다. 저는 그래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인간시장은 여전히 크다. 다만 현장·관계·책임 쪽으로 이동한다.

AI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문제정의와 품질 보증을 자기 직업의 중심으로 옮겨라.

섞이는 시장이 표준이 된다. AI를 고용하는 개인이 이긴다.


여러분은 어떤 일에서 “AI가 끝내지 못하는 마지막 10%”를 보셨나요?

그 10%가 어쩌면 우리의 다음 직함일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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