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은 왜 AI로도 못 푸는가

‘기술’이 아닌 ‘책임 구조’의 문제

by DataSopher



아파트에서 “쿵” 소리가 나는 순간 기술의 한계를 먼저 떠올립니다. 더 좋은 자재, 더 두꺼운 슬래브, 더 정교한 설계. 그런데 한국의 층간소음은 이상하게도 기술 문제가 ‘끝’까지 가지 못하고 늘 사람 문제에서 멈춥니다.




1) 데이터는 이미 말하고 있다 “민원은 줄지 않았다”


층간소음은 체감의 영역이지만 민원 데이터는 아주 물리적입니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 통계만 봐도 2012년 8,795건에서 2020년 42,250건, 2021년 46,596건으로 폭증했고 2023년에도 36,435건 수준입니다. “코로나 때만 그랬겠지”라고 넘기기엔 이미 규모가 바뀌었습니다. ([floor.noiseinfo.or.kr][1])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사람들이 예민해졌다”가 아닙니다. 도시의 주거 밀도는 더 높아졌고 집은 더 오래 머무는 공간이 되었고 갈등을 중재하는 사회적 비용은 커졌습니다. 소리가 아니라 관계가 깨지는 비용이 커진 거죠.





2) 기준은 강화됐는데 왜 체감은 그대로일까


정부는 기준을 강화했습니다. 직접충격소음(뛰거나 걷는 소리)의 1분 등가소음도 기준을 주간 39dB, 야간 34dB로 강화했죠(기존 43/38dB에서 4dB씩). ([기후에너지환경부][2])


그런데 여기서 냉정하게 물어봐야 합니다.

“기준”이 강화되면 자동으로 “현장”이 좋아지나요?

현장은 늘 인센티브(이익의 방향)를 따라갑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층간소음 사후확인제’에서 기준 미달 단지가 적지 않게 발견됐고(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일부 단지에서 부적합 비율이 보고됨), 검사 세대 비중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뉴시스][3])

즉 기술은 존재하지만 검증의 촘촘함과 책임의 강도가 ‘시장 논리’에 밀릴 때 체감은 바뀌지 않습니다.





3) “왜 못 막나”의 진짜 답: 기술이 아니라 ‘이익 구조’다


층간소음은 바닥 재료 문제가 아닙니다. 설계-시공-검측-하자 책임-분쟁 조정까지 이어지는 긴 사슬의 결과물입니다. 이 사슬의 어디엔가 “대충 넘어가도 손해가 크지 않은 구간”이 있으면, 그 구간이 반복적으로 썩습니다.


- 설계 단계: 소음 성능을 올리면 공사비가 올라가고, 분양가/원가 압박과 충돌합니다.

- 시공 단계: 같은 설계라도 시공 품질 편차가 생기면 성능이 깨집니다.

- 검측/확인 단계: 표본이 적거나 책임이 약하면 “운”이 성능을 결정합니다. ([뉴시스][3])

- 입주 이후: 갈등은 개인 대 개인으로 전가되고, 공동체는 침묵합니다.


여기서 AI가 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소음 예측, 자재 최적화, 시공 품질 모니터링, 민원 패턴 분석…

그런데 AI가 “책임”을 대신 지지 못합니다. 책임이 없는 시스템은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넘어가는 자”가 이깁니다.





4) 그래서 해법도 “기술+인간”이어야 한다


저는 층간소음의 해결을 “방음매트 vs 아이 통제” 같은 싸움으로 보지 않습니다. 그건 이미 실패한 프레임이에요. 해법은 구조를 바꾸는 것입니다.


1. 투명한 성능 데이터의 공개

단지별 바닥충격음 성능, 사후확인 결과, 보완시공 여부가 소비자 선택과 연결될 때 시장이 움직입니다.


2. 검사·하자 책임의 실질 강화

기준 미달이 “뉴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보완시공·보증·패널티가 자동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뉴시스][3])


3. 입주민 ‘공동 룰’의 표준화

우리는 법보다 “관계의 계약”으로 더 오래 삽니다. 야간 시간대, 러닝머신/점프 금지, 아이 놀이 시간 조정 같은 룰을 ‘민원’이 아니라 ‘합의’로 만들 때 갈등 비용이 급감합니다.


4. AI의 역할은 ‘거울’

AI가 누구 편을 드는 순간 불신이 커집니다. 대신 민원 패턴과 소음 시간대, 해결 성공 사례를 데이터로 보여주는 “사회적 거울”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이 더 나은 선택을 하도록 돕는 기술)





5) 기술보다 인간이 중요한 이유


층간소음은 “보이지 않는 폭력”의 문제입니다. 소리의 크기만이 아니라 상대가 나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사람을 무너뜨립니다.

그 느낌은 최고의 방음 자재보다 더 빨리 마음을 무너뜨립니다.


저는 희망을 여기에 둡니다.

층간소음을 완전히 ‘0’으로 만드는 기술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갈등을 0에 가깝게 만드는 문화는 가능합니다.

기술은 바닥을 두껍게 만들 수 있지만 인간은 관계를 두껍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경험한 층간소음에서 “가장 화가 났던 순간”은 소리 자체였나요 아니면 그 뒤에 느낀 태도였나요?





[1]

https://floor.noiseinfo.or.kr/floornoise/home/statistics/all.do

"통계자료"


[2]

https://mcee.go.kr/home/web/board/read.do%3Bjsessionid%3DMEG_q0XR-JRO3iRFV57Aea6ok4vjVs86Ixl5kFDU.mehome1?boardCategoryId=&boardId=1571495&boardMasterId=1&decorator=&maxIndexPages=10&maxPageItems=10&menuId=10525&orgCd=&pagerOffset=2990&searchKey=&searchValue=

"설명 -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 실생활 고려 4dB씩 강화"


[3]

https://www.newsis.com/view/NISX20250922_0003338377

"층간소음 사후확인제 도입에도 32% 기준 미달…보완 시공 ..."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연예인 소신발언이 사라진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