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분석의 본질은 안 묻고 SQL만 묻는 사회

한국 데이터업계는 왜 아직도 수능식 평가에 갇혀 있나

by DataSopher


데이터를 다룬다고 하면 사람들은 도구부터 떠올립니다.

SQL은 어느 정도 하세요?

파이썬 가능하세요?

코딩테스트는 풀 수 있나요?


물론 이것들은 필요합니다.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문제는 한국의 데이터분석 업계가 이것들을 기초 역량이 아니라

거의 본질 그 자체처럼 다루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저는 이 장면이 낯설지 않습니다.

한국 사회는 늘 그래왔기 때문입니다.

무엇을 이해했는가보다 무엇을 빨리 풀어냈는가를 더 높게 평가해왔습니다.

질문을 새롭게 세우는 사람보다

이미 출제된 질문에 정답을 맞히는 사람을 더 안전한 인재로 분류해왔습니다.

그래서 데이터 분석도 결국 수능이 되어버렸습니다.

문제를 정의하는 학문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기술시험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데이터분석의 본질은 원래 전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분석은 쿼리를 짜는 일이 아니라 현상을 해석하는 일입니다.

테이블을 조인하는 능력이 아니라 세상에 숨어 있는 인과와 맥락을 의심하는 태도입니다.

좋은 분석가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많이 깨우치는 사람입니다.

숫자를 보는 사람이 아니라 숫자가 왜 저 표정을 짓게 되었는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거꾸로 갑니다.

책은 다양하게 읽지 않습니다.

역사도, 심리학도, 사회학도, 경제학도, 철학도 멀리합니다.

대신 SQL 문제 100제, 판다스 문제풀이, 코딩테스트 기출만 반복합니다.

이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입니다. 취업 준비에도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분석가를 키우지 못합니다.

그저 분석 도구 사용자만 대량 생산합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도구는 평가하기 쉽고

통찰은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SQL 실력은 점수화할 수 있습니다.

코딩테스트는 합불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문제를 얼마나 깊이 정의할 수 있는지,

숫자 뒤에 있는 인간의 행동과 조직의 왜곡과

시장의 욕망을 얼마나 읽어낼 수 있는지는

객관식으로 채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업계는 쉬운 길을 택합니다.

측정 가능한 것을 과대평가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것을 무시합니다.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실무에서는 정작 정답형 문제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현업의 데이터는 늘 지저분하고, 질문은 애매하고, 이해관계는 충돌합니다.

대부분의 중요한 문제는 “이 쿼리를 어떻게 짜지?”가 아니라

“우리가 지금 뭘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지?”에 가깝습니다.


매출이 빠진 이유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리텐션이 떨어진 이유도 하나가 아닙니다.

사용자가 이탈한 것은 기능 때문일 수도 있지만, 기대와 현실의 간극 때문일 수도 있고,

가격 때문일 수도 있지만, 브랜드의 신뢰가 깨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 앞에서는 SQL이 아니라 사유의 폭이 필요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의심하고,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본 사람만이

숫자를 표가 아니라 서사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데이터분석가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한 분야만 읽어서는 안 됩니다.

경제를 읽고, 인간을 읽고, 권력을 읽고, 기술의 역사를 읽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데이터는 숫자로 보이지만 결국 인간이 남긴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을 모르면 데이터도 모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데이터업계는

가장 ‘과학적’인 척하면서도 가장 비과학적인 평가를 반복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과학은 원래 정답 암기가 아니라 가설과 반증의 태도인데

우리는 그것을 또 하나의 입시 과목처럼 바꿔버렸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합니다.

데이터분석 교육은 SQL 문법 암기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법을 먼저 가르쳐야 합니다.

채용도 문제풀이 속도보다 문제정의력, 맥락 이해력, 설명 능력을 더 크게 봐야 합니다.

공부하는 사람도 묻기 시작해야 합니다.

“어떤 함수가 필요한가?”보다

“나는 이 현상을 정말 이해하고 있는가?”를.




데이터분석의 본질은 도구가 아닙니다.

그것은 깨달음입니다.

보이지 않던 구조를 보는 힘,

당연하다고 믿어온 숫자 뒤의 거짓말을 발견하는 힘,

사람과 사회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집요한 태도입니다.


SQL은 잘할 수 있습니다.

코딩 문제도 많이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분석가가 아닙니다.

분석가는 정답을 빨리 맞히는 사람이 아니라

남들이 정답이라고 믿는 질문 자체를 다시 쓰는 사람입니다.


한국 데이터분석 업계가 진짜로 성장하려면

이제는 문제를 잘 푸는 사람보다

문제를 제대로 보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해야 합니다.




데이터는 기술이 아니라 통찰이 됩니다.

그때 비로소 분석은 취업 스펙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가 됩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순히 교육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의 평가 철학과 연결돼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아직도 “빨리 맞히는 사람”을

“깊이 이해한 사람”으로 착각합니다.


데이터분석 업계도 그 관성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AI가 코딩과 쿼리 작성을 더 많이 대체할수록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은 문법을 외운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설계하고 맥락을 해석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미래의 데이터분석가는 개발자와 분석가의 중간이 아니라

기술을 다루는 인문학자에 더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데이터분석 #데이터분석가 #SQL #파이썬 #코딩테스트 #데이터리터러시 #문제정의 #커리어인사이트 #업계비판 #데이터공부 #AI시대 #데이터철학 #한국사회 #공부의본질 #질문의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