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두 번의 스톡옵션과 한 번의 M&A

— ‘한탕’이 아닌 ‘한 길’로 버틴 사람의 생존기

by DataSopher

두 번의 스톡옵션과 한 번의 M&A


— ‘한탕’이 아닌 ‘한 길’로 버틴 사람의 생존기


d47da1c9-f7c7-4ea4-b538-fc5672c2549f.png


첫 번째 스톡옵션을 받았을 때 저는 부자가 된 줄 알았습니다.

숫자는 컸고 프레젠테이션은 더 화려했죠.

그날 팀 단톡방은 반짝였고 저는 그 불빛이 영원할 줄 알았습니다.


두 번째 스톡옵션을 받았을 때 저는 조용히 엑셀을 켰습니다.

베스팅 일정, 행사 가격, 세금.

계산기 버튼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M&A 공지가 떨어졌을 때 저는 처음으로 ‘회사’가 아니라 ‘나’를 들여다봤습니다.

인수는 축복일 수도, 구조조정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으니까요.


아래는 그 세 번의 이벤트에서 제가 배운 것들입니다.

화려한 용어 대신 실제로 제 심박수를 올렸던 진짜 장면들로 적습니다.




1) 스톡옵션 1라운드: “나는 선택받았다”는 착각


첫 스톡옵션은 ‘회사로부터의 고백’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많았습니다.


조건부 : 베스팅 4년. 1년은 절대 못 떠남.

종이부자 : 장부상 가치는 컸지만 현금은 0원.

회사의 시간표에 묶임 : 회사가 상장하거나, 팔리거나, 옵션 행사 창이 열려야만 현실이 됨.


그때 깨달았습니다.

스톡옵션은 ‘당장 가진 돈’이 아니라 ‘회사와 같이 뛰겠다는 계약’이라는 걸.

그래서 첫 옵션은 제게 자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선택지를 줄였죠.


교훈 1:스톡옵션은 보상이 아니라 거버넌스다.

내 커리어의 주도권을 잠깐 회사에 맡기는 계약서다.




2) 스톡옵션 2라운드: ‘내 돈’이 되는 순간은 계산을 끝냈을 때


두 번째 옵션을 받았을 때 들뜨지 않았습니다.

대신 다음을 확인했습니다.


베스팅 캘린더를 달력에 옮겼습니다.

이직과 프로젝트 피크를 베스팅 일정과 겹치지 않게 조정했죠.

세금을 시뮬레이션했습니다.


‘행사-보유-매도’ 각각의 세금 차이를 여러 시나리오로 구해봤습니다.

현금화 계획을 세웠습니다.

한 번에 팔지 않고 목표가 도달 시 분할 매도.


회사가 잘 나가도 제 삶이 그에 종속되지 않게.


이때부터 옵션은 제 삶을 묶는 족쇄가 아니라 리스크가 관리된 파이프라인이 됐습니다.


교훈 2:스톡옵션은 설계 대상이다.

달력, 세금, 현금화—셋이 맞물려야 ‘내 돈’이 된다.




3) 한 번의 M&A: ‘좋은 인수’와 ‘나쁜 인수’를 가르는 세 가지


M&A 발표 날 사무실 공기는 환호와 불안이 섞인 미묘한 온도였습니다.

저는 인수 금액보다 인수 후 90일 계획을 먼저 봤습니다.


저는 이렇게 구분합니다.


1. 전략적 인수(좋은 인수)


인수기업의 제품 로드맵에 명확히 삽입될 자리가 있다.

“사람을 사는 인수”라면 핵심 인력 잔류 인센티브가 구체적이다.

90일 내 통합 계획(브랜드, 가격, 리포팅 체계)이 숫자와 데드라인으로 제시된다.


2. 재무적 인수(나쁜 인수 가능성)


발표 자료에 시너지 슬라이드만 화려하고 통합 일정이 비어 있다.

KPI가 ‘비용 절감’ 중심이고 제품 방향이 모호하다.

인수기업의 의사결정 라인이 겹겹이 모호해진다(보고 라인 재편—끝없는 회의—느려지는 실행).


우리 M&A는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습니다.

결정타는 100일차에 왔습니다.


신규 리포팅 체계가 안정되고 고객 이탈률이 낮아졌고 제품 백로그가 인수기업 로드맵에 공식 편입됐을 때 비로소 안도의 숨을 쉬었습니다.


교훈 3:M&A의 진실은 D+90의 업무 로그에 있다.

달력에 30·60·90일 체크포인트를 박아라.




그럼 ‘한탕’ 아닌 ‘한 길’로 가려면?


이건 제 생존 체크리스트입니다.

누군가 저에게 다시 물어본다면 저는 이렇게 답할 겁니다.


[스톡옵션 체크리스트]


☐ 베스팅/행사가격/만료일 한 장 요약 만들기

☐ 퇴사 시 처리 규정 확인: 남는 것 vs 사라지는 것

☐ 세금 시뮬: 행사 즉시↔보유 후 매도, 분할매도 계획

☐ 회사 Exit 시나리오 3가지(상장/인수/청산)별 손익 표



[M&A 생존 체크리스트]


☐ D+30/60/90 통합 로드맵과 KPI 확인

☐ 보고 라인과 의사결정권자 명문화(이메일로 남기기)

☐ 핵심 고객 온도 체크(이탈 신호 사전 포착)

☐ 내 역할의 ‘승격 가능한 핵심 기능’을 1개 정의(인수기업이 반드시 필요한 기능)



[커리어 주도권 체크리스트]


☐ 나의 현금흐름 6개월치 독립(옵션에 삶을 담보 잡히지 않기)

☐ 회사가 나를 택하기 전에 내가 회사를 고르는 기준

☐ “떠날 자유”를 지키는 관계와 평판: 함께 일한 사람들이 증명해줄 ‘작은 추천서’ 만들기




스톡옵션은 ‘복권’이 아니라 ‘계약’,

M&A는 ‘운명’이 아니라 ‘설계’다.


둘 다 내가 주도하면 기회가 되고,

남이 주도하면 사건이 됩니다.




두 번의 스톡옵션과 한 번의 M&A는 제 커리어에 “돈의 언어”와 “시간의 언어”를 가르쳤습니다.


돈은 숫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시간과 선택의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제 더 큰 숫자보다 더 선명한 선택을 좇습니다.


#커리어전략 #스톡옵션 #스타트업생존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베스트셀러는 왜 우리를 속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