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Apr 03. 2022

열 길 물속은 알아도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관심을 갖게 된 사연]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관심을 갖기 사작한 것은 약 20여 년 전쯤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때 우연히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글을 하나 읽어보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그 글은 어느 여인이 바로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 투고하여 방송되었던 글이었다. 그 글을 읽고 나니 왠지 두고두고 너무나 가슴 아플 정도로 기구하면서도 왠지 진한 연민을 느끼게 하는 글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어쩌면 많은 분들이 그 글을 기억하고 계실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글의 내용을 생각이 나는 대로 다시 적어 보면 다음과 같다.






아주 오래전에 한 여인이 슬하에 어린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아가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남편도 없었다.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다 그렇듯 그 여인 역시 아들 하나만은 남보다 더 훌륭하게 잘 키워보겠다는 일념으로 오직 아들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대부분이 가난했던 옛날에는 이 마을 저 마을 가가호호마다 찾아다니며 행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여인 역시 양말과 성냥 등을 머리에 이고 이 마을 저 마을을 찾아다니는 행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두고 홀로 행상을 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어려움과 고생, 그리고 희생이 뒤따랐을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하더니 그 여인에게도 마침내 그런 세상이 오게 된 것이다.      


오랜 세월 어머니의 희생과 고생 끝에 마침내 아들은 성장하여 어머니가 소망했던 대로 훌륭한 대학까지 졸업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곧 얼른 보기에도 상냥하고 아름다우며 예절이 바른 배필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으니 오랜 어머니의 소망이 마침내 모두 이루어진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아들을 가르치며 억척같이 모으고 아낀 돈으로 번듯한 아파트까지 한 채 구입하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상상만 해도 장한 어머니가 아닐 수 없었다. 한마디로 크게 성공한 어머니었던 것이다.      


마침내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며느리 세 식구가 한 아파트에서 살아가면서 남부럽지 않은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어머니는 이 세상에 부러울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아들과 며느리를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하였다. 게다가 더욱 은근히 기분이 좋은 것은 친구들이 어머니를 만날 때마다 부러움과 칭찬을 자자하게 늘어놓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었다.      


소망했던 일을 모두 이루고 난 어머니는 이제 가끔 친구들을 만나 맛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곤 하는 일이 또 하나의 낙이기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남아 있었다.     

 

소망했던 일을 모두 다 뜻대로 이루기는 했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현재 손에 쥔 용돈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아들의 뒷바라지와 교육, 그리고 생활비와 아파트를 장만하는 일에 모두 투자하고 손에 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은근히 걱정이 아닐 수 없었다. 열 명이나 되는 친구들이 가끔 모여서 돌아가면 음식값을 치루곤 하였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머니에게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에 음식 1인분 값이 5천 원이라고 치면 적어도 5만 원은 있어야 한번 지불할 수 있는 돈이었다.      


그러나 어머니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날 생각다 못한 어머니는 별 도리없이 아들에게 용돈 이야기를 꺼내야 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지금까지 긴 세월 동안 오직 아들을 위해 온갖 것을 다 바쳤던 어머니였는데 아들에게 그까짓 용돈 좀 달라는 말이 왜 그렇게 입이 무겁고 떨어지지를 않는 것인지…….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는 마침내 아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아파트 밖까지 마중을 나가서 아들에게 아쉬운 부탁을 하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들이 퇴근해서 아파트 앞에 다다르게 되자 어머니는 반갑게 맞이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또 무슨 변이란 말인가. 어머니의 부탁을 아무 말없이 순순히 응할 줄 알았던 아들의 태도는 너무나 뜻밖이었던 것이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그게 아니었다. 갑자기 짜증이 잔뜩 난 표정이 되어 한마디로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회사 일에 지쳐서 돌아온 사람한테 고작 돈타령이나 하느냐며 용돈 이야기를 하려면 며느리에게 부탁해 보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혼자 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내 아들이 아닌 딴 사람 같았다. 수십 년간 온갖 고생과 희생을 감내해 가며 오직 아들 하나만을 위해 온몸을 바쳐가며 뒷바라지를 해온 결과가 고작 이런 것이란 말인가! 그토록 마음이 아프고 씁쓸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수중에는 아무 것도 없는 빈털터리이니 별 도리가 없었다. 아들에게 한 마디로 딱 잘라 보기 좋게 거절을 당한 어머니가 이번에는 며느리에게 부탁을 해보기로 마음먹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한동안 며느리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고 있던 어머니가 이번에는 별 도리없이  며느리에게 차마 떨어지지 않는 입을 열게 되었다. 그러자 이건 또 무슨 횡재란 말인가! 내 배가 아파서 낳은 아들과는 달리,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 너무나 쉽게 풀리지 않는가.     


며느리는 밝고 환한 얼굴로 미소까지 띄며 입을 열었다. 그런 아무것도 아닌 말씀을 하시는데 왜 그렇게 망설이며 뜸을 들이시느냐며 선뜻 5만 원을 내주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앞으로 용돈이 필요하면 그때마다 서슴지 말고 말씀해 달라며 며느리 특유의 애교까지 부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는 그제야 마음을 놓여 안도의 한숨까지 내쉬게 되었다. 그리고 새삼스럽게 그런 착하고 상냥한 며느리를 얻게 된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그 뒤로는 마음 놓고 필요할 때마다 며느리에게 용돈을 쉽게 타 쓸 수 있게 되었다. 친구들과의 회식비 5만 원, 목욕탕 비 3천 원 등…….     


어머니는 착한 며느리를 둔 것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그런대로 즐거운 나날을 이어갈 수 있었다 .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늘 그렇듯 어머니는 아들 내외가 출근을 하자 집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리고 아들 내외가 지내고 있는 방을 깨끗이 청소라도 좀 해주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아들 방으로 가서 먼지도 털고 청소기도 돌려가면서 말끔히 청소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청소를 하던 중 우연히 경대 서랍이 반쯤 열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대 서랍문을 닫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게 되었다. 그런데 반쯤 열려 있는 서랍 안에 무슨 책인지 삐죽하게 나와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어머니는 호기심에 아무 생각없이 그 책을 펼쳐 보게 되었다. 그것은 첫눈에 얼른 보기에도 가계부임이 틀림없었다.       


‘아하! 우리 며느리가 예의바르고 착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계부까지 써가면서 살림을 알뜰하게 하고 있었다니…….


어머니는 그런 며느리를 두게 된 것이 다시 한번 고맙고도 기쁘게 여겨졌다. 그리고 호기심에 아무 생각 없이 가계부를 뒤적이며 하나하나 읽어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날짜별로 시장을 보거나 물건을 구입한 명목들이 일목요연하게 적혀 있었다.      


콩나물 1천 원, 시금치 1단 5백 원, 계란 한 판 1천 원…… 등등. 그런데 드문드문 이상한 것이 다음과 같이 눈에 띄었다.      


3천 원, 목욕탕비(웬수), 5만 원 식대(웬수)…….     


어머니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날짜를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머니가 목욕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음식을 먹은 뒤 음식값을 지불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그렇게 상냥하고 착해 보이기만 하던 며느리가 지금까지 시어머니를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게 그동안 나를 웬수로 취급하고 있었다니……!‘     


어머니는 기가 막혔다. 그나마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며느리까지 나를 웬수 취급하고 있었다니! 어머니는 순간 맥이 쭉 빠지는 바람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억울하고 분했다. 너무나 허탈했다. 이제 이 집에서 믿을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었고 이 집에서 쫓겨난 기분이었다.     


어럴 것이라면 차라리 용돈을 주지 말고 웬수 취급이나 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다행이며 좋았을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모른다더니! 난 앞으로 과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으리까? ( * )     




         

실로 기가 막힌 사연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은 완전히 자식으로부터 배신을 당한 하나의 슬픈 일화가 아닐 수 없었다.      


과연 이 여인은 앞으로 어떻게 무슨 낙으로 살아가야 할까요? 두고두고 내 마음까지 몹시 착잡하면서도 답답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 사연을 읽고 난 뒤부터 MBC라디오 여성시대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번씩 나오는 월간 ‘여성시대지’ 를 꼬박꼬박 구해다 읽어보게 되었다. 참고로 월간 ‘여성시대’는 매월 10일경 전국 기업은행에 가면 누구나 무료로 얻어볼 수 있다.       


그 뒤로 난 지금가지 다섯 번 투고를 한 결과 한 가지 사연만 선택받지 못하고 지난 4월 1일자로 네 번째 방송이 나가게 되었다.      

첫 번째 사연은 생전에 우리 아버님의 남다른 성격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는 군대 생활을 하던 이야기


세 번째는 손자를 보게 된 이야기


이번에 네 번째는 아내의 뇌출혈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투고를 해본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일단 선택이 되어 방송이 나가고 나면 그때마다 상품 또한 푸짐하여 시간이 날 때마다 심심풀이로 한번 해 볼만 하였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는 무엇보다도 군대 이야기가 방송되면 상품 또한 푸짐했다. 그때그때 다르기는 하겠지만, 더블 침대와 이불 세트 등이 상품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 *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