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 까치집

-의인화 창작동화-

by 겨울나무

도시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이었습니다.

그 마을에는 마치 갓 솟아오른 버섯처럼 예쁘고도 아담하게 생긴 초가집이 서로 이마를 마주 대고 있었습니다.

그중에는 기와집 몇 채도 한데 어울려 있어서 정겹고 평화로운 모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초가집과 기와집들은 마치 서로 정겨운 이야기라도 나누고 있는 것처럼 펑화롭기가 그지없습니다.

마을 앞으로는 작은 실개울이 마치 뱀이 지나간 자국처럼 요리조리 꼬불꼬불하게 벋어 있습니다. 그리고 실개울 양쪽으로는 기름진 논과 밭들이 제법 널따랗게 펼쳐진 들판이 시원스럽게 펼쳐있었습니다.

또한, 이 마을의 뒤쪽으로는 고만고만한 나지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마을을 에워싸고 있어서 그처럼 아늑해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병풍처럼 둘러싸인 산 바로 밑에는 늙은 미루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습니다. 미루나무는 언제 보아도 변함없이 듬직한 모습으로 마을을 내려다보며 마을과 함께 정답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미루나무 꼭대기에는 얼른 보기에도 그럴듯하게 생긴 까치둥우리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바로 이 미루나무 까치둥우리에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젊고 의좋은 까치 부부가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비록 넉넉지 못한 살림살이긴 하지만, 그 어느 부부 못지 않게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까치 부부에게는 그야말로 뜻밖의 큰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오래전부터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귀여운 아기를 낳게 된 것입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건강하고 튼튼하게 생긴 다섯 마리의 아기를 낳게 된 것입니다.

까치 부부는 마치 세상을 다 얻은 듯 이만저만 기쁜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하늘을 찌를 것만 같은 즐거움이요, 행복이었습니다.

그렇게 마냥 즐겁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 까치가 들뜬 표정으로 뜬금없이 아빠 까치에게 매달리며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우리도 이제 도시로 이사를 가든지, 그게 아니라면 번듯하게 2층 집이라도 올리고 살아봅시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집이 뭐가 어때서? 그리고 떠나긴 어딜 떠나자는 거야? 제발 쓸데없는 욕심 좀 그만 부리란 말이야.“

아빠 까치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고 있느냐는 듯 단번에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잘라 대꾸하고 말았습니다.

”아니 욕심이라니요. 요즘 웬만한 사람들은 모두들 아파트로 이사를 가거나 그림같은 집을 지어놓고 남들이 보란 듯이 잘 살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리도 기왕에 여기 눌러살 생각이면 2층 집이라도 번듯하게 올려보자는 거죠.“

”아니 집만 덩그렇게 지어놓고 나면 누가 공짜로 밥이라도 먹여 준대?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다가는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얘기도 못 들었소?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하고 분수를 좀 지켜요, 분수를…….“

아빠 까치는 당치도 않다는 듯 엄마의 부탁을 한마디로 딱 잘라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엄마 까치는 여전히 지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형편이 어디가 어때서 무슨 분수 타령이에요? 이제 식구도 많이 늘었는데 언제까지 일곱 식구가 이 코딱지만한 방구석에서 옹색하게 살아갈 작정이에요? 당신 생각이 늘 그렇게 꽉 막혀 있어서 이 꼴로 사는 거라니까요.“

”아니, 코딱지 같다니? 방이 이만하면 됐지 얼마나 더 넓어야 된단 말이야? 제발 쓸데없는 소리 그만 좀 하고 아이들이나 잘 보살피고 살림이나 더 알뜰히 할 생각이나 하구려. 사람이 분수를 좀 알고 바랄 걸 바라야지. 헛허흐음…….“

아빠 까치의 생각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층을 올리고 싶은 엄마 까치의 마음 역시 쉽게 꺾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틈만 나면 어린아이처럼 아빠 까치에게 매달리며 조르곤 하였습니다.

엄마 까치가 틈만 나면 귀찮게 졸라대는 바람에 아빠 까치는 결국 엄마 까치의 말에 그만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쇠심줄 같은 당신 고집은 당할 수가 없다니까. 좋아요. 그게 그렇게 소원이라면 당신 말대로 한번 2층으로 번듯하게 올려 봅시다.“

”정말 고마워요. 역시 당신 밖에 없다니까. 호호호…….“

엄마 까치는 그만 너무나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흘리며 좋아하였습니다.

그날부터 까치 부부는 열심히 2층 집을 올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생각했던 것보다 몹시 어렵고 힘이 드는 일이었습니다.

매일 쉬지 않고 건축 자재를 부지런히 나르다 보니 까치 부부의 이마에서는 연신 구슬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힘이 들 줄은 미처 몰랐던 일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 까치가 엄마 까치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 그러다 몸살이 나면 어쩌려고 그래? 좀 쉬엄쉬엄 해요.“

”괜찮아요. 2층을 올릴 생각을 하면 난 조금도 힘이 드는 줄 모른다니까요. 호호호…….“

엄마 까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쓰윽 문질러 닦으며 대답하였습니다. 그리고 힘든 기색이 없이 신바람이 나서 집 지을 재료를 부지런히 나르는 일에만 온 힘을 쏟아붓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그럭저럭 한 달이 조금 더 걸렸습니다. 마침내 엄마 까치가 그토록 바라던 그럴듯한 2층 까치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먼저 살던 까치집 바로 그 위에 또 하나의 까치집이 완성된 것입니다.

”여보, 아기들을 모두 2층에서 편하게 살 수 있도록 이기들의 세간을 모두 2층으로 올려줍시다. 우리 부부는 아래층에서 그대로 살기로 하고…….“

”당신 생각대로 그렇게 합시다.“

엄마 까치의 말대로 그날부터 아기들은 모두 새로 올린 2층으로 올라가서 생활을 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까치는 정말 너무나 행복해서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마냥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아침부터 유난히 후덥지근하다 했더니 오후부터는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르릉 꽝! 우르르릉 꽈다당!”

천둥과 번개를 앞세우고 마침내 폭우가 줄기차게 쏟아져 내리며 퍼붓고 있었습니다. 귀청이 곧 찢어져 나갈 듯 요란한 우레(*) 소리가 나면서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몹시 강한 바람까지 몰고 온 무서운 태풍이었습니다.

무섭게 쏟아지는 빗줄기와 거센 바람은 오후가 되어도 좀처럼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미 무서운 비바람을 견디다 못한 나무들이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며 처참하게 나동그라지고 있었습니다.

“여보, 우리 아기들이 무사해야 될 텐데요?”

잔뜩 겁에 질린 엄마 까치가 둥우리에 납작 엎드린 채 아빠 까치를 향해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습니다.

“누가 아니래. 날개도 이미 흠뻑 젖어 있을 텐데 바람이 이렇게 무섭게 불고 있으니 2층으로 올라가 볼 수도 없고…….”

아빠 까치 역시 잔뜩 겁에 질린 불안한 표정으로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의 일이었습니다.

”우지지직, 뚜우욱---!“

마침내 2층에서는 갑자기 나무가 부러져 나가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까치 부부가 살고 있는 미루나무 기둥의 바로 윗부분이 무참하게 부러져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엄마아— 살려 줘!“

”아빠아~~ 나 좀 살려 줘!“

아기까치들은 마침내 미루나무 기둥이 부러져 나가면서 나뭇가지와 함께 땅바닥을 향해 굴러떨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습니다.

”앗! 이를 어쩌면 좋죠? 나무기둥이 통째로 부러지면서 아기들이 모두 땅바닥으로 떨어져 버린 것 같아요.“

엄마 까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어서 까치 부부는 별 도리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습니다. ( * )




< 우리말 익히기 >

♣ ‘우뢰’와 ‘우레’

* 우레(雨雷) : ‘우뢰’는 비가 오고 천둥이 친다는 말로 1988년 한글맞춤법이 개정되기 이전까지 표준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터는 ‘유레’를 표준말도 사용하기로 하였다. ‘우레’‘하늘이 운다’는 순 우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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