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 창작동화-
화창하고 따뜻한 봄날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해님이 따뜻하고 고운 금가루를 온 세상 가득 골고루 뿌려주고 있었습니다.
겨우내 따뜻한 땅굴 속에 갇혀 지내던 곰 아저씨가 어깨쭉지가 늘어날 정도로 기지개를 켰습니다. 그리고는 오랜만에 봄나들이 채비를 서둘렀습니다.
멀리 있는 친구의 생일 초대를 받고 모처럼 먼 길을 떠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잔칫집에 가서 실컷 배불리 먹고 올 욕심에 아침밥도 굶은 채, 부지런히 부지런히 걷고 있었습니다.
날씨도 아주 포근하고 따뜻해서 나들이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히야, 날씨 참, 기가 막히게 좋은 날이로군!”
곰 아저씨는 아주 흐뭇하고도 흡족한 마음으로 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재촉을 하며 걸어보지만, 생각처럼 빠르지는 않았습니다.
워낙에 동작이 느려서 아무리 빨리 걸어보려고 애를 써도 옛날 양반님처럼 걸음걸이가 아주 느리기만 합니다.
“곰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런데 아침부터 어딜 그렇게 부지런히 가세요?”
숲속에서 갑자기 꼬마 산토끼가 나타나서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옛기, 이 녀석! 어른이 어딜 가든 말든 건방지게시리 어린 녀석이 무슨 참견이야? 헛허험!”
곰 아저씨는 한껏 거드름을 떨며 나오지도 않는 큰기침을 억지로 하느라고 애를 써 봅니다.
다시 한참을 걸어가다가 이번에는 여우를 만났습니다.
“여어이! 정말 오랜만이군! 그런데 어딜 그렇게 부지런히 가고 있나?”
여우가 묻는 말에 곰 아저씨는 이번에도 거드름을 떨며 대꾸하였습니다.
"남이야 어딜 가든 말든 네까짓 놈이 무슨 참견이야? 그리고 너 말버릇 좀 고칠 수 없니?“
“뭐라구? 말버릇을 고치라니? 그럼 내가 자네한테 존댓말이라도 쓰라 이 말인가?”
"아암, 그야 당연하지. 힛허흠…….”
“하하하……. 자네 오늘 아침에 뭘 잘못 먹은 거 아닌가?”
“옛기, 이 고얀 놈 같으니라구.”
"핫하하……. 정말 정신이 나가긴 나간 모양이군! 하하하…….”
곰 아저씨가 벌컥 화를 내자, 여우는 자지러지게 웃으면서 숲속으로 뺑소니를 치고 말았습니다.
곰 아저씨는 그런 여우를 흘겨보며 다시 부지런히 갈 길을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험한 바위산 언덕을 마악 올라섰을 때였습니다.
“아니 자네 곰 씨가 아닌가?"
순간, 곰 아저씨는 하마터면 숨이 넘어갈 뻔하였습니다. 호랑이 할아버지가 큰 바위 위에 넙죽 엎드린 채 잠을 자고 있다기 꼬리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아는 체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이크! 이거 죽었구나! 이를 어쩐다지?’
곰 아저씨는 대뜸 주눅이 들어 온몸이 굳어진 채, 그 자리에 서서 와들와들 떨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호랑이 할아버지가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왜 그렇게 덜덜 떨고 있는 거지? 오라! 내가 겁이 나서 그러는구나?”
“…….”
곰 아저씨는 여전히 와들와들 떨면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습니다.
"허어, 저렇게 겁이 많아서야……. 아니다. 아니야. 난 오늘 아침에는 잠이 너무 쏟아져서 널 잡아먹기도 귀찮으니 안심하거라.“
호랑이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모든 것이 귀찮다는 듯 잠을 자기 위해 다시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후유--- 살았다! 십 년은 감수했네!”
곰 아저씨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가던 길을 재촉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산을 몇 개나 넘었는지 모릅니다. 골짜기도 수없이 지났습니다.
“꼬르륵, 꼬르르륵~~~”
어느새 배가 고파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거참, 멀기도 하다. 이러다가는 생일잔치를 얻어먹기도 전에 미리 지쳐 쓰러지고 말겠는걸!”
곰 아저씨가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계속 땅만 보며 부지런히 걷고 있을 바로 그때였습니다.
"어이쿠우, 내 머리통이야! 이건 또 뭐지?“
곰 아저씨는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두 손으로 머리통을 감싸 쥐고 쩔쩔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리고 머리 위를 바라보았습니다.
머리 바로 위에는 밧줄에 육중하고 큰 바윗덩이가 묶인 채, 나뭇가지에 매달려 흔들리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멋도 모르고 그냥 걸어가다가는 머리통과 부딪치기에 꼭 알맞은 높이에 매달려 흔들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떤 놈이 누구 죽는 꼴을 보고 싶었나. 이런 걸 왜 매달아 놓은 거지?”
갑자기 밧줄에 매달린 바윗덩이에 머리통을 심하게 얻어맞은 곰 아저씨는 화가 잔뜩 났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배가 고파 죽겠던 판이어서 화풀이를 하기에 아주 좋은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누가 이기니 어디 두고 보자!”
잔뜩 화가 난 곰 아저씨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습니다. 뒤로 물러선 다음 다시 힘껏 달려가서 당장 바윗덩이를 머리통으로 부숴버려야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에에이잇!”
한번 긴 숨을 들이마신 곰 아저씨는 있는 힘을 다해, 그리고 젖먹은 힘을 다해 바윗덩이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쿵!”
“어이쿠우--- 내 머리통 부서진다!”
곰 아저씨는 아까보다 더욱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곰 아저씨는 너무나 고통스러움을 견디다 못해 두 눈을 꼭 감아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분명히 밝은 대낮인데도 곰 아저씨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수많은 별들이 반짝거리며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이마에서는 시꺼먼 피도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깔깔, 까르르르……. 저런 미련한 곰 아저씨 같으니라구. 바윗덩이를 그냥 비켜 갈 일이지, 미련스럽게 그 큰 바윗덩이를 깨뜨리겠다구?“
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던 소리개 아줌마가 곰 아저씨의 우스꽝스러운 꼴을 지켜보다가 그만 까르르 하고 자지러지는 소리로 웃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에 곰 아저씨는 더욱 머리 끝까지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그러나 미련스럽기 짝이 없는 곰 아저씨의 고집은 그 누구도 꺾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이 아줌마야!? 남은 가뜩이나 열불이 나서 죽겠는데 지금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거야, 뭐야? 잔소리 말고 가만히 두고 보리구. 내가 저까짓 바윗덩이한테 질 것 같아서 그래?“
버럭 성을 내고 난 곰 아저씨가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멀리 뒷걸음질로 물러섰습니다. 그리고는 또다시 바윗덩이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몸을 날렸습니다.
”꽈다당, 쿵!“
"아이구, 나 죽곘네!“
곰 아저씨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비명을 지르면서 저 멀리 뒤로 나가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마에서는 아까보다 더 많은 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이쿠우, 아니 저것이 나를 이겨 보겠다고? 어림도 없는 소리…….”
곰 아저씨는 비틀거리면서 일어서더니 다시 뒷걸음질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같은 행동을 쉬지 않고 되풀이하고 있었습니다.
다섯 번…… 열 번…… 스무 번…….
곰 아저씨는 마침내 기절을 하고 그 자리에 쓰러진 채 일어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히야아! 완전히 쓰러져서 죽었다! 죽었어!“
곰을 잡기 위해 바윗덩이를 매달아 놓고 지금까지 멀리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신바람이 나서 우르르(*) 달려오며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곰 아저씨는 지금 사람들이 신바람이 나서 떠들고 있는 소리조차 전혀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 * )
< 우리말 익히기 >
♣ ‘우르르’ 와 ‘우루루’
* 우르르 ; 사람이나 동물이 한꺼번에 바쁘게 몰려오거나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
예) 겨울이 오자 사람들은 모두 호떡집으로 우르르 모여들고 있었다.
* 우루루하다 ; 바람이나 파도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가 나다.
예) ; 날씨가 갑자기 컴컴해지더니 어느새 천둥소리가 우루루 들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