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화 창작동화-
화창한 봄날의 아침입니다.
이따금 귓가를 어루만지며 지나가는 봄바람의 향기가 그처럼 상큼하고 싱그러울 수가 없습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동구 밖 산모퉁이에서는 어느새 아지랑이가 아물거리며 피어오릅니다. 저 멀리 들판에서는 종달새의 노랫소리도 정겹게 들려옵니다.
소녀는 아침을 먹자마자 엄마와 같이 바깥마당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엄마와 같이 마당 가에 있는 꽃밭에 꽃씨를 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호미로 밭이랑을 만들며 꽃밭을 예쁘게 일구어 나가고 있습니다. 소녀는 엄마가 가르쳐주는 대로 예쁘게 일군 꽃밭을 따라다니면서 정성껏 꽃씨를 심고 있습니다.
엄마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송 맺혀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소녀의 이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예쁘고 탐스럽게 피어날 꽃들의 모습이 눈에 어리어 조금도 힘든 줄을 모르며 정성껏 심고 있었습니다.
“엄마, 이 꽃씨는 심지 말고 버릴까 봐.”
한창 꽃씨를 심고 있던 소녀가 쭉정이처럼 생긴 꽃씨 하나를 손에 들고 엄마를 향해 물었습니다.
“아니 왜 그냥 심지 않고?”
소녀의 물음에 엄마가 소녀를 바라보며 되물었습니다.
"이걸 좀 봐. 이 꽃씨는 쭉정이처럼 못생겨서 싹이 제대로 안 나올 것 같은걸.”
소녀는 손에 쥐고 있던 꽃씨 하나를 엄마에게 내밀어 보이며 대답했습니다.
“으응, 그렇구나! 그럼 꽃씨는 넉넉하니까 네 마음대로 하렴.”
“알았어. 그럼 꽃씨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버려야 되겠어. 휘이익!”
소녀는 엄마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손에 들고 있던 꽃씨를 멀리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짹짹짹……, 아니, 이게 웬 떡이지?”
그때 마침 꽃밭 위를 날아가던 참새 한 마리가 소녀가 던진 꽃씨를 발견하고는 눈이 번쩍 띄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한창 배가 고픈 참새입니다. 참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재빨리 꽃씨를 콕 쪼아 집어삼키고는 어디론가 ‘포로롱’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짹! 짹! 짹……!“
참새 한 마리가 힘찬 날갯짓을 하면서 어느 산기슭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어제 꽃씨를 삼켰던 바로 그 참새였습니다. 참새는 지금 오랜만에 산속에 살고 있는 친구의 생일 초대를 받고 부지런히 날아가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음식을 실컷 배불리 먹을 생각에 신바람이 나서 콧노래가 절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계속 날아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꼬르르륵…….“
“아이고 배야! 아이고 배야!
참새는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하였습니다. 어찌나 힘에 겨울 정도로 있는 힘을 다해 계속 날아왔는지 그만 뱃살이 땅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찍, 찌지지익~~~”
참새는 높은 하늘을 힘껏 날아가다가 결국은 자신도 모르게 '찌지직' 소리가 날 정도로 똥을 싸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바람에 어제 삼켰던 꽃씨까지 똥에 섞인 채 높은 하늘에서 그만 곤두박질을 하면서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에구머니나, 무서워라. 엄마야!“
꽃씨는 현기증이 일어나면서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꽃씨가 떨어진 곳은 하필이면 어느 산기슭에 있는 집채만큼이나 큰 바위 바닥이었습니다.
“여, 여기가 도대체 어디지?”
한참 만에 겨우 정신을 차린 꽃씨는 사방을 두리번거리면서 혼자 신음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나 모습들이 온통 낯설고 처음 보는 것들뿐이었습니다.
“아아! 어쩌면 좋담!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되고 말았지! 으아앙…….“
꽃씨는 두려운 마음에 마침내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처지가 너무나 한심하고 처량해졌다는 생각에 큰 소리로 서럽게 서럽게 어깨를 들먹이며 정신없이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허어, 도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울고 있는 거지?“
”……?“
순간 화들짝 놀란 꽃씨는 울음을 그치고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가만히 숨을 죽이고 살펴보니 그것은 바로 집채만큼이나 큰 우람스러울 정도로 굵직한 바위의 목소리였습니다. 그토록 무섭고 굵직한 목소리를 들어보기는 난생처음이었습니다.
꽃씨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조금 더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바위가 이번에는 한층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허어, 너는 어디에서 온 누구지? 그리고 무슨 까닭으로 그토록 서럽게 울고 있느냐고 묻지 않더냐?”
“저, 저는…….”
꽃씨는 너무나 두려운 마음에 더듬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입을 열었습니다.
"허어, 조금도 겁을 낼 필요가 없느니라.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어서 대답을 좀 해 보렴, 혹시 내가 도와줄 수도 있는지 누가 알겠느냐?“
꽃씨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 듯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였습니다.
"바, 바위 님, 저는 어제까지만 해도 저 아래 멀리 보이는 산 밑에 있는 마을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어요.“
"으음, 그랬었구나. 그, 그런데?“
”그런데 저는 자나 깨나 오직 한가지 꿈이 있었거든요.“
“그랬었구나! 그 꿈이라는 게 뭐였지?”
꽃씨는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된 표정으로 대답하였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싶은 것이 오직 저의 소망이었어요.”
“그야 그랬을 테지. 그래서?”
“그런데 저는 어제 꽃밭에 심어지기도 전에 그만 버림을 받고 말았어요.”
이렇게 대답하고 있는 꽃씨의 목소리는 너무 억울하다는 듯 여전히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바위는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묻게 되었습니다.
“아니 버림을 받다니, 그게 무슨 소리지?”
“저는 보시다시피 예쁘게 생기지를 못했잖아요. 더구나 제대로 여물지도 못한 쭉정이처럼 못 생긴 꽃씨였거든요.”
"으음,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서?”
“그래서 어제 저를 꽃밭에 심으려던 소녀가 저를 심지 않고 멀리 던져 버리고 말았거든요.”
“아니 왜 심지를 않고?”
“조금 전에 제가 말했잖아요. 전 잘 생기지도 못했지만 게다가 잘 여물지도 못했다구요.”
“으음, 그래서?”
“저와 함께 있던 친구들은 어제 모두 정성껏 꽃밭에 심어졌을 거예요. 그런데 저만 버림을 받은 거라니까요. 으흐흑…….”
꽃씨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너무 억울하다는 듯 다시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저러언, 쯧쯧쯧……, 그거 정말 안 됐구나! 그런데 그건 그렇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지?”
소녀가 저를 하늘 높이 던졌을 때, 그때 마침 꽃밭 위를 날아가고 있던 참새 한 마리가 저를 순식간에 꿀꺽 삼켜버리고 말았지 않았겠어요.“
“원, 그렇게 억울한 일이 또 있나! 그래서?”
“그런데 바로 그 참새가 오늘 마침 이 산 위로 날아가다가 ‘찍’ 하고 똥을 싸버리는 바람에 그만, 으흐흐흑…….”
꽃씨는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다는 듯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다시 어깨까지 들먹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바위가 갑자기 큰소리로 껄껄 웃으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허허허……,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까짓 걸 가지고 그렇게 마음이 약해져서야 앞으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니?”
“……?”
꽃씨는 바위가 그렇게 큰 소리로 웃고 있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바위가 은근히 원망스럽다 못해 속이 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꽃씨가 무슨 영문인 줄을 몰라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자, 바위가 다시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얘야, 내가 생각하기엔 말이자. 어찌 보면 너에겐 그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네에? 그게 잘된 일이라구요?”
꽃씨는 점점 더 엉뚱한 말을 하고 있는 바위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암, 그렇고말고. 허허허…….”
꽃씨는 그만 약이 오르는 바람에 톡 쏘듯이 대꾸하고 말았습니다.
“꽃밭에 심어져야 하는데 이렇게 고약하고 지독한 냄새가 나는 참새 똥과 함께 섞여 버림을 받았는데도 그게 잘된 일이냐구요?”
“허허허……. 글쎄, 내 말이 맞는다니까 괜히 화를 내고 그러는구나.”
꽃씨는 더욱 약이 바짝 올랐습니다. 그래서 아까보다 더 톡 쏘는 목소리로 되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고약한 냄새가 나는 똥 속에 파묻혀 금방이라도 질식을 해서 죽을 것만 같은데도요?”
그러자 이번에는 바위가 한층 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꽃씨를 달래주고 있었습니다.
“애야, 너 혹시 저 아래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들어 본 적이 있니?”
"아니요. 이렇게 어린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있었겠어요?“
"허어, 그렇겠구나, 그렇다면 내 얘기를 좀 들어보렴. 세상 사람들 중에는 말이란다. 아주 훌륭하고 크게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남다른 고생을 많이 한 사람들이 많단다.“
"그렇지만 전 이미 틀렸잖아요. 저처럼 못난 꽃씨가 그런 고생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꽃씨의 대답 소리를 듣게 되자 바위가 이번에는 조금 언짢아진 표정으로 꽃씨를 나무랐습니다.
“옛기 이 녀석아. 벌써부터 그렇게 마음이 약해서야 무슨 짝에 쓰겠니?”
바위는 답답하다는 듯 한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 ) 긴 한숨을 한 번 쉬더니 아까보다 더욱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말이다. 식물들이 잘 자라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그야 물론 영양분이 많은 거름이 아닐까요? 햇볕도 필요할 거고요.”
“그래, 맞았다.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지금 너는 너에게 가장 필요한 거름을 힘 하나 들이지 않고 얻지를 않았니?”
“제, 제가요?”
“아암, 아무리 냄새가 고약하고, 참기가 어렵긴 하겠지만 조금만 더 참고 견디어 보렴, 참새 똥이 너희들한테는 아주 훌륭한 거름이 될 수도 있거든.”
꽃씨는 그제야 바위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솔깃해진 얼굴로 다시 물었습니다.
“하지만 저한테 아무리 훌륭한 거름이 있다 해도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건 또 무슨 소리지?”
“전 다른 꽃씨들처럼 제대로 여물지를 못했다니까요.”
"허어, 모르는 소리, 넌 틀림없이 그토록 원하던 너의 꿈을 이룰 수가 있다니까 자꾸만 딴소리만 하고 있구나.”
“피이, 어떻게요?”
“아무리 힘이 들어도 두 눈 꾹 감고 돌아오는 이번 여름철만 한번 잘 참고 견디어 보렴.”
“그럼 그땐 무슨 뾰족한 수가 생기나요?”
"아암, 생기고말고. 곧 여름철이 돌아오면 그때는 이 바위가 뜨거운 햇볕을 받아 얼마나 뜨겁게 달구어진다는 걸 넌 아마 상상조차 하기가 어려울 게다.“
“그럼 그때는 지금보다 더욱 견디기가 어려워지잖아요?”
“그야 그렇지. 하지만 그 어려움을 잘 참고 견디고 나면 뜨거운 바위의 열에 의해서 넌 지금보다 훨씬 더 야무지게 잘 여문 씨앗으로 변하게 될 수도 있지 않겠니?”
바위의 설명을 들은 꽃씨가 조금 솔깃해진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 수가 있을까요?”
“글쎄, 내 말을 믿어 보라니까 자꾸만 딴소리를 하고 있구나. 넌 아마 아직 어려서 잘 모를게다.”
“어려서 잘 모르다니요?”
“지금까지 이 바위 위에 너처럼 떨어졌던 씨앗들이 너 말고도 꽤 많았단다.”
”저 말고도 많았다고요?“
“아암, 그리고 다른 씨앗들도 이 바위 위에 떨어졌을 때 처음에는 지금 너처럼 모두들 절망을 하고 하나같이 울고 짜고 야단들이었지.”
“아하! 그랬었군요. 그래서요?”
꽃씨는 이 바위 위에 떨어진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많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부쩍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바위의 다음 이야기를 재촉하였습니다.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야. 처음에는 울고 짜고 법석들을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런 수많은 어려운 나날들을 참고 견디어 낼 수밖에 별수 없었지.”
“그래서요?”
“그래서 결국은 남들보다 더욱 건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예쁘고 탐스러운 꽃을 활짝 피운 꽃씨들도 많았단다. 그리고 결국은 큼직하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은 나무들도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지.”
“에이, 거짓말 마세요. 누가 그런 말을 믿을 줄 아세요?”
"아니, 거짓말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바위 님은 지금 제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냥 달래주느라고 하는 말이라는 걸 누가 모를 줄 아세요?“
바위는 생각보다 좀 맹랑한 녀석이라는 생각에 이번엔 좀 엄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습니다.
"옛기, 이 녀석! 내가 할 일이 없어서 어린 너한테 거짓말이나 하고 있는 줄 아니?“
“그럼 그렇지 않으면요? 만일 여름철을 뜨거운 이 바위 위에서 잘 견뎌내고 난 다음에 씨는 잘 여문다 쳐 봐요.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단단하고 육중한 바위 위에 무슨 재주로 어떻게 뿌리를 내릴 수가 있단 말씀이세요?”
“그건 조금도 염려 마라, 해마다 여름철만 되면 어김없이 무서운 장마와 폭우가 내리게 마련이거든.”
“그래서요?”
“그때 넌 아무리 이곳을 떠나기가 싫다 해도 결국은 이곳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단다."
“떠나다니 어떻게요?”
“그땐 넌 아무리 이곳에 있고 싶다 해도 무섭게 퍼붓는 빗물이 너를 어디론가 데리고 가게 되거든.”
바위의 말에 꽃씨는 갑자기 마음이 들떴습니다. 그래서 조금 흥분된 목소리로 다시 물었습니다.
“아하! 그래요? 그럼 빗물이 저를 어디로 데리고 가게 되는데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 수 있겠니? 하지만 여길 떠난 다음에는 빗물에 휩쓸려 산개울을 따라 어쩌면 네가 어제 먼저 있었던 꽃밭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지 않겠니?“
“그래요? 그럼 전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는 거죠?”
“허허, 어떻게 되기는……, 네가 떠내려가다가 멈춘 그곳 땅속에 묻혀 다시 한 해 겨울만 잘 견디어 보렴. 그리고 겨울이 지나면 어김없이 다시 따뜻한 봄이 오지 않겠니?”
“봄이 오게 되면요?”
“그때는 너도 땅속에 튼튼한 뿌리를 내려야 하지 않겠니? 그러면 네가 그토록 소망하던 아주 예쁘고 향기로운 꽃을 피울 수 있게 될 거고. 그러니까 넌 올 여름과 겨울만 잘 이겨내고 난다면 틀림없이 어제 심어진 네 친구들보다 훨씬 더 예쁘고 싱싱하면서도 탐스러운 꽂을 피울 수 있을 거라고 나는 굳게 믿고 있단다.”
"히야아~~~ 제가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순간 꽃씨는 너무나 가슴이 설레고 벅차오르는 바람에 저도 모르게 목소리까지 떨리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바위가 저 건너에 보이는 산기슭을 가리키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얘야, 아직도 내 말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저기 보이는 저 나무들을 좀 보렴.”
바위가 가리키는 저 멀리 저 아래 산기슭에는 건강하고 든든하게 자라 우거진 싸리나무 숲의 무성한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 산기슭에 싸리나무들이 다른 나무들보다 저렇게 억세면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 이유를 너는 아마 잘 모를 거다. 그렇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아암, 그렇겠지. 저 나무들이 저렇게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수 있게 된 것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나무들보다 모진 고생을 더 많이 했기 때문이란다.”
“고생이라니요? 어떤 고생을 했는데요?”
“한여름에는 불덩이처럼 이글거리는 뜨거운 땡볕과 장마, 그리고 무서운 태풍을 모두 이겨냈지, 그리고 겨울에는 모진 눈보라와 추위, 그리고 북쪽에서 불어오는 살을 에일듯한 칼날 같은 찬바람을 모두 견디며 이겨냈기 때문이란다.”
"아하! 그랬었군요!“
“아암, 그렇고말고. 이제야 좀 이해가 가는 모앙이구나. 그러니까 너도 틀림없이 내 말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을 테니까 좀 고통스럽기는 하겠지만 그런 고생을 끝까지 잘 참고 견디어 보렴.”
“……!”
바위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난 꽃씨는 당장이라도 하늘을 날 것처럼 가슴이 들떴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몸에 붙은 채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 있는 참새 똥의 냄새쯤은 얼마든지 견딜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꽃씨는 순간 두 눈을 꼬옥 감았습니다. 그리고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소리내어 빌기 시작하였습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는 이제 아무리 힘든 어려움이 닥쳐온다 해도 이를 꽉 깨물고 끝까지 잘 참고 견디어 내겠습니다. 그러니까 저에게 내년 봄에는 부디 이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빌고 또 빕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정성껏 빌고 있는 꽃씨의 눈에서는 어느새 기쁨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런 꽃씨의 눈에는 어느새 먼 훗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꽃을 피운 자신의 자랑스럽고도 건강한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
< 우리말 익히기 >
♣ '그리고 나서'
'그리고'에 ‘나서' 를 덧붙여 쓰는 것은 한마디로 잘못이며, ’그러고 나서'로 쓰든지 아니면 아예 ‘나서'를 빼고 '그리고’라고만 써야 한다.
* '그러고 나서'의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 를 활용한 형태다. 여기에서 '나다'는 '숙제를 끝내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처럼 ‘~고 나다'의 구성으로 쓰여 앞 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보조동사이므로 앞에 동사가 오게 된다.
결국 '그리고'는 동사가 아니라 접속부사이므로 그리고 나다'의 형태로 쓸 수 없는 것이다.
* "아침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닦았다" 라는 문장에서는 ’나서'를 빼고 '아침밥을 먹었다. 그리고 이를 닦았다‘로 쓰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