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가 된 누렁이

[창작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by 겨울나무

마을의 뒷산 언덕배기였습니다.


오늘도 그 언더배기에서는 여느 때처럼 대여섯 마리의 이 마을의 개들이 어울려 신바람이 나서 뛰놀고 있었습니다. 늘 그랬듯 가파른 언덕배기를 힘차게 오르내리며 해가 지는 줄을 모르고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꽤애액, 꿀꿀, 꽤애액— 꿀꿀…….“


난데없이 어디선가 멧돼지 한 마리가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멧돼지는 마치 멱을 따기라도 하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를 질러대며 개들이 놀고 있는 언덕을 향해 어슬렁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멧돼지가 나타난 것은 비단 오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가끔 오늘처럼 갑자기 나타나서 개들을 향해 금방이라도 잡아먹기라도 할 듯 무섭게 소리를 지르며 다가오곤 하였습니다.


”이크! 얘들아, 멧돼지가 또 나타났다! 얼른 도망치자!“


기겁을 해서 놀란 개들의 표정은 금세 새파랗게 질려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곧 꼬랑지가 빠지게 사방으로 도망을 치기에 바빴습니다.


그렇게 기겁을 해서 놀란 것은 개들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멧돼지가 나타났어요! 멧돼지가 나타났다구요!“


”아니, 난데없이 요즘엔 웬 멧돼지가 저렇게 자주 나타나서 이 난리지?“


밭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며 일을 하던 사람들도 일손을 팽개치고는 뒤도 돌아보지도 않고 삽시간에 모두 집을 향해 뺑소니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낄낄낄, 너희들 이번에도 감쪽같이 속았지? 저런 바보들 같으니라구. 낄낄낄…….”


개와 사람들 모두가 뺑소니를 치며 사라지는 꼴을 보자 멧돼지는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어찌나 재미있는지 낄낄 큰소리로 웃어 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의 일이었습니다.


"깨앵, 깨갱, 깽, 깨갱…….”


갑자기 밖에서 곧 숨이 넘어갈 듯한 비명 소리가 준영이의 귓전에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 비명소리는 들어보나마나 누렁이의 소리가 틀림없었습니다. 오늘도 누렁이가 친구들한테 물리고 들어온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속이 상한 준영이는 급히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친구들한테 온몸을 사정없이 물어뜯긴 누렁이가 뒷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누렁이의 온몸에서는 새빨간 피가 줄줄 홀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니, 너 또 그놈들한테 물린 모양이구나? 이를 어쩌면 좋지?”


준영이는 누렁이가 너무 불쌍하였습니다.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울상이 된 얼굴로 곧 소독약과 연고를 들고 나오더니 정성껏 치료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깨앵, 깨갱, 깽! 깨갱……!”


누렁이는 소독약과 연고가 상처에 닿을 때마다 너무나 고통스러은 아픔에 아까보다 더 큰 비명을 질러댔습니다.


"그래, 알았어. 네가 얼마나 아프면 이렇게 소리를 지르겠니. 그래도 조금만 더 참아, 그래야 얼른 나을 거 아니니. 후우~~, 후우~ “


준영이는 심하게 상처가 난 곳에 연신 입김을 후후 불어가면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껏 치료를 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 준영이의 눈에서도 어느새 굵은 눈물이 맺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치료를 다 끝낸 뒤에도 준영이는 누령이의 곁을 좀처럼 떠나지 못하였습니다. 누렁이가 너무나 가없고 불쌍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친구들한테 더 이상 물리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지만 좀처럼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게 네가 그때 조심을 했어야지. 네가 그때 다리를 다치지만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거 아니니.”


준영이는 생각할수록 속이 상하고 누렁이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약 서너 달 전까지만 해도 누렁이는 덩치도 크고 아주 힘이 세어서 그 어느 개들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했습니다. 게다가 생김새까지 어찌나 사납고 무섭게 생겼는지 마을 개들 모두가 누렁이를 보기만 하면 일단 꼬랑지부터 내리고 살살 길 정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누렁이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친구들과 함께 마을 뒷산 언덕배기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해가 지는 줄 모르고 신바람이 나서 뛰놀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있잖아!“


누렁이는 해가 져서야 친구들과 헤어져 급히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찻길을 건너려던 순간 갑자기 순식간에 달려오던 자동차에 치어 뒷다리 하나를 그만 심하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누렁이는 그때부터 입맛까지 잃은 채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몸도 점점 쇠약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는 동안 어느 틈에 넉 달이나 흘러갔습니다.






누렁이는 이제 전처럼 건강하고 힘이 센 무서운 개가 아니었습니다. 비쩍 말라 앙상하게 뼈만 남은 보잘것없는 말라깽이로 변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어쩌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번번이 친구들한테 물리기도 하고 따돌림을 당하였습니다.


전에는 누렁이를 보기가 무섭게 꼬리를 내리고 설설 기던 친구들까지도 이제는 오히려 누렁이를 우습게 여기고 사정없이 물어뜯어 버리는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곤 하였습니다.


”옳지! 그렇게 하면 되겠구나! 누렁아, 이제부터는 아무 걱정 하지 마라. 아주 좋은 생각이 떠올랐거든.”


한동안 누렁이 곁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준영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갑자기 무릎을 쳤습니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그 길로 곧 집 안 구석구석을 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비닐, 소파 커버. 페인트 통, 붓 ,가위 등, 닥치는 대로 찾아다가 안마당에 꺼내 놓았습니다.


그다음에는 그것들을 가지고 무얼 만들 생각인지 가위로 오려내고 페인트로 정성껏 갖가지 색칠도 열심히 하고 있었습니다. 비닐을 길게 똘똘 말아 돼지꼬리 모양도 만들었습니다.


누렁이도 몹시 궁금했는지 준영이가 만들고 있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며 가끔 힘없이 꼬리만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침내 준영이가 활짝 밝아진 얼굴로 누렁이를 향해 입을 열었습니다.


“누렁아, 드디어 다 됐다! 내일은 이걸 입고 산으로 올라가보자꾸나. 아마 이걸 입은 너를 보기가 무섭게 친구들이 벌벌 떨면서 혼비백산해서 도망치고 말 걸. 히히히……


준영이가 그동안 열심히 만든 것은 이제 보니 다름 아닌 멧돼지의 모습을 꼭 빼닮은 멧돼지의 탈이었습니다. 영문을 모르는 누렁이는 연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습니다.


그다음 날이었습니다.


"자, 누렁아, 어서 이걸 입고 같이 산으로 올라가 보자고."


오늘도 여느 때처럼 저 멀리 언덕배기에서 개들이 신나게 모여 노는 모습이 보이자 준영이는 서둘러 누렁이에게 멧돼지 탈을 입혔습니다. 그리고 누렁이와 같이 개들이 놀고 있는 언덕배기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꽤애액, 꿀꿀, 꽤애액— 꿀꿀…….“


누렁이는 준영이가 시키는 대로 사나운 멧돼지 소리를 목청껏 지르며 친구들이 놀고 있는 곳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멍! 멍! 멍!“


그러자 그 소리를 들은 친구들이 기겁을 해서 놀라 요란스럽게 짖어대며 이리저리 도망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누렁이는 그렇게 재미있고 통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멧돼지의 탈을 고생을 하며 만들어 준 준영이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재미를 붙인 누렁이는 그 다음 날부터 날마다 준영이를 졸라 뒷산 언덕배기를 찾아가서 친구들을 놀라게 하였습니다.


”어떠니? 내 말이 맞지? 친구들이 너를 보기가 무섭게 도망치는 꼴이 웃기지?“


준영이의 말에 더욱 기분이 좋아진 누렁이는 알아들었다는 꼬리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멧돼지의 탈을 쓰고 멧돼지로 둔갑해서 친구들을 감쪽같이 속여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는 누렁이, 누렁이가 과연 언제까지 마냥(*) 그런 재미를 즐기며 살아가게 될지는 그 아무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 )







< 우리말 익히기 >


'마냥' 과 '~처럼’


'마냥' 의 뜻

1 (부사) . 마음껏 얼마든지 · 한정 없이, 느긋하게

· 언제까지나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2. (명사) 하지가 지난 뒤 늦게 내는 모내기

3. (조사) '~처럼‘의 비표준어


예) 노래를 잘하는 수미마냥 나도 노래를 불렀다(이때 '마냥은 비표준어임.)


'처럼‘의 뜻 ;

체언의 뒤에 붙어 서로 견주어 보아 비슷하거나 뜻을 나타내는 부사격 조사


예) 나도 너처럼 피아노를 잘 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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