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작동화 ♣
육지에서 아주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진 섬마을이었습니다. 그 마을은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효성이 지극하기로 소문이 난 삼득 씨가 홀어머니를 모시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쏴아아~~~ 철썩, 쏴아아~~~ 철썩…….“
사철을 가리지 않고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 소리가 잠시도 쉬지 않고 시원스럽게 노래를 불러 줍니다.
"끼룩, 끼르르룩…….“
"뿌우웅, 뿌우웅…….“
이따금 들려오는 갈매기 우는 소리와 뱃고동 소리, 그리고 파도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늘 정겹고 고운 하모니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을회관 앞에서 떠들썩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 앞으로 하나둘 모여들며 시끌벅적하며 떠들고 있었습니다.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던 사람들도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밭에서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하고 일손을 놓고 모두 모여들었습니다.
마을회관 앞에는 난생처음 보는 승용차 한 대가 놓여 있었습니다. 금방 참기름이라도 발라놓은 듯 번쩍번쩍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승용차였습니다. 그야말로 눈이 부실 정도로 번쩍번쩍 빛이 나는 고급 승용차였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처음으로 이장님이 마침내 자동차를 들여놓게 된 것입니다.
말로만, 그리고 소문으로만 듣던 자동차 구경을 하게 된 마을 사람 모두가 두 눈이 휘둥그렇게 화등잔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듯 저마다 이리저리 살펴보며 한마디씩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히야!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자동차라는 거란 말이지?“
"우와~~~ 이제 우리 마을에서도 드디어 실제로 자동차를 볼 수 있게 됐잖아.“
”누가 아니라나. 이게 바로 아무리 먼 곳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자동차란 말이지? 히야, 오래 살다 보니 정말 신기한 물건을 다 보겠군!“
조금 뒤, 신바람이 난 이장님이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이더니 마침내 운전대에 올라 시동을 걸었습니다.
'부르르릉'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자동차 안에서는 스피커를 통해 멋진 음악도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요란한 클랙슨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귀청을 흔들어 놓기도 하였습니다.
”히야아! 그거 정말 보면 볼수록 멋지구먼, 멋져!“
아까부터 사람들 틈에 끼어 자동차를 이리저리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삼득 씨 역시 자동차가 부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문득 오래전에 지나가는 말로 했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삼득 씨의 귓전에서 다시 또렷하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얘야, 이렇게 하고한 날 방구석에만 누워 앓고 있자니 갑갑해서 살 수가 없구나. 죽기 전에 자동차라는 걸 타고 한 번 씽씽 달려본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겠구나!”
삼득 씨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 길로 바로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몇 해 전부터 병이 들어 쇠약해진 삼득 씨의 어머니는 자리에 누운 채 지금도 바깥출입을 전혀 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만 지내고 있었습니다.
‘옳지! 이런 때 얼른 울 엄니 드라이브를 해 드려야지!’
삼득 씨는 곧 광속으로 들어가더니 오랫동안 처박아 두었던 낡은 손수레를 꺼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손수레를 여기저기 손질을 하며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여러 날이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니, 힘드시겠지만 잠깐만 밖으로 나와 보셔유, 제가 그동안 엄니 자가용 한 대를 장만해 놓았구만유. 흐흐훗…….“
”무슨 일인데 갑자기 이 야단인 게냐?“
어머니는 삼득 씨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두 눈이 그만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손수레가 아주 이상한 모양으로 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손수레 위에는 널빤지로 예쁘게 페인트 색칠을 해서 만든 작고 아담한 집이 올라앉아 있었습니다. 지붕도 있고 사방으로 밖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도 달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손수레 안쪽 벽에는 너무 오래되어 고물이 된 라디오도 한 대 걸려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가 어리둥절해서 물었습니다.
"이게 도대체 뭐다냐? 이건 원래 손수레가 아니었더냐?"
"푸후훕…… 엄니, 맞아유. 근데 이건 이제 손수레가 아니구만유. 이제부터 엄니가 맘대로 타고 다니실 자가용이구만유, 흐흐흐…….”
삼득 씨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입가에 흘러나오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혼자 웃어대며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니 생각 나세유? 아주 오래전에 자동차를 한 번만 타보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잖아유. 그래서 제가 이렇게 자가용을 한 대 만들었구만유. 흐흐훗…….”
“호호호……. 그래?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었던가! 어이구, 우리 아들이 효성만 지극한 줄 알았더니 이제 알고 보니 손재주도 아주 좋구나! 어디 그럼 한번 타봐도 되겠니?”
기분이 좋아진 어머니는 아픈 것도 잊은 채 활짝 밝아진 얼굴로 마치 어린아이가 된 것처럼 소리내어 웃으며 보채고 있었습니다.
“그럼은요. 되다 마다요. 이건 순전히 엄니 자가용인데 타셔도 되구 말구유.”
삼득 씨는 곧 어머니를 수레에 태우고 손수레 앞에 있는 손잡이를 드 손으로 꽉 잡았습니다.
"자, 그럼 엄니, 이제 슬슬 출발해 볼게유!“
"그래, 어서 좀 쌩쌩 달려보자꾸나. 호호호……."
손수레 안에 있는 고물 라디오에서는 어느새 흘러간 유행가가 경쾌하게 흘러나오고 있었습다. 그 모두가 평소에 어머니가 좋아하는 노래들이었습니다.
삼득 씨의 이마에서는 어느새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드는 줄도 모르고 기분이 좋아져서 열심히 손수레를 끌고 있었습니다.
"빵, 빠아앙~~~!”
삼득 씨가 손수레 손잡이에 매달린 버튼을 누를 때마다 클랙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집니다.
"엄니, 어떠셔유? 기분이 좋으시쥬?“
"아암, 좋고말고. 네 덕분에 이렇게 자가용도 타보게 되는구나. 호호호…….”
삼득 씨는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며 웃고 있는 어머니를 보자 더욱 신바람이 났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지가 먼저 큰소리로 '칙칙‘ 할 테니까 엄니도 바로 ‘푹푹’ 해보셔유, 알았쥬?”
“그래, 알았다. 그런데 ‘칙칙푹푹’이라니 이게 자가용이 아니라 기차란 말이더냐?”
“에이, 엄니두, 이건 자가용도 됐다가 기차도 됐다가 마음대로 변하기도 하는 최신 자가용이라니깐유.”
“그래? 그걸 내가 몰랐었구나. 알았다. 그거참 재미있겠구나. 그럼 네가 먼저 시작해 보려므나. 호호호…….”
어머니가 손벽까지 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본 삼득 씨는 더욱 신바람이 나서 손수레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습니다.
“칙칙! 푹욱푹!”
“칙칙! 푹욱푹!”
두 사람이 목청껏 외치는 '칙칙푹푹' 소리는 온 마을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마을 사람들마다 일손을 멈추고 무슨 일인가 하고 벌떡 일어서서 그희한한 모습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고기잡이를 하던 사람들도, 모래밭에서 땀을 흘리며 일을 하던 사람들도 모두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정말 우리 마을에 효자가 났군, 효자가 났어."
”아무렴, 정말 저런 효자는 조선 팔도에도 없다니까.“
그 소리를 듣게 된 삼득 씨는 더욱 기분이 좋아져서 마을 사람들을 향해 손을 힘껏 흔듭니다. 한껏 기분이 좋아진 어머니도 창밖으로 손을 내밀고 연신 손을 흔들어 줍니다.
"끼룩 끼루륵~~~"
"쏴아아~~~ 철썩, 쏴아아~~~ 처얼썩~~~ “
어느새 갈매기들도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도 이상한 자가용을 바라보며 마치 축하라도 하듯 고운 노래로 맞이하며 반겨 줍니다.
"부르릉, 부르릉!“
”빵, 빠아앙!“
”칙칙! 푹푹!“
삼득 씨가 끌고 있는 자가용에서 들려오는 ‘부르릉, 부르릉' 소리는 그 후, 몇 해가 지나도록 온 마을 곳곳으로 울려 퍼지며 좀처럼 멈출 줄을 몰랐습니다.
그렇게 몇 해가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부르릉, 부르릉!"
"부르릉, 부르릉!“
삼득 씨는 그날도 여느 때처럼 연신 부르릉' 하고 소리쳐 보지만 오늘따라 무슨 일인지 '빵, 빠아앙' 소리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삼득 씨가 웬일인가 하고 문득 놀란 표정이 되어 급히 손수레를 세웠습니다. 그리고 곧 어머니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삼득 씨의 두 눈이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신바람이 나서 ’빵빵‘ 소리를 내고 있던 어머니가 두 눈을 감고 자리에 누운 채 조금도 움직이지를 않고 있었던 것입니다.
기겁을 해서 놀란 삼득 씨가 큰 소리로 어머니를 흔들었습니다.
"엄니, 왜 갑자기 왜 이래유? 어서 눈을 뜨고 ’빵빵‘ 좀 해 보라니깐유.“
어머니는 그제야 삼득 씨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눈을떴습니다. 그리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겨우 몇 마디 입을 열었습니다.
"아들아, 오늘은 느이 아부지가 나를 어서 오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구나, 네 덕분에 드라이브라는 것도 실컷 해 보고 난 정말 네 덕분에 너무 해앵보옥…….”
어머니는 거기까지 겨우 힘겹게 말을 하고는 다시 스르르 눈을 감았습니다.
"엄니! 엄니! '부르릉, 빵빵’ 더 해야 하잖아유. 제발 눈을 떠보셔유, 으흐흑…….”
삼득 씨가 울부짖고 있는 슬픈 통곡 소리가 섬마을을 온통 뒤흔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자가용을 조금이라도 더 태워드리지 못한 것이 그렇게 서운하고 안타까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섬마을에서는 안타깝게도 더 이상 ‘부르릉, 빵빵’ 소리는 들어볼 수가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