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고향이 없는 아이

♣ 창작동화 ♣

by 겨울나무

마치 떡시루에서 나오는 김처럼 푹푹 찌는 무더운 여름날씨입니다.

내일은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 방학 날입니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덥기 때문에 아이들 모두가 더욱 손꼽아 기다려 온 방학입니다.

"엄마, 내일이 방학이래.“

더위에 지칠 대로 지친 몸으로 학교에서 돌아온 웅아는 엄마를 보자마자 기운이 다 빠진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고말고. 이제 우리 웅아가 내일 하루만 학교에 나가면 이렇게 더위 고생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이니, 그치?“

엄마는 웅아의 책가방과 실내화 주머니를 받아들면서 기쁜 표정으로 맞장구를 쳤습니다.

"으음, 엄마 그런데 말이지. 내 친구들은 방학하면 모두들 시골로 놀러 간다고 야단들인데 난 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이이구우, 이 땀 좀 봐라. 자, 더운데 우선 얼른 샤워부터 해야 되겠구나.”

엄마는 웅아데리고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웅아의 옷은 온통 땀에 젖어 후줄근합니다. 그리고 아직도 얼굴과 이마에서도 구슬 같은 땀방울이 쉴 사이 없이 뚝뚝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이구, 그래 웬 놈의 더위가 이다지 극성을 부린다니? 우리 웅아가 이렇게 더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걸 아마 하느님이 모르시는 모양이지?”

웅아의 옷을 벗기고 있는 엄마의 이마와 얼굴에도 어느새 땀방울이 송송 맺히고 있습니다.

우선 찬물로 세수부터 하고 있던 웅아가 문득 다시 생각이 난 듯 다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엄마, 그런데 말이지. 우린 왜 지금까지 한 번도 시골에 안 가는 기야? 우린 정말 남들처럼 고향도 없고 시골도 없는 거야?”

"아니 오늘은 뚱딴지같이 웬 시골 타령을 자꾸 하고 그러니? 아하, 이번 여름 방학에는 네가 시골 구경을 꼭 한번 하고 싶어서 그러는 모양이구나, 그치?“

"아니 그게 아니구, 다른 애들은 방학 때가 아니더라도 가끔 시골에 간대, 그리고 시골에 가면 공기도 맑고, 서울에서 볼 수 없는 신기한 것들이 얼마든지 많대.“

웅아가 지껄이는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엄마는 갑자기 미안한 표정이 되고 말았습니다. 아마 웅아가 2학년이 되도록 시골 구경 한번 제대로 시켜주지 못한 엄마의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조금 미안해진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래, 네 말대로 우리도 올여름에는 아빠한테 잘 부탁해서 웅아가 그렇게 가보고 싶어하는 시골 구경을 한번 실컷 시켜줘야 하겠는걸.”

"엄마, 그거 정말이지?“

시골 구경을 시켜준다는 말에 신바람이 난 웅아의 표정이 활짝 밝아졌습니다.

"그러엄, 아빠만 시간을 좀 내주신다면 그게 뭐가 어렵겠니? 그러니까 저녁때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시면 네가 잘 말씀드려 보자꾸나.”

“그렇지만 아빤 맨날 바쁘다고만 하니까 아마 어렵지 않을까?”

"아마 모르기는 해도 네가 부탁을 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시간을 내주실지도 모르지 않니? 아빠가 웅아를 얼마나 귀여워해 주시는지 너도 알고 있지?“

”그건 그렇지만, 아빠가 정말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

“그러엄, 틀림없이 웅아가 부탁한다면 들어주실 걸.”

“우와아, 신난다!"

웅아는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서 갑자기 크게 소리치며 엄마의 품에 덥석 안겼습니다.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웅아는 아빠가 회사에서 돌아오기가 무섭게 아빠한테 매달리며 졸라 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빠, 나 시골 구경 좀 시켜 줘, 으응?”

“아니 밑도 끝도 없이 그건 또 무슨 소리니?”

웅아가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 바람에 아빠의 눈이 금세 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대신 아빠에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아빠는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습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알았어. 우리 웅아한테 시골 구경을 시켜주지 못한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는데 마침 잘 됐다.”

“우와아, 아빠, 그럼 정말 이번 방학 때 시골 구경시켜줄 수 있는 거야?”

“아암, 시켜주고말고. 그게 누구 부탁인데……. 그렇지 않아도 이번 여름에는 마침 아빠가 회사에서 며칠간 휴가를 내기로 했거든.”

아빠는 웅아를 덥석 껴안으면서 시원스럽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히야, 신난다! 역시 우리 엄마 아빠가 최고라니까.”

웅아는 너무 기분이 좋아서 겅중겅중 뛰면서 어쩔 줄을 모릅니다.

그런 웅아의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아빠와 엄마는 웅아가 더욱 귀엽고 자랑스러워 못 배기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 아빠가 웅아에게 물었습니다.

“시골 구경시켜준다고 하니까 그렇게도 좋으니?”

"그럼, 좋고말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시골에 가고 싶었는지 아빤 알기나 해?“

"으음, 그랬었구나. 그런데 왜 그렇게 시골이 가고 싶었지?“

"음, 그건 내일이 방학식이어서 오늘 우리 반 친구들은 한 사람씩 앞으로 나가서 방학 동안의 계획을 발표하게 되었거든.“

”음.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신바람이 나서 시골에 가겠다는 거야, 고향이나 친척, 그리고 외갓집을 찾아가서 쉬었다가 온다고 말이야.”

“그래? 그럼 우리 웅아도 앞으로 나갔었겠구나?”

“나도 나가기는 나갔지.”

“그래서 넌 뭐라고 그랬는데?”

“뭐라고 하기는 뭐라고 해? 난 고향도 없고 시골에 외갓집도 없잖아. 그래서

시골에 갈 수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할 게 없잖아.”

웅아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아빠와 엄마의 표정이 금세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웅아의 말을 얼른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빠가 다시 물었습니다.

"그래서?“

"난 고향도 없는데 무슨 말을 해. 그래서 그냥 창피만 당하고 그냥 자리로 들어왔지, 뭐.“

"으하하……. 아니, 뭐라고? 우리 웅아가 지금까지 똑똑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게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그럼 넌 고향이 없단 말이지?“

아빠는 뭐가 그렇게 우스운지 소리내어 껄껄 웃고 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나까지 모두 서울에서 태어났는데 내가 고향이 어디 있느나구?”


“……!”

“……!”

웅아의 이야기를 들은 아빠와 엄마는 기가 막혀 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왜 그래? 내 말이 틀렸어?”

너무 기가 막혀 아빠와 엄마가 좀처럼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걸 보자, 웅아가 오히려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어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빠가 다시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웅아야, 아마 넌 지금까지 시골만 고향인 줄로만 알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럼, 고향에 간다고 하면서 사람들은 누구나 차를 타고 멀리 시골로 내려가 잖아.”

그러자 아빠가 다시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웅아야, 고향이란 말이지, 반드시 시골만 고향이 아닌 거란다. 누구나 자신이 태어나고 자린 곳이 바로 고향이라고 하는 거란다. 이제 알아듣겠니?”

“아하, 그럼 난 서울에서 태어났으니까 서울이 고향이란 말이지?”

"암, 그렇고말고. 이제야 말귀를 제대로 알아들은 모양이구나.“

"그럼 아빠와 엄마도 서울에서 태어났으니까 서울이 바로 고향이란 말이지?”

“아암, 그렇다니까.”

"에이, 난 그런 것도 모르고 여태까지 시골만 고향이 되는 줄 알았지. 그럼 내 고향은 아니지만, 이번 방학 때는 시골 구경을 꼭 시켜주는 거지?“

”아암, 시켜주고말고.“

아빠는 어렇게 대답하면서 고개를 힘껏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웅아의 표정이 다시 환하게 밝아지면서 겅중겅중 뛰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고향의 정을 전혀 모르는 아이로 키우고 있었다니……!‘

순간, 아빠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지고 말았습니다. 지금까지 제 고향조차 제대로 가르쳐주지 못한 부모로서의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날 밤, 늦게야 잠이 든 웅아의 표정이 그렇게 흐뭇하고 평화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 지금쯤 웅아는 꿈속에서 한창 시골 여행을 즐겁고 신나게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니, 그보다는 그동안 잊고 지내던 고향을 다시 찾은 기쁨에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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