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손자가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도 지구가 계속 돌고 있다는 거 알고 계셨어요?“
"뭐, 뭐라고? 이 멀쩡한 지구가 돌긴 왜 돌아?
"네, 이 지구는 잠시도 쉬지 않고 빙글빙글 돌고 있대요.”
“옛기, 이 녀석, 나 워언, 오래 살다 보니까 별놈의 소릴 다 듣겠구나.”
할머니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두라는 듯, 손자에게 눈을 가볍게 흘겼습니다.
손자는 그런 할머니가 못마땅하다는 듯 다시 물었습니다.
“아니 그럼 할머닌 지구가 돈다는 사실을 여태까지 모르고 계셨단 말씀이세요?”
그러자 할머니도 자꾸 그런 손자가 못마땅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퉁명스러운 소리로 나무랐습니다.
"아니 보자보자 하니까 이 녀석이 점점 할머니를 놀리고 있잖아. 할머니가 아무리 공부는 못했지만 그런 거짓말에 속을 줄 알았니? 어림없는 소리 마라.“
"어이구, 이제 보니까 우리 할머니는 정말 무식한가 봐.“
손자의 말에 할머니가 이번에는 정말 기분이 언짢아졌습니다. 그래서 손자에게 조금 화가 난 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어린 녀석이 할머니를 그렇게 우습게 알고 함부로 그렇게 놀리면 이 다음에 벌을 받는단 말이야. 알았어?“
할머니의 말에 손자는 속이 터질 것처럼 답답했습니다.
”아이 차암, 할머니를 놀리는 게 아니라 사실이 그랗다니까요.“
"어쭈, 이 녀석이 학교엘 좀 다니더니 이제는 할머니를 아예 바보로 아는 거 아니야?”
"아이 참,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요.“
"아니 이 녀석이 그래도 끝까지……. 제발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두란 말이야. 네까짓 녀석이 뭘 안다고 할머니한테 버릇없이 이 모양이니?”
"어떻게 알기는요. 선생님한테 배웠으니까 알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뭐어? 선생님한테 배웠다고? 아니 선생님들이 가르칠 게 없어서 그런 거짓말이나 어린아이들한테 그런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다는 거니. 이렇게 멀쩡하게 가만히 있는 땅덩어리가 돌긴 왜 돌고 있다는 게야?“
”에이 할머니하고는 더 이상 말이 안 통한다니까요.“
손자는 그런 할머니가 너무 답답해서 시무룩한 얼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느꼈는지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도 여전히 답답하다는 듯 다시 말을 걸었습니다.
”오냐, 알았다. 내가 너무 무식해서 상대가 안 된다 이 밀이지? 그럼 내가 한 가지만 더 물어봐도 되겠니?“
”뭐를요?“
”네 말대로 지구가 빙글빙글 맴을 돈다고 치자. 그렇다면 왜 지금 너나 할머니가 어지럽지를 않지?“
”그, 그건…….“
손자는 할머니의 엉뚱한 물음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손자가 우물쭈물하며 얼른 대답을 하지 못하자 할머니는 그거 보라는 듯 신바람이 나서 다시 물었습니다.
"그거 봐. 왜 대답을 못하니?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거짓말을 하고 다니면 못쓴다. 할머니 말 알아 들었지?”
"글쎄, 절대로 거짓말이 아니라니까요.“
"아니, 그래도 이 녀석이 또……. 좋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또 뭔데요?“
"지구가 공처럼 둥글다고 그랬지?”
"그렇다니까요.“
"그게 맞는 말이라면 지구 저 밑에 사는 사람들은 거꾸로 걸어다녀야 하지 않겠니?”
"그야 당연하지요."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은 지구에서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거꾸로 다닐 수가 있지?
"그건 만유인력 때문에 그렇대요."
손자가 이번에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자신 있게 대답하였습니다.
“뭐어? 무슨 인력? ”
“만유인력이요. 지구는 원래 모든 물체를 끌어당기는 만유인력이라는 게 있거든요.”
“옛기, 이 녀석이 그래도 여전히…….”
“어휴, 진짜라니까요.”
그러자 할머니도 지지 않고 다시 물었습니다.
“ 네 말대로 이 땅덩어리에 만유인력인지 뭔지가 있다면 말이다. 사람들이 걸어다닐 때 땅에서 발을 들어 올리기가 힘들어야 할 거 아니겠니? 그런데 왜 힘 하나 들지 않게 걸어다닐 수 있는 거지?”
“……?”
“ 그리고 지구가 계속 돌고 있다면 어항에 있는 물이나 우리가 먹는 국그릇은 왜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있는 거지?”
“……?”
손자는 게속되는 할머니의 엉뚱한 물음에 입이 딱 벌어진 채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습니다.
" 왜 대답을 못해 이 녀것아. 지구가 돌고 있다는 말 새빨간 거짓말이었지?“
손자는 섣불리 아는 체를 했다가 할머니한테 그만 창피만 당하고 만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입을 벌린 채 속으로만 꿍꿍 앓고 있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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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구는 쉬지 않고 자전과 공전을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의 말처럼 우리는 왜 어지러움을 느끼지 않을까요?
2. 지구에는 만유인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걸음을 옮겨 놓을 때 몹시 힘이 들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3. 위치로 볼 때 남극에서는 분명히 사람들이 거꾸로 서서 걸어다니며 지내고 있어야 맞습니다. 다면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마치 물구나무서기를 할 때처럼 온몸의 피가 머리로 올라가서 힘이 들 텐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요?
4.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식탁 위에 떠놓은 물이나 커피는 왜 조금도 흔들리지 않는 것일까요? 그 이유에 대해 말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