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나무 Dec 07. 2022

내가 어렸을 때는(7)

[선생님이 악마처럼 두렵고 친구들은 괴롭히고]

학교에 가기가 정말 죽기보다 싫었다. 악마보다 더 무서운 선생님, 그리고 나를 보기만 하면 괴롭히는 친구들이 두려웠다.  

    

나는 여러 날 고민 끝에 어느 날 별 수 없이 부모님께 이 사실을 자세히 알리게 되었다. 현재 내 사정이 이러니 부디 학교에만 가지 않게 해달라고 애원을 하기도 하였다. 학교에 가지 않는 대신 날마다 산에 가서 나무를 열심히 해오겠다고 애원을 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내 편이 되어 나의 힘든 사정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줄 알았던 부모님의 생각은 그게 아니었다. 그게 다 너 잘되라고 선생님이 너한테만 특별히 베푸시는 일이니 아무리 무서워도 선생님의 고마움을 생각하고 잘 참고 견디며 그대로 다니며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닌가.    

  

학교를 간다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죽기보다 싫은데, 그나마 사정을 이야기하면 내 편이 되어 줄줄 알았던 부모님까지 이렇게 나오니 난 당장 갈 곳이 없었다. 마음만 자꾸 답답해지고 죽을 지경이었다.      


솔직히 죽을 수만 있다면 죽어서 이 세상에서 깨끗이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슴속에서 자꾸만 꿈틀대고 있었다. 그만큼 학교에 가는 것은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죽기보다 싫은 곳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번개처럼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옳지그거로구나!’     


마침 우리 마을에 내 또래가 한 명이 있었는데 그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늘 산에 가서 나무를 해오며 나날을 보내곤 하였다. 학교에 다니지 않고 매일 나무만 하러 다니는 그가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산으로 올라가서 그와 함께 어울려 놀다가 저녁때 집으로 돌아오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것이다.     

아침 등굣길에 아버지는 나에게 잘 마른 참나무 장작 한 묶음을 꾸려서 건네주었다. 그때 천막 교실에 연통 난로가 하나 있었는데 반 아이들이 돌아가며 장작이며 솔방울 등 땔감을 가지고 오게 하여 불을 지피곤 하였다.     

난 장작을 등에 메고 책보를 든 다음 평소대로 학교에 가는 척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는 그 친구가 나무를 하러 잘 다니는 산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마침 산골짜기로 들어가 보니 나무를 하는 그 친구가 보였다.      

난 그를 보자 너무 반가웠다. 그 친구도 나를 보자 휘둥그래진 눈으로 왜 학교에 안 가고 여길 왔느냐고 물었다. 난 학교에 가기가 싫어서 너와 함께 지내고 싶어 찾아 왔다고 하였다.    

  

그러자 그 친구는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던 차에 너무 잘 됐다며 솔뼉까지 치면서 좋아하였다. 나는 그 대신 마을에 가서 그 누구한테라도 나하고 산에서 놀았다는 말은 하지 말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어느덧 점심 때가 되자 난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내 그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그리고 그가 나무를 한 짐 하는 동안 그를 따라다니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평소에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되자 집으로 돌아가서 부모님에게 학교에 잘 다녀왔다고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부모님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며 다른 날보다 특별히 더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부모님은 아무 말 없이 그대로 넘어갔다. 학교에 가지 않고 하루 종일 산에서 놀다가 온 사실을 전혀 눈치조차 채지 못한 것 같았다.      


난 그동안 조마조마했던 마음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그다음날도 난 학교에 가지 않고 산으로 갔다. 틈이 날 때마다 선생님한테 그토록 무섭게 매를 맞는 학교에 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기는 하였지만, 왠지 마음은 자꾸만 불안해지고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 또한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저녁때가 되기를 기다려도 해는 좀처럼 서산으로 넘어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늘 지루했다.    

그렇게 사흘째 학교에 가지 않고 산에서 놀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느닷없이 인기척이 들리기에 소리가 나는 쪽을 바라보니 우리 마을에 사는 어른 한 명이 어느 틈에 산등성이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난 어른을 보기가 무섭게 나도 모르게 어깨에 메고 있던 책보를 얼른 벗어서 나무 밑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그런 나의 이상한 행동을 본 그 어른이 곧 눈치를 챘는지 잘 알겠다는 듯 곧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하이 녀석이 공부하기가 싫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산에서 놀고 있었구나이거 안 되겠구나이따가 내려가서 느이 아버지나 엄마한테 일러야 되겠다.”     


허걱!! 이럴 수가!”     


그 어른은 이렇게 말하고는 곧 마을로 내려가고 있었다. 난 불안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려서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어른이 우리 집에 가서 내가 산에서 놀고 있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알려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날 오후,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면서 조마조마한 불안한 마음으로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짝 긴장한 표정으로 학교에 잘 다녀왔다고 모기 소리만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너 오늘도 학교에 안 가고 산에서 놀다가 온 거지?”     


어머니는 나를 보자마자 대뜸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이렇게 대꾸하며 무섭게 야단을 치기 시작했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것은 아버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선생님이 너를 무섭게 때리는 것은 그 모두가 너 잘되라고 하시는 일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선생님이 무섭게 때리고 야단을 친다 해도 설마 너를 죽이기야 하겠느냐고도 하였다.      


그런데 바보처럼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모르고 산에 가서 놀고 있었다며 또다시 이런 일이 있으면 다리몽댕이를 부러뜨리고 말겠다는 험한 말까지 하며 심하게 꾸짖고 있었다.      


난 머리를 잔뜩 숙인 채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일부터 당장 학교에 갈 일을 생각하니 몸서리부터 처졌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학교에 간다는 것은 무서워서 죽기보다 싫은데 부모님들은 학교로 내몰고 있고, 정말 어디로 멀리 도망을 가고 싶은데 그럴만한 용기도 없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었다.      


이 일을 정말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그 이튿날, 난 별 도리없이 책보를 어깨에 메고 다시 학교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악마보다 더 무서운 선생님과 나만 보면 항상 괴롭히는 친구들을 다시 만날 두려움에 발걸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마치 도살장을 향해 걸어가는 소의 걸음걸이처럼……. ( * )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어렸을 때는(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