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위의 시는 서정주의 '푸르른 날'이란 시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푸르른'은 시를 쓰거나 노랫말에 많이 사용하긴 하지만 사실은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푸르르다'라는 말이 없기 때문에 '푸르른'으로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의 경우 ’푸르른' 대신 '푸르다'에서 변화한 '푸른'을 쓰는 것이 표기이다. 즉 다시 말해서 '푸르른 오월'은 '푸른 오월'로 고쳐 써야 맞는 표기인 것이다.
'푸르다'는 '러' 불규칙 용언이기 때문에 ‘푸르+어'의 형태가 될 경우 '어'가 '러'로 변하게 된다. 그래서 '푸르러'가 되는 것이다.
어떤 장소나 때에 도착하다는 뜻인 '이르다'와 색깔을 나타내는 '누르다' 도 '러' 불규칙 용언이다. 따라서 이들은 각각 '이르러', '누르러'로 활용한다.
이들 역시 기본형이 '이르르다', '누르르다'인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르른', '누르른' 등으로 잘못 쓰는 사례가 흔하다. 그러기에 '이른'과 '누른‘으로 표기해야 바른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나 노랫말에서 가끔 '푸르른', '이르른'등으로 쓰는 것은 '푸른', '이른'이라고 쓰는 것보다 리듬감이 더 좋게 느껴질 수도 있기에 시나 노랫말 등에 가끔 나오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맞춤법 표기로는 맞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회식 장소나 노래방 등에서 노래를 부를 때 '애창 곡'으로 흔히 쓰는 '십팔번'이 있다.
그런데 왜 하필 ‘이십번’이나 삼십번‘이 아니고 '십팔번'일까?
’십팔번‘ 역시 알고 보면 일본의 대중 연극 ’가부키(歌舞伎)‘에 서 나온 말임을 알 수 있다.
약 4백 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가부키‘ 공연은 여러 장(場)으로 구성돼 있으며, 장이 바뀔 때마다 막간극을 공연하곤 한다.
’가부키‘는 17세기 ’이치카‘와 ’단주로‘라는 배우가 가문에서 내려오는 ’가부키‘ 단막극 중에 크게 성공한 열여덟 가지 기예(技藝)를 정리하였는데, 이것을 가리켜 ’광언(狂言·재미있는 희극)십팔번‘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열여덟 번째가 가장 인기가 있어 지금처럼 '십팔번'이란 말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그러기에 지금부터는 이 ’십팔번‘이란 말 대신 '단골 노래' 또는 '단골 장기' 등 우리말로 순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래 반주나 그런 업소를 가리키는 '가라오케' 역시 일본에서 온 말이다. 일본어로 '비어 있다' 또는 '가짜'를 뜻하는 '가라’에 영어의 오케스트라(orchestra)가 합쳐져 ‘가라오케’란 말이 생기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1980년대 유흥가 주점을 중 심으로 이런 형태의 업소가 급속히 퍼지게 되었다. 그러므로 우리말로는 '녹음 반주', '노래방' 등으로 바꿔 쓸 수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나시(민소매)' '기스(흠집)' '무데뽀 (막무가내), '쿠사리 (핀 잔)' '반까이(만회)' '곤조(성깔)' 등 일본어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우리들이 현재 무심코 쓰는 말 중에는 일본어나 일본식 한자어가 15% 나 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우리말로 대체할 수 있는 일본어나 일본식 한자어는 바꿔 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