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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나무 Jun 12. 2023

알쏭달쏭 우리말(78)

[혼동하기 쉬운 맞춤법]

 지리하다와 지루하다   

  

 '일일여삼추(一日如三秋)'란 말이 있다. 하루가 3년 같다는 뜻으로 몹시 애태우며 기다림, 또는 매우 지루함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와 반대되는 표현으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말도 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이란 한바탕 꿈을 꿀 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봄밤의 꿈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 인간의 한 평생이며 인간 세상의 덧없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진 같은 시간의 양(量)이라 해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려서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허무하게 느껴지고, 관심이 없거나 흥미 없는 일에 대히서는 그 시간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지게 된다는 뜻이다.      


보 기 >     


  한도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지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는 늘 지리하고‘ 따분하기만 하다     


  - 장맛비기 며칠째 지리하게 내리고 있었다.  

   

마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지리한‘ 일상에서 탈출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그것은 청량제와 같은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위의 <보기> 글을 보면 같은 상태가 너무 오래 계속돼 넌더리가 나고 따분하다'는 뜻으로 '지리하다'란 말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지리하다는 잘못된 표현이다. 모두 '지루하다'로 고쳐야 한다.      


표준어 규정 제11항을 살펴보면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상치'가 아닌 '상추'로, '미싯가루'가 '미숫가루'로 바뀐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라 하겠다.          



◆ 허락과 승낙


'허락(許諾)'은 청하는 일을 하도록 들어주는 것을 뜻한다. 이와 비슷한 말로 '승낙(承諾)'이 있다.  

    

이때 ‘승낙’이라 쓰지 않고 '승락'으로 잘못 쓰는 사람이 많다. 그 이유는 대답할 낙(諾)이 ‘허락, 수락, 쾌락’으로 쓰는 데서 오는 혼동 때문이라 하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승낙(承諾)’이 바른 표기다.     

 

그렇다면 분명히 같은 글자임에도 불구하고 왜 '낙'으로 쓸 때가 있고 '락'으로도 쓸 때도 있는 것일까?   

   

한글 맞춤법에서는 '한자어에서 본음으로도 나고 속음으로도 나는 것은 각각 그 소리에 따라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속음(俗音)’이란 한자의 음을 읽을 때 본음과는 달리 사회에서 널리 쓰는 일반화 된 음을 말한다.     


‘허락’ 역시 본음은 ‘허낙’이지만 많은 사람이 발음하기 편리한 ‘허락’으로 읽기 때문에 이런 현실을 수용하여 '허락'으로 적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예로 수락’과 쾌락’도 마찬가지다.     


반면 ‘승낙’ ‘승낙’으로 발음되고 있어서 본음 그대로 표기하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분노(憤怒), 경노잔치와 '경로잔치, 희노애락과 희로애락(喜怒哀樂), 토론(討論)과 의논(議論), 오륙십(五六十)과 유월(六月), 십일(十日)과 시월(十月), 팔일(八日)과 초파일(初八日) 등도 같은 예다.     


그러나 숨길 ‘닉'’은닉(隱匿), 익명(匿名)‘처럼 표기하는 것은 두음법칙을 따랐기 때문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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