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고집스럽게 사람의 얼굴만을 열심히 그려 온 화가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지금가지 화가 아저씨가 그려 온 얼굴 모습은 그야말로 가지각색이었습니다.
해님처럼 방긋 웃는 천진한 아기의 얼굴, 늠름하고 씩씩하게 생긴 청년의 모습, 환하게 활짝 웃고 있는 노인의 얼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를 띤 어여쁜 아가씨의 얼굴 등,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그림을 그렸는지 그 수를 헤아릴 수조차 없을 정도입니다.
"히야아! 이게 정말 그림이란 말이지? 마치 살아 있는 사람 같은 걸.“
"우와아~~~! 저 눈동자 좀 봐, 금방이라도 깜박거릴 것처럼 빛이 나는 걸!”
"저 입술은 또 어떻고? 금방이라도 무슨 말을 걸어올 것만 같다니까."
어쩌다 화가 아저씨의 그림을 보게 된 관람객들은 미리 약속이라도 한 듯 두 눈이 모두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입이 딱 벌어져서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그림 얼맙니까? 제가 사겠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사고 싶습니다. 꼭 저를 주십시오.“
관람객들은 그때마다 앞을 다투어 서로 먼저 사겠다고 아단이었습니다. 그만큼 그림 솜씨가 뛰어나서 어딜 가도 다시는 그런 그림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그때마다 화가 아저씨의 표정은 조금도 기뻐하기는커녕 어둡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무리 그림값을 많이 준다고 매달려도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안 됩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팔지 않겠습니다.“
관람객들은 하나같이 눈이 휘둥그레지고 말았습니다.
"흥, 저 사람이 아직 배가 부른 모양이군."
"그림 솜씨 하나는 훌륭하다만 너무 거만스러운 게 탈이라니까."
"누가 아니래. 저래서 예술가란 사람들이 가끔 욕을 먹는다니까.“
화가 아저씨는 사람들의 그런 비웃음도 그저 귓등으로 흘려버리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다시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이었습니다.
화가 아저씨는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또다시 그림 한 장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후유, 이제야 겨우 다 됐군.“
이번에 다시 완성한 그림은 지금까지 그려온 그림 중에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정성을 다해 그린 작품이었습니다.
티 하나 없이 맑고 마냥 곱게 생긴 아가씨의 얼굴, 마치 금방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보다 더 밝고 곱게 웃고 있는 아가씨의 얼굴이었습니다.
화가 아저씨는 이 그림 하나를 그리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모릅니다. 때로는 밥 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정성을 들인 그림입니다. 가끔은 밤을 꼬박 새워가며 그린 걸작 중의 걸작이었습니다.
"자아! 어디 좀 보자꾸나.“
화가 아저씨는 조금은 지친 얼굴로 지금 막 완성한 그림을 자세히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한쪽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뜨기도 하고 조금 뒤로 혹은 멀리 물러서기도 하며 골돌한 생각에 잠겨 오랫동안 감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화가 아저씨의 얼굴이 갑자기 무섭게 일그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도 몹시 못마땅하고 괴로운 표정이었습니다.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와장창!“
화가 아저씨는 지금까지 오랫동안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마치 미친 사람처럼 갑자기 그림 붓을 뚝뚝 꺾고 분질러서 동댕이쳤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애지중지하던 팔레트와 그림물감 그리고 이젤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내던지고 있었습니다.
그 바람에 요란한 소리에 깜짝 놀란 아내가 급히 달려왔습니다. 엄마 뒤를 따라 예경이도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달려왔습니다.
"여보, 이번에 그린 그림도 당신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이군요?“
아내가 겁에 질린 얼굴로 화가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아내의 물음에 화가 아저씨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일그러진 굳은 표정으로 바닥에 나가떨어진 그림만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동안 땅바닥에 박살이 난 그림을 가만히 살펴보던 예경이가 엉뚱한 말을 꺼냈습니다.
"이그림 정말 예쁘다. 근데 이렇게 이쁜 언니 같은데 마음까지 이렇게 예쁠까?“
”……?“
예경이의 물음에 엄마도 아빠도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예경이가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우리 반에도 얼굴이 아주 예쁜 아이가 있어. 그런데 마음씨는 영 그게 아니거든.“
예경이의 말에 아내는 여전히 화가 아저씨의 눈치만 살피고 있었습니다. 화가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여전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뿜었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후유~~~ 그래, 네 말이 맞았다. 아무리 예쁘면 무얼 하겠니. 얼굴 생김새보다는 마음씨가 더 중요하거든, 그런데 난 지금까지 그런 그림을 단 한 장도 그려보지 못했단 말이야.“
”……?“
”……?“
오늘따라 파란 하늘은 마치 고운 색깔의 물감을 뿌려놓은 듯 터 한 점 없이 맑고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기만 하였습니다.
”후유우~~~“
여전히 굳은 얼굴로 맑고 푸른 하늘을 아무 말 없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화가 아저씨의 입에서는 땅이 꺼질 듯한 긴 한숨이 연신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