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수는 엄마가 차려 준 점심을 부지런히 퍼먹기 시작하였습니다.
뭐가 그리 급한지 목이 메일 정도로 제대로 씹지도 않은 채 허겁지겁 먹고 있습니다.
"이 녀석아, 체하겠다. 좀 천천히 먹어라. 누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한다든?“
하지만 그런 엄마의 말이 지금 찬수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오직 수진이와 다시 한 시라도 빨리 어울려 놀고 싶다는 생각에 마음이 몹시 급하기만 합니다.
”엄마, 나 또 놀다가 올게.“
”아, 이 녀석아, 아무리 급해도 물은 마시고 나가야지!“
엄마가 크게 빽 소리를 질렀지만 찬수는 어느새 급히 밖으로 뛰쳐나간 뒤였습니다.
”으이구, 저 녀석이 그저 수진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니까."
엄마는 기가 차서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보나마나 또 수진이를 만나러 가는 것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매일 밥만 먹으면 수진이한테 쏙 빠져 둘이 어울려 놀고 있다는 걸 엄마는 잘 알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찬수는 또 다시 숨이 찰 정도로 수진이네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수진아, 나 왔어. 오빠가 왔다구!”
“응, 알았어. 금방 나갈게!”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집안에서 언제 들어봐도 예쁜 수진이의 목소리가 금방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수진이가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수찬이의 표정이 활짝 밝아집니다. 아침나절 내내 수진이와 미끄럼을 타면서 실컷 어울려 놀았던 찬수입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습니다.
수찬이가 먼저 환하게 웃는 낯으로 수진이에게 물었습니다.
“우와, 정말 동작 하나는 빠르다. 그 새 점심은 먹은 거니?”
“응, 오빠는?”
“나두 먹었지. 자, 그럼 이번엔 또 무얼 하면서 놀까?”
“오빤 무얼 하고 싶은데?"
”오빤 네가 좋아하는 거라면 아무거나 다 좋아.“
찬수는 말끝마다 꼬박꼬박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면서 말합니다. 아마 수진이한테 오빠라는 말을 듣는 게 그렇게도 기분이 좋은 모양입니다.
"그건 나도 그래. 오빠가 좋아하는 거라면 나도 아무거나 다 좋아.”
찬수는 그런 수진이가 마음에 든다는 듯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을 모릅니다.
“그럼 이번에는 뭘 하지? 그래, 좋아. 이번에는 수진이 너 오빠가 자전거 태워줄까?”
“자전거? 우와아, 신난다!”
수진이는 손뼉을 치면서 좋아했습니다다.
찬수는 수진이의 대답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곧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곧 자전거를 타고 달려왔습니다.
“자, 어서 뒤에 타 봐.”
찬수는 자전거 위에 앉은 채 뒷자리에 수진이를 올라타기를 기댜렸습니다.
“자, 아주 위험하니까 오빠 허리를 꼭 잡아야 돼. 알았지?”
“응, 알았어.”
수진이가 허리를 꼭 잡고 앉자, 찬수는 폐달을 함껏 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차츰 속력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놀이타를 빙빙 돌다가 그 다음에는 골목길을 신나게 달리기도 하였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벌써 그렇게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릅니다.
"수진아, 어때? 신나지?
"응, 너무 좋아. 이렇게 신이 나기는 처음인 걸.“
찬수와 수진이는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여전히 자전거를 타면서 놀고 있었습니다. 날씨는 제법 추웠지만 찬수의 이마에서는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알송알 맺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힘이 드는 줄을 모르고 여전히 쉬지 않고 달리고 있었습니다.
”으아앗! 수진아, 더 꽉 잡아!“
찬수는 마침내 수진이를 태운 채 그만 땅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습니다. 마침 저 앞에서 길을 건너가면 강아지를 피하려다가 넘어진 것입니다.
"수진아, 어디 다치지 않았니?”
찬수는 더럭 겁이 난 얼굴로 쓰러진 수진이부터 챙겨주면서 물었습니다.
"응, 난 괜찮아. 오빤?“
"응, 오빠두 괜찮아. 오빤 네가 다친 줄 알고 간이 콩알만큼 오그라들었잖아.“
찬수는 그제야 안심을 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하지만 찬수의 무릎에서는 어느새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수진이가 금방 울상이 되면서 입을 열었습니다.
"어머! 오빠, 피가 많이 흘러, 내가 얼른 오빠네 집에 가서 아줌마한테 얘기해야 되겠어.”
"아니야. 그건 안 돼. 오빠가 너하고 자전거를 탔다는 건 우리 엄마한테도 비밀로 해야 한단 말이야.“
엄마가 알게 되면 야단을 맞을 게 은근히 걱정되는 찬수였습니다.
”아니 그건 왜?“
”헤헤, 그냥.“
갑자기 펄쩍 뛰는 찬수의 태도에 수진이의 눈이 둥그렇게 되었습니다.
좀 심하게 다쳤는지 찬수의 무릎은 아까보다 점점 더 쑤셔서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찬수는 억지로 웃는 표정을 지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아마 찬수는 지금 수진이가 곁에 있어 조금도 아픔을 느끼지 않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찬수는 아무도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한 가지 생겼다는 기쁨이 더 크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