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다보기만 해도 아찔할 정도로 꼬불꼬불하면서도 몹시 위태로운 고갯길이었습니다.
”붕, 부르릉, 부우웅~~~“
자동차가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고갯길을 힘겹게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무사히 고갯마루에 다다랐습니다.
"우와아~ 바다다! 엄마! 저기 좀 봐! 바다가 보여!“
저 멀리 바다가 보이자 뒷자리에 앉아 있던 예경이가 갑자기 흥분해서 소리쳤습니다.
”……!“
”……!“
그러나 무슨 일인지 자동차 안에 앉아 있는 가족들은 그 누구 하나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엄마! 바다가 보인다니까?“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예경이가 두 번이나 신바람이 나서 소리쳤지만, 엄마와 아빠의 표정은 그저 시큰둥하기만 합니다.
그 바람에 금세 머쓱해진 예경이가 웬일인가 하고 엄마와 아빠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핍니다.
그동안 늘 바다를 한번 보고 싶다고 아빠한테 틈만 나면 노래를 불렀던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눈 앞에 바다를 보도고 조금도 좋아하는 눈치가 아닙니다.
그렇기는 아빠도 마찬기지였습니다. 아빠 역시 아무 말 없이 운전을 하는 일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예경이는 금방 시무룩해지고 말았습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자동차가 바닷가에 다다를 때까지도 엄마와 아빠는 여전히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예경이는 너무 궁금하고 답답했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표정이 납덩이처럼 너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한동안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연신 긴 한숨만 쉬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두 눈에서는 굵은 이슬방울까지 맺혔다가 뺨으로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곧 미리 준비해온 가방을 두 손으로 소중하게 껴안더니 바닷가를 향해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습니다.
”……?“
무슨 영문인 줄을 모르는 예경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며 그 뒤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아빠도 저만치 떨어진 곳에서 뒤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지금 엄마가 들고 있는 가방, 그 가방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를 예경이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 가방 속에는 예쁘게 접은 종이배와 고무풍선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엄마는 그동안 집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열심히 종이배를 접곤 하였습니다.
아주 작고 예쁜 식종이로 접은 종이배였습니다. 정성껏 접은 종이배의 옆부분에는 정성들여 일일이 글씨를 쓰곤 하였습니다.
이윽고 바닷가 모래밭에 다다른 엄마는 가방 속에서 고무풍선과 종이배를 꺼냈습니다. 그러고는 풍선에 종이배를 하나씩 넣기 시작했습니다.
예경이도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도와 풍선에 종이배를 하나씩 집어넣었습니다.
엄마가 이번에는 풍선에 입을 대고 바람을 힘껏 불어 넣었습니다. 풍선은 곧 터질 것처럼 농구공처럼 크게 부풀어올랐습니다. 그리고는 바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풍선 주둥이를 꽁꽁 동여맸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해요. 이런다고 한번 간 처제가 다시 돌아오기라도 한단 말이야?“
어느 틈에 뒤따라온 아빠도 그렁그렁해진 눈으로 엄마의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곧 그 많은 풍선들을 바다에 하나씩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오색 빛깔의 수많은 풍선이 하나씩 파도를 타고 드넓은 바다를 향해 차츰 멀리 동동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저녁 햇살을 받은 가지각색의 풍선이 아름답게 반짝이면서 드넓은 바다를 온통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습니다.
‘아하! 그래서 엄마가 틈만 나면 바다에 가자고 그랬었구나!’
예경이는 그동안 틈만 나면 바다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하던 엄마의 마음을 겨우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지만 번번이 거절했던 아빠의 마음을 이제야 겨우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풍선을 모두 바다에 띄운 엄마가 마침내 어깨를 들먹이며 다시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어깨를 아빠가 아무 말 없이 가볍게 토닥거리고 있었습니다.
”여보, 이렇게 가슴이 미어질 것처럼 아플 수가 없어요. 흐흐흑…….“
아빠 품에 안긴 엄마가 더욱 어깨를 크게 들먹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래, 나도 당신이 괴로워하는 마음 다 알고 있어요."
“수미와 마지막으로 바다에서 헤어진 지 벌써 이십 년도 훨씬 더 넘은 것 같아요. 언젠가는 제가 쓴 편지를 수미가 읽어보게 되겠죠? 흐흐흑…….“
”당신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니까 아마 언젠가는 그런 날이 돌아오겠지!“
그렇게 달리고 있는 아빠의 눈에도 어느새 굵은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엄마, 울지 마.“
예경이도 저도 모르게 엄마를 덥썩 껴안으면서 울먹이고 있었습니다.
”끼루룩, 끼루룩…….“
그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갈매기 한 마리가 바다 위로 날아와서 슬피 울어대고 있었습니다.
갈매기는 그렇게 울어대면서 한동안 바다 위를 맴돌다가 저 멀리 어디론가 쓸쓸한 모습으로 날아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예경이는 문득 저 갈매기가 지금까지 이모를 그토록 그리워하는 엄마의 마음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