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럼 누가 싼 거야?

by 겨울나무

조금 전에 어린이집에 갔던 민수가 금방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직 돌아올 시간이 되리면 멀었는데 웬일인지 일찍 돌아온 것입니다.


"민수야, 너 왜 벌써 왔니?“

”…….“


엄마가 토끼눈이 되어 다급하게 물었지만 민수는 아무 대답이 없습니다. 답답해서 견디다

못한 엄마가 다시 다그쳐 물었습니다.


"너 누구하고 싸웠니?“

”…….“


민수는 약간 고개만 젓고 있습니다.


"그럼 선생님한테 야단맞고 쫓겨 온 거니?“


민수는 여전히 대답이 없습니다. 엄마는 정말 답답하다못해 속이 터질 지경입니다.


"너 갑자기 벙어리가 된 거니? 왜 말을 못해? 아무래도 선생님한테 전화해 봐야지 안 되겠구나.“


답답해진 엄마가 마침내 빽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 안돼! 전화 걸지 말란 말이야. 이이잉…….“


민수는 그제서야 펄쩍 뛰며 소리내어 울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엄마가 들었던 휴대폰을 놓고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인지 어서 말을 해 보란 말이야."

"엄마, 나 있지."

"그래, 괜찮으니까 어서 말을 해 보라니가."

"나 말이지. 오늘 어린이집에서 오, 오줌 쌌어.“

엄마는 너무 기가 막히다는 듯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어째? 오줌이 마려우면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어야 할 거 아니니 이 바보야.“


엄마가 웃는 바람에 민수는 조금 안심이 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줌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달려갔단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도대체 오줌은 왜 싼 거야?”

“빨리 달려가긴 했는데 가다가 그냥 나오는 걸 어떻게 하란 말이야, 이이잉…….”

“호호호, 그래, 알았다. 알았어, 어서 이리 와서 옷이나 갈아 입자!”


엄마는 아직도 흠뻑 젖어 있는 민수의 바지를 벗겼습니다. 그러자 민수가 울상이 된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엄마, 나 내일부터는 어린이집에 안 갈 거야."

”아니, 뭐가 어쩌구 어째? 이 녀석아, 오줌 한 번 쌌다고 어린이집에 안 가? 그건 안돼!“


엄마는 한 마디로 딱 잘라 소리쳤습니다.


"싫어. 친구들이 오줌싸개라고 놀린단 말이야.“

”그래도 괜찮아. 오줌 싸 본 게 이 세상에 어디 너뿐인 줄 아니?“


엄마의 말에 민수는 조금 안심이 된 듯 아까보다 조금 밝아진 얼굴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럼 엄마도 어렸을 때 쌌어?“

”아암, 엄마는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도 오줌을 싼 걸. 호호호…….“

”으응, 그랬구나. 그럼 아빠는?“

”아빤 말이지, 글쎄 중학교 다닐 때까지도 쌌다지 뭐냐. 호호호…….“


엄마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민수의 표정이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아까보다 더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우와! 이제 보니 그럼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난 동창생이구나!“

”동창생이라니?“

"오줌싸개 동창생이라구.”

“호호호……. 옛기, 이 녀석, 이 녀석이 점점 못하는 소리가 없어.”


엄마는 좀 창피했던지 가볍게 눈을 흘겼습니다.


바로 그때 마침 엄마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그러자 엄마가 얼른 휴대폰을 귀에 대고 입을 열었습니다.


”여보세요! 아아, 네…… 네, 그랬군요. 어쩐지 전혀 냄새가 나지 않더라고요. 네, 그럼…….“


방금 엄마가 받은 전화는 어린이집 선생님한테서 온 전화였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화를 받고 난 엄마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며 갑자기 싱글벙글 웃고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오늘 민수는 오줌을 싼 게 아니었습니다.

개구쟁이 짝꿍이 민수 몰래 의자에 물을 쏟아놓았던 것을 민수가 그걸 모르고 앉았다가 그만 궁둥이가 흠뻑 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모여들면서 오줌싸개라고 놀리자 창피해서 화장실로 가는 척하고 곧장 집으로 달려왔던 것입니다.


”엄마, 지금 그 전화 누구한테서 온 거야?“


민수가 어리둥절해져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한테서 온 전화인데 글쎄 오늘 네가 오줌을 싼 게 아니라는구나. 호호호…….”


엄마는 저절로 자꾸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신 크게 소리내어 웃고만 있었습니다.

그러자 어리둥절해진 민수가 다시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어엉? 내가 싼 게 아니면, 그럼 누가 싼 거야?“

”글쎄다. 누가 쌌을까? 호호호…….”


엄마는 갑자기 웃음보가 터졌는지 자꾸만 큰소리로 웃고만 있었습니다.


“하하하…….”

엄마가 웃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그 바람에 민수도 덩달아 무슨 영문인 줄도 모르고 덩달아 큰소리로 엄마를 따라 웃고 있었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