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4교시는 체육 시간이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운동장으로 나가고 교실에는 이제 경수와 형우 두 사람만 남아 교실을 지키고 있습니다. 당번 활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경수의 마음은 몹시 불안하고 초조합니다. 총채를 들고 여기저기 먼지를 털고 다니는 척 하고 있지만 생각은 온통 엉뚱한 곳에 가 있습니다.
‘저 놈은 오줌도 마렵지 않은가? 왜 화장실에 가지 않지?‘
경수는 아까부터 형우의 눈치를 흘끔흘끔 살피면서 자리를 비워 주기만을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형우는 잠시도 쉬지 않고 책상이며 창틀에 낀 먼지를 닦느라고 걸레질을 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형우에게 잠깐만 밖에 나갔다 오라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경수는 너무 초조하고 불안해서 오늘따라 질금질금 오줌만 자꾸 나옵니다. 그래서 마치 풀방구리에 생쥐 드나들 듯 벌써 몇 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왔는지 모릅니다.
또다시 경수의 눈에는 조금 전에 두 눈을 부릅뜨고 윽박지르던 현철이의 무서운 얼굴이 떠오릅니다.
“경수 너 알아서 해. 너, 이번에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알지?”
험악한 현철이의 얼굴이 떠오르자 경수의 마음은 더욱 초조해지고 불안합니다.
그러니까 체육을 하기 바로 전의 쉬는 시간이었습니다.
현철이가 슬그머니 조용한 복도로 경수를 끌어냈습니다. 그러고는 누가 들을 것이 두려운 듯 작은 목소리로 명령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까 내가 보아두었단 말이야. 마침 네가 오늘 당번이니까 체육 시간이 아주 좋은 찬스란 말이야. 그러니까 형우가 눈치 채지 못하게 선생님의 핸드백에서 돈만 슬쩍하란 말이야. 내 말 알아들었지?“
”……!“
현철이가 느닷없이 경수를 끌어낸 것은 선생님의 핸드백 속에 있는 돈을 훔쳐내게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철이는 분명히 아까 선생님이 핸드백에 돈을 넣는 것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체육 시간에 그것을 훔쳐내자는 것입니다.
경수는 잔뜩 겁먹은 얼굴로 대뜸 두 눈이 휘둥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혹시 다른 일이라면 몰라도 담임 선생님의 돈을 훔치다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습니다.
경수는 너무나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못하고 있자 현철이가 갑자기 험악한 얼굴이 되어 무섭게 협박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수는 협박애 못이겨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던 것입니다.
현철이는 늘 그런 아이였습니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반 친구들을 괴롭히면서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을 도맡아 하는 못된 아이였습니다.
어떤 때는 숙제를 대신 해 오게 하기도 하고, 돈이나 물건을 훔쳐오게 하는 일, 제 마음에 안 든다고 하여 다른 친구를 시켜 남을 때려주게 하는 일, 가끔 집에서 돈을 얼마씩 가지고 와서 바치게 하는 일 등, 현철이가 시키는 일은 하나 같이 못된 짓들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그의 요구를 거절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만일 그랬다가는 여지없이 더 무서운 보복을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현철이의 보복을 하는 방법은 늘 그랬습니다. 말을 제대로 듣지 않는 아이들을 방과 후에 불러 놓고 윽박지르거나 주먹과 발로 폭력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시키는 대로 돈을 가지고 오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그만큼 이자를 붙여 벌금을 물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가 어려울 때는 그와 친한 질이 나쁜 중학생들까지 끌어들여 여지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런 사실을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알릴 수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만일 그랬다가는 나중에 더 무서운 어려움이나 보복을 당하게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실례로 바로 며칠 전의 일만 해도 그랬습니다.
현철이에게 오랫동안 돈 때문에 오랫동안 시달림을 받아오던 친구 하나가 참다못해 부모님에게 알리게 되자 선생님도 곧 그 소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현철이는 그 날 당장 선생님에게 끌려가서 심한 꾸중과 벌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나쁜 짓을 하지 않겠다고 싹싹 빌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현철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습니다. 부모님에게 그 일을 알렸던 친구는 학교 공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여지없이 중학생들에게 끌려가서 심하게 매를 맞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별 수 없이 뒤늦게야 별 도리없이 현철이가 요구했던 돈을 구해 바치고 또 다시 어쩔 수 없이 현철이의 명령에 따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일단 현철이의 입에서 어떤 명령이 떨어졌다 하면 그것이 곧 약속이요, 반드시 지켜야 할 하나의 법이 되고 말았습니다.
작은 미꾸라지 한 마리가 강물을 흐리게 한다더니 현철이가 바로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 누구든지 그의 명령을 거역하면, 번번이 큰 괴로움을 당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또 어떤 때는 일이 더 커져서 파출소로 끌려간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파출소도 아무 소용없었습니다. 번번이 잠깐 주의만 받거나 반성문만 쓰게 하고 도로 내주곤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현철이가 돈을 요구하면 당장 주머니에 가지고 있는 용돈이 없다 해도 친구에게 빌린다든지 그것도 아니면 부모님께 거짓말을 해서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현철이가 요구한 돈을 갖다 바칠 수밖에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경수의 경우는 아주 다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담임 선생님의 돈을 훔쳤다가 들통이 나면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만일 선생님의 돈을 훔쳐 탄로가 나게 되면 당상 아빠나 엄마에게 연락하게 될 것이고, 또한 그 사실을 엄마나 아빠가 알게 되면 그냥 두지 않을 것이 너무나 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철이의 말을 거역한다는 것은 꿈에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경수가 이런저런 걱정과 근심으로 몹시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바로 그때였습니다.
지금까지 부지런히 걸레질을 하고 있던 형우가 마침내 걸레질을 모두 끝내고 경수에게 입을 열었습니다.
"어휴, 이제야 다 끝났네, 경수야, 나 잠깐 화장실에 갔다가 올 테니까 그동안 교실 잘 지켜야 돼. 알았지?“
“응, 그, 그래. 그런 걱정말고 천천히 다녀 와.”
경수는 이렇게 얼버무리며 대답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절호의 찬스가 온 것입니다.
경수의 가슴은 갑자기 두 방망이질을 하며 마음이 초조해지고 있었습니다.( * )
(3회 중 1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