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회 중 2회]
형우가 드디어 화장실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발걸음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경수는 곧 선생님의 책상이 있는 곳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책상 밑에 놓여 있는 핸드백을 열었습니다.
핸드백을 잡은 손이 갑자기 바들바들 떨리면서 가슴이 더욱 두근거립니다. 입 안에 고였던 침마저 바작바작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형우에게 들키면 어떡하지?‘
경수는 지금 화장실에 간 형우가 제발 천천히 들어오기만을 마음속으로 빌고 또 빌면서 부지런히 핸드백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여기 있었구나!”
경수는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뻔하였습니다. 어쨌거나 반가웠습니다. 현철이의 말이 맞았습니다. 핸드백 속에는 만 원짜리 지폐가 두둑하게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어림짐작으로도 30만 원은 넘을 것 같은 큰 돈이었습니다.
“이걸 다 훔쳐?”
그러나 곧 머리를 흔들었습니다. 그럴 만한 용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지금은 더 이상 망설이거나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돈을 어느 정도만 남겨 놓고 우선 손에 잡히는 대로 뽑았습니다. 그리고 훔친 돈을 급히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은 후 핸드백을 다시 처음에 있던 그 자리에 놓고 벌떡 일어섰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드르륵~~! ”
갑자기 교실 출입문이 드르륵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열리면서 조금 전에 화장실로 갔던 형우가 들어왔습니다. 경수는 소스라치게 깜짝 놀라며 침을 꼴깍 삼켰습니다. 금방 간이 오그라들 것만 같이 불안하였습니다.
"너, 버 벌써 왔니? 네가 나간 사이에 내가 가만히 살펴 봤더니 선생님 책상에 머, 먼지가 많더라. 그래서 먼지를 털고 있는 중이었어. 너도 여기 걸레질 좀 더 해줄래?“
경수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괜히 너스레를 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총채를 들고 여기저기 터는 척하고 있었습니다.
“뭐? 먼지가 있었다구? 선생님 책상은 내가 아까 잘 닦는 걸 너도 봤잖아? 그런데 책상이 지저분하다고?”
“으, 으응, 아마 걸레질을 덜 했었나 봐. 그건 그렇고 어쨌든 내가 먼지는 다 털었으니까 넌 걸레질이나 다시 해줘.”
“내가 분명하 잘 닦고 갔는데 그거참 귀신이 곡할 일이네. 그래 알았어.”
형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대꾸하더니 청소 도구함으로 가서 다시 걸레를 찾고 있었습니다.
“야, 난 그럼 잠깐 화장실에 다녀 올테니까 청소 좀 잘 부탁해 응?”
"그래, 알았어. 근데 너 혹시 조리 고추 아니니? 하하하…….“
"뭐어, 조리 고추라구?“
"하하하, 그래.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니까 하는 말이지.”
"으응, 난 또 무슨 소린가 했지. 그래 아마 그런가 봐. 하하하…….“
경수는 나오지도 않는 웃음을 억지로 소리내어 웃고는 급히 교실 밖으로 빠져나가고 말았습니다.
”휴유~~ 십 년 감수했네. 그나저나 이걸 어쩌지?“
교실을 빠져나온 경수는 일단 화장실이 아닌 교실 뒤쪽 쓰레지장이 있는 쪽으로 나왔습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달래가면서 사방을 두리번거렸습니다. 마침 아무도 보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쓰레기통 앞으로 살그머니 간 경수는 아까 현철이가 시킨 대로 우선 쓰레기통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여기 있구나!“
빈 음료수 깡통이 보이자 경수의 눈이 번쩍 빛났습니다. 그 다음에는 빈 음료수 깡통을 얼른 손에 쥐고 다시 한번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학교 뒤쪽 운동장을 향해 힘껏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돈을 감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여기가 좋겠군!‘
학교 뒤 운동장을 거쳐 으슥한 담장 앞에 다다른 경수는 조급한 마음에 숨이 곧 막힐 것처럼 가빴습니다. 그리고 재빠른 동작으로 땅을 깊이 파고는 돈을 넣은 깡통을 그곳에 묻어버리고 말았습니다.
”휴우우, 이제야 살았다.“
경수는 안도의 숨을 한번 크게 쉬고는 교실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야, 너 왜 이렇게 늦게 오냐?"
경수가 모든 일을 무사히 끝내고 교실로 급히 돌아오자 형우가 눈이 둥그렇게 되어 물었습니다.
"으응, 미안해. 이번엔 큰 거였거든.“
"큰 거라니?“
”으응, 넌 여태 소변도 모르고 대변도 모르니? 이번에 소변이 아니라 똥을 싸고 오느라고 좀 늦었단 말이야.“
“후후훗. 난 또 뭐라고.”
경수가 얼른 둘러대는 바람에 형우는 재미가 있었던지 크게 소리내어 웃고 있었습니다.
그 날 공부를 모두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경수야, 너 내가 시킨 거 어떻게 됐니? 물론 잘 처리했겠지?“
경수가 교문을 나서자 미리 나와서 기다리고 있던 현철이가 불쑥 경수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습니다.
”…….“
경수는 대답 대신 고개만 약간 끄덕여주었습니다.
"그래? 오호, 좋았어. 너 정말 솜씨가 보통이 아니구나. 근데 형우가 눈치채지 못하게 했겠지?“
”…….“
경수는 이번에도 여전히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고개만 조금 끄덕였습니다. 그러자 현철이는 매우 밝아진 얼굴로 신이 나서 계속 묻고 있었습니다.
"히야, 너 잘했다. 그럼, 얼마나 훔쳐냈니? 그리고 훔친 돈은 어떻게 하고?“
"아마 10만 원쯤은 될 거야. 그리고 네가 시킨 대로 깡통에 넣어서 학교 뒤 담 밑에 잘 묻어놓았어.”
경수의 대답 소리를 들은 현철이의 얼굴이 더욱 밝아지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우와, 10만원씩이나? 너 정말 제법인데, 그런데 너 표정이 왜 그러니? 혹시 도둑질한 게 들통이 날까 봐 걱정이 돼서 그런 거니?“
”…….“
경수는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얼른 고개만 끄덕이고 있였습니다.
“야, 그건 걱정 마. 너도 알겠지만 내가 지금까지 이런 일 어디 한두 번 해본 줄 아니? 아무리 누가 뭐라고 해도 증거가 없으니까 끝까지 불지 말란 말이야. 뒷일은 내가 다 책임을 진단 말이야, 알았지?”
”…….“
"왜, 아직도 내 말을 못 믿겠다 이거니?“
경수가 그제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되물었습니다.
"정말 들통이 나지 않을까?“
"짜아식, 사내자식이 그렇게 배짱이 약해서야 어디다 쓰겠니? 글쎄 아무 걱정 말고 나만 믿고 있으란 말이야 임마, 알았어?”
그러자 경수가 여전히 잔뜩 겁먹은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했습니다.
“근데 만일 우리 엄마나 아빠가 이 일을 알게 되면 그땐 난 아주 끝장이거든.”
경수는 여전히 믿지 못하겠다는 듯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현철이의 다음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 )
(3회 중 2회 끝)